장기화된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
장기화된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5.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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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등록·관리 방안 필요하다

[현대해양] 컨테이너 해운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올해 1분기 평균 2765.2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박을 구하지 못하고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화주들도 있다.

장기화된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

작년 가을 경 컨테이너박스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컨테이너 박스 품귀 현상이 본격 대두됐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물동량이 쏠리면서 밖으로 나간 컨테이너박스를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독일 프라운호퍼 해양물류서비스센터와 컨설턴트 업체인 컨테이너 엑스체인지는 “빈 컨테이너박스가 중국에서 평균 61일, 미국에서 평균 55일 방치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연말에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년 반복되던 현상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 가는 물동량에 비해 돌아오는 물동량이 부족하기 때문. 그러나 현재의 장기화 되고 있는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은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월 미 해운 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가 개최한 TPM회의에서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컨테이너박스 부족 사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1~2분기가 걸릴 것”이라고 발언하기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합선사 ‘ONE’의 제레미 닉슨 최고경영자도 “혼란한 상황이 진정되려면 3~4개월이 더 필요하다”며 “항만해소는 9월까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부른 주문 폭증과 터미널 폐쇄

컨테이너박스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서부 LA와 롱비치 양 항만의 적체현상 심화다. 최대 화물 수입국인 미 항만 기능이 마비되며 빈 컨테이너 반납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항만에 접안한 선박이 빈 컨테이너를 제때 회수하지 못하니 출항이 지연되고, 새로 도착한 선박들은 접안하지 못한 채 바다 위에서 수일을 머무르게 된다. 자연히 빈 컨테이너가 출발지로 돌아가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며, 미국으로 갈 선박에 실을 컨테이너 박스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LA와 롱비치 항만 혼잡으로 배선지를 밴쿠버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어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직원 중 한 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일정기간 항만이 폐쇄되는 일도 반복된다.

수에즈의 여파도 한몫했다. 수에즈 운하가 풀린 후 동남아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화물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코로나19로 인해 가구와 기계류, 전자기기, 플라스틱의 구매가 급증하며 물동량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미국 민간조사업체 데카르트데이터마인(Descartes Datamyne)에 따르면 지난 3월 아시아 주요 10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92만 6,600TEU 대비 97% 증가한 182만 3,700TEU로 나타났다.

 

중국업체 담합 양은 줄고, 가격은 올랐다

김정균 해양진흥공사 차장은 “컨테이너박스 제작업체가 모두 중국에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컨테이너박스 제조의 원가 경쟁에서 우리가 밀려나 중국으로 모든 공장이 이전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컨테이너박스 제작은 CIMC(42%), Dongfang (27%), CXIC(15%), FUWA(7%) 등상위 4개 업체의 과점체제다. 특히 이 중 CIMC와 Dongfang은 중국 정부의 소유 회사로 이들이 중국 컨테이너 협회를 통해 타 업체에도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생산량 담합을 통해 컨테이너박스 공급량을 고의로 축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업체 자체적인 공급량 조절과 신조 수요 증가가 맞물려 작년 4분기 이후 컨테이너박스의 양은 급감했고, 가격은 급등했다. 2018년 410만개였던 공급량은 2020년 230만개로 반 정도가 줄었고, 지난해 1월 1,850달러였던 가격은 올해 1월 3,500달러로 거의 두 배가 오른 것.

김 차장은 “최근엔 중국에서도 자체 필요에 의해 생산력을 다시 늘리고 있다”며 “인도와 한국에서도 컨테이너박스 제작에 대한 논의가 있고, 수요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제작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관리 법률 제정 필요해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비 컨테이너박스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컨테이너박스는 도로나 기차와 같이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부나 관련자가 함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운송주권 차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 현재 상법상 컨테이너박스는 물적 설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박스에 대한 정의규정을 정립하고, 운송인이 박스 제공 의무를 부담하고 수하인은 반납 의무를 부담하는 등의 규정을 두면 박스 반납은 원활하게 될 것이다.

김 교수는 “컨테이너박스는 정기선사의 소유로 두기보다는 등록제를 만들어 관리를 해야 하며, 관리나 대여를 담당할 회사를 해운부대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해운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물량 증가와 항만 혼잡 등으로 야기된 공급망 붕괴 현상이 단기간에 사라지긴 어렵단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독일 해운업체 하팍로이드의 롤프 하벤-얀센 최고경영자는 “3분기까지는 미주 지역 중심으로 항만 적체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신철영 해수부 해운정책과 사무관은 “작년과 재작년까지만해도 빈 컨테이너박스를 둘 곳이 없어 문제였는데, 급격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시적으로 3월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수출입물류지원센터도 6월까지 연장 운영이 결정됐고, 해양진흥공단 통해 리스사업과 금융지원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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