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 통합행정 25년 무엇이 바뀌었나 - 해양과학 부문
해양수산 통합행정 25년 무엇이 바뀌었나 - 해양과학 부문
  • 정회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10.13 06: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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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1996년 유엔해양법(UNCLOS) 발효와 더불어 출범한 해양수산부가 폐지된 2008년 1월, 그 겨울바람은 유난히 추웠다. 이명박 정부의 해양수산부 해체 결정을 반대하기 위해 달려간 여의도에서 “해양수산부 해체는 갯수만 작은(적은) 정부가 될 뿐”이라고 어깨동무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해양수산 통합행정이 무너진 이명박 정부시절, 그리도 걱정하던 해수부 해체의 악영향이 해양과학부문에 있었을까? 해수부의 탄생(1996)과 해체(2008), 재탄생(2013), 그리고 지금 2020년, 그 질곡의 25년 세월을 해수부와 함께 해온 우리나라 해양과학계는 어떤 흥망성쇠를 겪어 왔을까?

해수부가 출범한 1996년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였던 한국해양연구소(KORDI)는 선박해양공학분소(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합쳐졌다. UNCLOS 발효에 부응, 배타적 경제수역(EEZ) 탐사연구 사업이 착수되었고, 관할해역 경계획정 등을 위해 2020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UNCLOS를 근간으로 탄생한 심해저 망간단괴 개발사업도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태평양 심해저에 망간단괴 개발광구를 비롯한 망간각·열수광상 광구 등 대한민국 영토(10만 ㎢)보다 넓은 총 11.5만㎢의 광활한 해외 해양경제영토를 확보하였다.

 

해수부 출범의 명분 ‘UNCLOS’

UNCLOS 발효와 함께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었다. 1996년 중국 칭다오에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를 개소, 황해-동중국해에 대한 한중 공동연구를 활성화하였고, 이면에서는 해양영토 경계획정에 대한 과학지식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였다. 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축(Chuuk) 주에는 2000년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를 개소했고, 이후 한·페루센터(2012), 한·인니센터(2018) 등이 개소하였다.

2003년에는 우리나라 해양과학 100년 역사의 획기적 사건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준공, 한중 해양경계 획정을 위한 해양과학부문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켰다. 2004년에는 남극권의 본격적 개척을 위해, 극지연구소(KOPRI)가 KIOST 부설연구소로 독립하였다. 이를 통해 해양과학(KIOST), 해양공학(KRISO), 극지연구(KOPRI)가 통합된 거대 해양연구조직이 탄생한다. 특히 KIOST 부설 통영 바다목장 준공(2007), 울진 동해연구소 개소(2008), 쇄빙선 아라온호 출항 및 울돌목 조류발전소 준공(2009), 천리안 위성발사(2010), 대형종합조사선 이사부호 건조(2016) 등 해양과학 탐사연구 인프라가 봇물처럼 확대되었다. 이 시점까지 해수부는 해양과학기술 발전, 특히 UNCLOS와 관련된 해양경계획정 그리고 해외 해양영토 개척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지원을 발판으로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연구부문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그간 수행되어 오던 대학 중심의 기초해양과학 연구개발도 교육부 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해수부 또한 동해연구, 이사부·아라온 활용 학·연 협동연구 등을 통해 대학지원을 확대했다. 즉 1996년을 기점으로 해양과학과 해양기술이 융합되고, 해양영토에 관한 조사·연구·개발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이사부호

KIMST 출범

2006년에는 해수부 연구개발사업 관리를 통합·지원하기 위한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 현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출범하였다. 신설 KIMST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통합기획, 예산배분, 연구개발, 성과확산 등이 추진되었다. 아울러 2006년 장항 산업단지 축소지연과 지역사회 민심 동요에 대응, 2008-2013년 6년에 걸친 국립해양생물자원관(MABIK) 건설 공사가 추진되었고, 2014년 개관하였다.

해양오염방제조합으로 출발, 선박·항만 등의 청소, 쓰레기 수거, 유출유 청소 및 예선사업 등 역할을 수행하던 해양환경관리공단(KOEM)은 2008년을 기점으로 해양환경공단으로 확대·발전하게 된다. KOEM은 2011년 해양환경조사업무를 시작으로 2013년 해양방사성물질 감시센터를 설립하고, 2019년 해양환경조사연구원까지 건립한다. 이를 기반으로, 해수, 퇴적물 등의 오염도 측정분석, 해양생태계 조사, 해양환경분야 첨단 실험시설 운영, 국가 해양환경정책수립 지원 등의 업무를 본격 추진하게 된다.

