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수산업협동조합 - 자연재해, 내실있는 운영으로 극복
양양군수산업협동조합 - 자연재해, 내실있는 운영으로 극복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2.1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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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상장제 추진 중요
양양군수협 남애위판장

[현대해양] 양양군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김정태, 이하 양양군수협)은 1930년 현남면 어업조합으로 시작돼 1975년 현재 조합명으로 개칭하고 1984년 낙산지점, 1990년 남애지점을 개점해 운영 중이다. 본소는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있으며 현재 13개 어촌계, 조합원은 460여 명이다. 직원수는 27명에 그치지만 2020년 상반기 기준 총자산 599억 원, 매출 12억 원으로 작지만 내실 있는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양양군수협은 힘든 한 해를 겪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너울성 파도로 인해 많은 재산피해가 있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어종변화 및 중국어선의 불법어업도 한 몫했다. 김정태 조합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조합원들과 함께 극복하며 한 해를 보냈다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울성 파도, 해수부 조치 미흡했다

강원도 양양군은 지난 5월 18일 발생한 너울성 파도로 어구와 양식시설에 큰 피해를 입었다. 쓰레기 처리 비용만 11억 원이 들었을 정도다.

김정태 조합장은 “현남면 인구항 일대에 해일급 너울성 파도가 몰아쳐 정치망, 자망, 통발 등 이 파손·유실됐으며 양식장 피해도 크다”라고 했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양양군수협 조합원과 어민들에게 떠맡겨 졌다. 김 조합장은 “동해안 특성 상 양식보다는 정치망을 이용한 어업이 주가 된다. 그런데 주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에서 나와서 1년 전 영수증 증빙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망 같은 경우 보통 5~10년을 쓰는데…”라며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사항은 주 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해양수산부 지침에 따르면 너울성 파도나 해일급 피해는 전체 피해금액이 24억 원 이상 돼야만 피해복구 지원이 가능하다.

너울성 파도는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나 태풍권 안에서 일어난 풍랑이 해변으로 밀려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 너울성 파도가 무서운 것은 먼 바다에서는 잔잔하게 오다가 얕은 해안가로 올수록 급격히 파도가 높아지는 점과 예고 없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이런 너울성 파도의 원인도 폭풍에 의한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발생원인이다.

너울성 파도로 인해 발생한 해양 쓰레기
너울성 파도로 인해 발생한 해양 쓰레기

의무상장제 추진돼야

덧붙여 김 조합장은 의무상장제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임의상장제 하에서는 수산물 위판장에서 개인 사이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하여 임의상장제는 효과적으로 수산물관리를 할 수 없어 수산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임의상장제를 통해 어업인들이 적절한 어가(魚價)를 받지 못하고 시장질서에 따르지 않은 어가로 받을 시 어민생활에도 큰 지장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의무상장제를 추진한다면 어민과 소비자가 모두 신선도 높은 수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거래하며 유통체계를 선진화할 수 있으며 정확한 수산통계를 통해 수산자원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정태 조합장이 너울성 파도 피해 현장을 찾은 모습
너울성 파도 피해 현장을 찾은 김정태 조합장(오른쪽)

살아 숨 쉬는 남애항 위판장의 새벽

동 틀 무렵, 강원도 3대 미항 중 하나이자 ‘리틀시드니’로 불리는 남애항은 바쁘게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양양군수협은 남애항에 활·선어 위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분주하게 잡아 온 물고기를 나르던 한 어민은 “남애항 위판장은 규모가 작지만 어민들의 활기가 가득 차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침 바다에서는 어선들이 정치망에 걸려있는 물고기들을 싣고 남애항으로 하나둘 도착하고 있었다.

새벽 6시 즈음 되자 김 조합장이 위판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 조합장은 45년 동안 바다생활을 한 베테랑으로 경매가 있는 날이면 새벽 4시 즈음 기상해 위판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어민들이 활·선어 구별 작업을 완료한 후, 양양군수협 소속 경매사가 배가 들어온 순서대로 경매를 시작한다.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은 40여 명. 이날 위판장의 어민들은 활력이 넘쳤다. 경매가 끝나고 난 뒤, 마주친 한 어민은 “오늘 경매로 60만 원을 벌었다”라며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라에서 사실 큰 도움이 돼 주지 못했다. 하지만 30년 동안 생활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이겨냈다”라며 한 해 소감을 전했다.

새벽 남애항 위판장을 찾은 김정태 조합장
새벽 남애항 위판장을 찾은 김정태 조합장

수온상승과 불법조업 이중고로 어획량 감소

김 조합장은 지구온난화와 중국어선 등으로 최근 어획량이 감소하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어가평균소득이 전년대비 6.6% 감소했고, 연근해어업생산량도 전년 대비 10만 톤 감소한 91만4,000톤을 기록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 김 조합장은 “10년 전엔 오징어나 쥐치가 많이 잡혔는데 최근에는 성게, 고등어 등이 잡힌다”라며 그는 “이러한 이유가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연근해 수온이 계속 상승해 오징어가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동해 북측으로 이동했다. 반대로 이렇게 기온이 상승해 고등어가 많이 잡힌다. 더불어 김 조합장은 “중국의 ‘쌍끌이’ 어선이 불법조업으로 오징어를 다 낚아간다면서 불법조업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김정태 양양군수협 조합장
김정태 양양군수협 조합장

불고 있는 변화의 물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양양군수협은 새 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양군수협 관계자는 “현재 본소로 쓰고 있는 건물은 40년 가까이 돼 청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항구 쪽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아직 군청과 공식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내후년 즈음 항구 쪽으로 신청사를 준공해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한, 김 조합장은 양양 근처가 관광으로 활성화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특히 양양군 일대 해변의 철조망을 걷어내니 관광객이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양양 인근이 서핑과 같은 관광지역으로 주목받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어민들이 내륙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양양의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 양양 해변가는 식당과 까페, 숙박까지 겸하는 서핑업체들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김정태 조합장은 “힘들었던 옛날보다는 그래도 지금 조합원 등 어민의 삶이 많이 좋아졌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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