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의식이 필요한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
사회적 책임의식이 필요한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
  • 채기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 승인 2021.03.0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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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최근 국내 S방송사는 AI와 전문가 간의 경쟁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AI가 골프를 치고, 범인을 잡고, 주식투자를 하며, 사람과 경쟁하는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다. 2016년 ‘알파고’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공지능이 점점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인식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한 기술이다. 컴퓨터의 영상처리, 음성인식, 기계학습 기술 등이 인공지능을 뒷받침한다. 사실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기술은 반도체 기술을 포함해 그간 인류가 쌓아온 디지털 기술들의 총합일 것이다. 센서, 네트워크, GPU의 물리적 자산이 인공지능과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다시 로봇과 연결되는 것은 기술의 흐름으로 보인다. 그럼 인공지능의 장점은 무엇일까?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과 효율성이다. 우리는 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가? 인공지능이 새로운 과학적 지식의 발견, 사회문제 해결, 사회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해양과학기술 연구에 접목된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벌써 해양과학기술 연구에 접목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해상풍력발전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용된다. 앞에 위치한 해상풍력 발전터빈으로부터 생성된 바람이 뒤에 위치한 터빈에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다. 해양산업용 메타물질 개발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 메타물질 개발에 필요한 원자 재배열 계산에 사용되어 인력과 시간을 많이 절약해준다고 한다. 요즈음 많이 관심을 갖는 기후변화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기후기상변화 예측을 위한 지구시스템 모델 예측력 향상이나 강수량 변화 예측에 활용된다. 우리 기상청도 AI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를 개발·고도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사 분야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메타물질로 투명망토, 카멜레온 군복을 만들어 아군 병력과 무기를 은닉하거나 스텔스 잠수함 포착을 위해 해양 생물소음을 분석하는데 활용한다. 그 외에도 해양 미생물 동정 신속 자동화, 해양생태관리와 같이 생물과 정책 분야에도 사용되고 있다. 해양생태관리의 경우, 산업 가치와 보호 가치가 상충할 때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공리를 최대화하는지에 대한 판단에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국내 사례를 살펴보자. 산업적으로는 자율운항선박, 스마트 항만물류, 스마트 양식에 활용되고 있다. 환경보호 분야에는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개체 식별, 원양어선의 IUU어업 감시에 활용되고 있다. 점박이물범 개체 식별에 기존 40시간이나 소요되었는데 4시간으로 줄었다고 한다. 재해대비 측면에서는 해무발생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는 계속 가야하는 미래라 생각한다. 결국, 인공지능과 해양 분야의 융합이 점점 확대될 것이다.

 

현재·미래 세대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더하면 좋을까?

첫째,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해 각 분야 실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무자들은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인공지능을 학습하거나 인공지능의 활용가치를 계속 고민하여 융합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작은 일부터 직접 해봐야 한다.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를 포용하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전문가와의 협업은 기본이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도 협업해야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식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AI도 약점은 있다. 대표적으로 배운 것만 한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자율주행 테슬라 자동차가 고속도로에 전복된 트럭을 인지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가 있다. 트럭이 누워있어 트럭으로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실무자들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리더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융합연구는 그 본질상 실패, 시행착오, 갈등이 나타나기 쉽다. 서로 다른 전공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안 되고, 결과도 담보하기 어렵다. 갈등관리, 실패에 대한 포용적인 분위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계속 제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 인력 부족문제다.

이는 정부, 전문가, 업계 종사자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국내 AI 대학원이 올해 두 곳 추가 지정되어, 총 10곳이 된다. 대학의 AI융합연구센터도 4곳이 있다. 이러한 기관들과 잘 협력하고, 국내 대기업 교육 프로그램도 살펴보고, MOOC 활용도 필요하다. 배출되는 인공지능 인재를 잘 흡수하고,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지닌 윤리·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다.

편견이 담긴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했던 채팅 AI ‘이루다’ 문제, 알고리즘에 의한 인간배제 문제, 감시·통제 능력의 발달로 인한 민주주의 위협, 소득양극화 고착과 같은 이슈가 현재 제기된 문제이다.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리더와 실무자는 연구·개발하는 인공지능의 윤리·사회적 파급효과를 앞서 고민해야 한다. 관련된 과학기술자, 법·정책 전문가, 관료, 비즈니스 리더에게 큰 사회적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과학사에서 종종 나타난 새로운 과학기술의 역기능을 인공지능 분야에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아직은 짧기에 순기능에는 투자하고, 역기능은 잘 감독해야 한다.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는 현재와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행복과 건강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AI 융합 해양과학기술 연구’가 우리와 우리 자녀들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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