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선박 보급에 앞서 폐 FRP선박 처리방안 마련돼야
전기선박 보급에 앞서 폐 FRP선박 처리방안 마련돼야
  • 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4.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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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현대해양] 정부는 지난해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기·수소선박의 보급과 전기어선, 수소어선 등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어선개발 및 보급 장려가 포함돼 있다. 현재의 내연기관추진 선박을 전기추진 선박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노후어선 폐선 비용 높다

전기선박 보급사업은 기존의 노후어선을 대체하게 되어 폐선되는 어선이 급격하게 늘게 된다. 문제는 어선 선체가 대부분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iber Reinforced Plastics, FRP)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1980년대 선질 개량사업으로 도입된 FFRP어선은 적당한 강도를 가지면서 제조비용이 저렴하고, 제작도 쉽고, 부식에도 강한 장점이 있다. 반면에 FRP어선은 폐선할 때에는 포크레인이나 그라인더 등 중장비로 파쇄해야 하고, 일반 소각기에서 소각도 어려워 전문업체에 위탁해야 하는 등 처리비용이 많이 들고(1톤당 약 100만 원), 재활용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FRP 무등록 선박 많아 관리 어려워

해양수산부 어선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어선 척수는 6만 5,835척이며, 그 중 FRP어선이 6만 3,211척으로 전체 어선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FRP어선의 수명은 30년 내외로 보고 있는데, 수산업협동조합의 어선보험산정기준은 25년을 적정사용기간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FRP어선 중에서 보험산정기준의 적정사용기간을 초과한 26년 이상의 선박은 4,827척이며, 그 숫자는 2018년 4,036척에 비해 791척이나 증가했다. FRP 재질의 선박은 어선외에 요트, 보트 등 레저선박도 있다. 우리나라 레저선박등록 척수는 2015년에 1만 5,172척이던 것이 2019년에는 2만 7,000여척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무등록 선박이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레저선박 등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척수를 알 수 없다. 레저선박 중 요트 등은 상당수가 일본 등지에서 중고선박을 구입한 것이어서 폐선선령에 도달한 선박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폐 FRP선박 처리

1970년 후반 및 1980년 초반에 건조된 선령 30년 이상의 FRP어선은 정부가 추진한 소형기선저인망 정리사업, 연근해어선 구조조정사업, 방지폐선 정리사업에 의해 대부분 처리됐다. 그러나 정부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지난 3월 지역의 한 방송사에서 다룬 바와 같이 폐 FRP선박이 연안이나 항만에 방치돼 환경오염과 선박운항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어쩔수 없이 자체 예산을 들여 방치폐선을 처리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폐 FRP선박 처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도 FRP선박의 적정처리시스템이 없어 불법투기가 성행하자, FRP선박 제조사업자 단체인 (사)일본해양산업협회가 나서 2005년부터 ‘FRP선박 리사이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폐 FRP선박은 마리나 등 지정 인수 장소에서 수집해서 사전 선별 및 1차 파쇄작업을 하고, 파쇄한 폐 FRP는 FRP파재중간처리장으로 운송해 추가 파쇄를 거쳐 시멘트 소성의 원료와 연료로 재활용한다. 이 시스템에 의해 연간 450여척의 폐 FRP선박이 재활용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생활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폐기물처리법은 제조업자 등이 환경성 장관으로부터 광역처리 허가를 얻은 경우는 기초자치단체의 허가 없이도 생활폐기물을 광역처리할 수 있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일본의 ‘FRP선박 리사이클 시스템’은 이러한 광역처리 특례에 근거를 두고, FRP선박 제조업자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도 FRP보트의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극 로드아일랜드 주정부의 씨그랜트 사업(The Rhode Island Sea Grant Program, RIMTA)을 수행한 로드아일랜드 무역협회 재단(The Rhode Island Marine Trades Association Foundation)은 2016년에 폐 FRP보트를 시멘트 첨가제(보강제)로 재활용하는 기술에 성공했다. 2020년부터는 연방정부의 해양쓰레기 프로그램(NOAA Marine Debris Program)에서 로드아일랜드 FRP선박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그 성과를 위싱턴주와 뉴잉글랜드주로 확산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기적 처리 시스템 구축 필요

우리나라에서 방치폐선이 느는 이유로 높은 폐 FRP선박 처리비용과 적절한 폐선 처리 경로가 확립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선령 26년 이상의 FRP어선이 연간 790척씩 증가하고, 폐선 선령에 도달한 FRP레저선박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선박 보급은 노후 FRP어선의 폐선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폐 FRP선박의 일부만 시멘트 소성 연료로 재활용되고, 대부분 소각 후 매립되는 우리나라의 현 체제를 전량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 일본과 미국과 같이 폐 FRP를 시멘트 연료나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을 서두르는 동시에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폐 FRP선박 수거 및 처리시스템을 광역처리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폐 FRP선박의 처리를 위해서는 선박의 제조 및 구입, 운영과 폐선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어선의 경우는 엄격한 관리체제가 갖추어져 있지만 FRP레저선박은 그렇지 못하다.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르면 수상오토바이, 20톤 미만의 모터나 보트, 추진기관 30마력 이상의 고무보트는 소유한 날로부터 1개월 내에 소유자가 거주하는 기초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그럼에도 2013년 이후 매년 여름이면 무등록 보트나 요트의 불법운항에 따른 안전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바닷가에 방치되는 폐 FRP레저선박도 무등록 선박이라 소유자 확인도 어렵다. 해양레저 선진국인 영국, 일본 등과 같이 레저선박의 등록, 검사, 보험, 그리고 폐선에 이르는 행정절차를 유기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폐 FRP선박 재활용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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