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어업이 불러온 긍정적 나비효과
자율관리어업이 불러온 긍정적 나비효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2.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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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중왕자율관리공동체

[현대해양] ‘자율관리어업’ 도입을 기점으로 전국의 어촌들이 더 나은 환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수산자원관리가 이행되고 있지만, 자율관리어업은 말 그대로 ‘자율성’을 갖는다. 따라서 자율관리어업공동체원들은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어장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원들의 노력으로 자율관리어업은 어촌 마을을 풍족한 수산자원을 기대할 수 있는 어장으로 만들고 마을 전체에 활기찬 분위기까지 불어 넣는다.

이처럼 자율관리어업이 미치는 선한 영향력으로 전국의 많은 어촌계들은 자율관리어업을 신청해 마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위치한 중왕자율관리공동체(위원장 박현규, 이하 중왕공동체)는 약 9년 전부터 자율관리어업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박현규 중왕공동체 위원장
박현규 중왕공동체 위원장

쉬지 않는 감태 가공공장

감태 채취 작업 개시까지 약 보름 정도를 앞둔 쌀쌀한 초겨울에 중왕공동체를 찾았다. 공동체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경쾌한 트로트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니 단연 감태 가공공장이 눈에 뛰었다.

중왕공동체의 자랑인 감태 가공공장은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모범공동체로 선정된 후 사업비 총 16억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지상 1층에 연면적 490.98m²의 규모로 준공됐다. 기존 가내수공업 형태로 감태를 생산·가공하던 공동체원들은 자동화 시설이 도입된 가공공장에서 감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공장으로 들어서자 내부를 에워싸고 있던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중왕공동체원들은 가공 기계 컨베이어 벨트에 일렬로 자리 잡아 감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동체원이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잘 말려진 감태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자 기계는 감태에 참기름이 뿌려 빠르게 구워냈다. 옆에 서 있던 공동체원이 구워진 감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다른 공동체원들은 이를 빠른 손놀림으로 전달하며 능숙하게 포장하고 있었다. 작업을 하던 공동체원 A씨는 “보통 겨울이 더 바쁘긴 하지만 공장은 사계절 내내 돌아간다. 겨울철에는 한달 중 25일 정도 공장이 운영될 절도로 바쁘다”라고 설명했다. 중왕공동체가 생산하는 감태는 지난 5월 식품안전관리인증인 해썹(HACCP)인증을 받아 식품 위생과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해양수산부 어촌6차산업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감태는 같은 달 호주로의 판로를 개척해 첫 수출에 성공했다. 자율관리어업의 도입으로 일궈낸 성과다.

감태 작업이 한창인 중왕공동체 감태 가공공장
감태 작업이 한창인 중왕공동체 감태 가공공장

노력 끝에 맺은 결실

중왕공동체는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율관리어업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자율관리어업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전임 공동체 위원장들은 공동체원을 설득하는데 번번이 실패했고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어업 일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자율관리어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후 신임 계장으로 선출된 박 위원장은 자율관리어업을 어촌계에 도입해 내겠다고 마음먹고 전국의 어촌을 직접 발로 뛰며 돌아보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자율관리어업을 잘 수행하고 있는 전라도의 몇몇 공동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율관리어업을 하니 어촌계가 확실히 달라지더라”며 “전임 공동체위원장들은 실패했지만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 쓰레기통을 배치하는 것부터 자율관리어업을 시작했다고. 이어 박 위원장은 “자율관리어업이 제대로 되려면 공동체원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위원장의 통솔력이 필요하다. 쉬운 일 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기적으로 해양쓰레기 청소를 진행했을 뿐인데 마을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성어업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율관리어업에 의지를 보였다. 이후 중왕어촌계는 어장 휴식년제를 도입하고 연 2회 바지락 종패를 살포하는 등의 적극적 자원관리로 자율관리어업에 더욱 힘썼다. 중왕공동체는 2016년 자율관리어업 모범공동체로 선정된데 이어 2018년에는 자립공동체로 선정되면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어장 정화 활동
어장 정화 활동

젊어지는 마을

중왕공동체는 ‘젊은 어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어촌체험마을을 만들어 조용했던 어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을에 활력이 생기자 귀어 희망자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또 중왕공동체는 2012년을 시작으로 귀어 정책을 마련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귀어인을 받기 시작했다. 적극적 귀어 유도로 올해 귀어한 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14명이 공동체에 들어왔다. 이외에도 귀어 희망을 밝힌 2명이 내년을 목표로 공동체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다 같이 먹고살아야 하는 공간이니 공동체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어촌계 가입비를 2년에 200만 원으로 낮춰 공동체 운영경비만 받고 있다. 돈으로 환산해서 사람을 받을 수는 없다”라며 계속해서 귀어인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도 중왕공동체원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컨설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 역량강화 사업으로 커피 바리스타 주민교육을 실시해 공동체원 11명이 교육 과정을 끝마쳤다. 박 위원장은 “젊은 연령대가 중왕공동체를 찾고 있어 마을이 젊어지고 있다. 우리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에 비해 귀어인의 유입이 많은 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촌뉴딜300사업으로 선정된 중왕공동체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현재 중왕공동체는 △선착장 공사 △청년 수산학교 △감태 특화거리 조성 사업의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 위원장은 “요즘은 청년수산학교 사업을 위해 통영을 찾아 견학하고 강의를 듣고있다”며 “어촌뉴딜300사업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자율관리어업이라는 작은 날갯짓으로 중왕공동체는 긍정적 나비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바지락 종패 살포 작업
바지락 종패 살포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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