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마비 책임 누가 얼마나 지나
수에즈 운하 마비 책임 누가 얼마나 지나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5.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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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논의와 대체 운하 찾기는 이제부터

[현대해양]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 풀렸다.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운 교역량의 12%가 지나가는 핵심 무역로로 지난해 기준 약 1만 9,000척, 하루 평균 51척이 운하를 통과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1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8%가 통과하는 에너지 수송의 주요 길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수에즈 운하가 막힌 불과 일주일동안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수에즈 운하는 정상화 됐지만 여전히 사건의 원인 조사와 배상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새로운 운하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고, 유가와 해운물류 운임이 폭등하는 등 세계 곳곳에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에즈 운하 좌초 사건

지난 3월 23일 수에즈 운하 남쪽에서 좌초하며 수로를 막았다 29일 풀려났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Given)호’의 선주와 보험사가 수에즈운하관리국(Suez Canal Authority, SCA)을 상대로 지난달 23일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쇼에이 기선이 소유하고 대만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2만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는 지난 3월 23일 수에즈운하의 중간 지점에서 좌초했다. 수에즈 운하 당국은 15m 깊이의 모래 2㎥를 파내는 등 작업에 돌입했고, 일주일만에 에버기븐호를 구조했다.

사건 발생 11일만에 운하는 정상화됐지만 사건의 원인 조사와 그에 따른 배상 문제의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다. 지난달 SCA는 통항료, 준설 및 인양작업, 운하파손 복구, 장비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해 쇼에이 기선에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을 청구했고, 이집트 법원은 그 중 9억 1,600만 달러(약 1조 267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에버기븐호의 선주와 보험사는 지난달 23일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심문은 이달 4일로 예정됐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이어질 것

SCA의 배상 청구 외에도 대기하던 422척 선박의 선사들, 제2자 기업, 그리고 에버기븐호의 화물 화주들 등의 대규모 피해보상 신청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간접적인 피해보상은 에버기븐호의 선사인 쇼에이 기선과 운용사 에버그린이 배상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쇼에이 기선은 최대 1,200억 원까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지만, 선주가 보상금액을 최소화하고자 책임제한액수가 높은 편인 일본을 떠나 다른 국가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해상법의 ‘책임제한제도’ 때문인데, 이는 선박 사고 등은 한 번 벌어지면 피해가가 매우 높고 위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화물 가치에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으로 운송인의 책임한도를 제한하는 법이다.

국내 해상법 전문가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좌초 당시 수에즈에 들어서, 좌초 후 대기한 선박의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지만 좌초 사건 이후 희망봉으로 우회한 선박의 경우 지연이나 운송비 등의 손해를 예상하고 이동한 것으로 판단해 손해배상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화물이 컨테이너 안에 있었고 침몰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물적 손해가 크지는 않았겠지만 대기중이던 선박 안의 동물이 죽거나, 물건이 멸실되는 등의 부분은 운송인이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기븐호의 화물 대부분은 중국 수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차이신왕(財新網)」의 보도에 따르면 에버기븐호는 컨테이너 1만 8,300개, 35억 달러어치의 화물을 싣고 있었으며, 선적된 화물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선적됐다. 화물 지연에 대해서는 보험사에서 부담할 수 있지만, 화물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화주의 경우 피해액을 스스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쇼에이 기선은 보험사와 배상금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체운하 준설되나

이번 사고 이후 국제적으로 수에즈 운하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UN이 제2수에즈 운하를 통한 대체운하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카이로(Cairo)와 룩소르(Luxor)를 연결하는 항로와 홍해와 아카바(Aqaba)만을 연결하는 두 가지 방식인데, 홍해-아카바만 방식은 국제터널건설사 ‘OFP 라리올’의 타당성조사 결과 5년 내에 운하 준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룩소르 방식은 초대형 선박 항해는 어렵지만 소형선박 통항은 가능해 준설될 경우 수에즈 운하 의존성을 28%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러시아도 대체 무역항로인 ‘북극항로’의 홍보에 나섰다. 러시아는 북극항로가 아시아 유럽 간의 화물 운송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시 선박의 항행거리를 수에즈운하 경유보다 40%가량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시간단축과 유류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북극항로의 물류비는 수에즈운하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극항로는 겨울철 얼음 때문에 쇄빙선이 필요하며, 화물선의 발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대형선박의 잦은 운항이 북극의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에 수에즈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남미에 위치한 파나마운하는 당초 4월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통행료 인상을 6월 1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파나마운하청은 지난 2월 요금 인상안을 공개했으나 국제해운회의소, 아시아선주헙회, 한국해운협회 등 국내외 해운단체의 재고요청에 인상 연기를 공식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터, 민간전문가, 기업으로 구성된 ‘수출입물류 상생협의체’를 발족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지속되는 해상 운임 급등과 선복 부족으로 인해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소기업 운임지원 및 선복 배정 확대 등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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