한편, 수로국으로 출발해 1996년 해수부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국립해양조사원(KHOA)은 2007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인수, 2009년 해양조사연구실 설치, 2019년 국립해양위성센터 설치 등 고속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2004년 설립이 허가된 한국해양조사협회는 2006년 수로업무법에 명시된 특수법인으로 발전, 폭발적 성장을 이어간다.

해양과학기술 연구부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정책적 노력도 지속되어 왔다.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OK21) 추진, 해양과학기술(MT) 추진계획 수립 및 대통령 보고(2004년), 미래해양과학기술 추진 등 굵직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계획이 입안되었다, 우선 해양환경생태계 분야에서는 MARPOL협약에 따라 1970년 말 제정된 선박오염 대응 위주의 해양오염방지법이 2008년 ‘해양환경관리법’으로 개정되었다.

이를 근거로 환경관리해역 지정·관리, 각종 해양환경 조사, 유해폐기물·해양쓰레기·적조 등 일반 해양환경관리 등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환경부 자연환경보전관련법 중 해양부문을 이관 받아 2006년 제정된 ‘해양생태계의보전및관리법’은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조사연구 등의 근거가 된다.

두 번째, 해양공간자원 분야의 공공유수면관리법, 공유수면매립법 등 주로 조간대 매립 관리를 위한 법들은 2010년 공유수면 통합관리를 위한 ‘공유수면관리및매립법’으로 통합되었다. 이를 통해 관할해역 전반의 점용·사용 허가 및 매립 관리는 물론 부두, 방파제, 교량, 수문,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관한 허가, 굴착 및 준설 허가, 포락지 관리 등에 관한 광범위한 영역의 관리를 위한 법률적 지원 근거를 확보하였다.

 

폭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해수부 25년 통합행정 과정동안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은 창조적으로 확장되어왔다. 연구(지원)기관 설립, 대형 연구조사선 건조, 해외 연구기지 건설 등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도 가희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관련 예산 및 인력도 증강되어 왔다.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관련된 모든 종사자가 만족할 만한 25년 통합행정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폭발적 성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구개발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국 대학에 설치되었던 수많은 해양학과가 폐지 또는 변형되었고, 해양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는 크게 감소했다. 팽창을 거듭해오던 해양연구개발 관련 산업계는 최근 조선·항만·물류산업의 불황과 더불어 신해양산업 창출 부진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KIOST 일부 연구원들은 해수부 소속에서 과학기술부로의 복귀를 희망한다고도 한다.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에서 해수부가 일시 폐지됨으로 인해 해양과학기술계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양수산부라는 부처를 가진 나라가 인도네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해양대기청(NOAA)이 우리 해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국가해양국(SOA)은 수년 전 폐지되어 여러 부처로 흩어졌다. 우리나라 해수부 탄생 명분이 UNCLOS 발효에 있었다고 하나, 혹자는 정치적 산물이라고도 한다. 외견상 우리나라 해수부가 존재해야 할 명분은 흐릿하고, 연구현장 분위기는 차갑다.

해양과학기술계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해양과학연구의 시작인 해양조사자료 생산은 DB구축으로 그칠 뿐, 자료의 활용도가 부족하다. 목적지향적 해양조사, 조사자료의 투명한 공유, 조사자료의 정책적·경제적·학술적 활용연구 강화 등 해수부 차원의 시스템적 연구개발 추진이 미약하다. 조사자료를 응용하는 연구원들은 연구비 부족을 호소한다. 경제성 등에 치우친 연구개발 목표의 경직성이 연구개발자를 숨 막히게 한다고 불평한다.

값비싸게 획득된 해양시료는 시료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여갈 뿐, 시료 활용도는 크지 않다. 큰 예산을 들여 구축된 연구개발 인프라의 활용도는 낮고, 이로 인해 예산낭비 지적을 걱정한다. 과도한 연구행정과 연구관리비가 연구개발 종사자에게 부담이라는 이야기도 오간다. 그렇지만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과 정부는 정작 연구개발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지어 연구개발 효용성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해양과학기지

해양과학기술협의회 창립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정보교류의 장마당이자 모든 해양과학기술 관련학회들의 모임인 해양과학기술협의회(KAOSTS)가 1999년 창립되었다. 출범과 함께 해수부 고위관료들이 참석하여 KAOSTS를 위한 강연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지금, 그러한 관심을 찾기는 쉽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인 2003년, 수산·항만·해양 등으로 분절되어 보이는 해수부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구심점 구축 노력이 있었다. 해수부가 하나의 통합행정체제로 존재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해양과학기술 분야에서 찾기 위해, 범 해수부 차원의 해양과학기술(MT, Marine Technology) 육성계획이 기획·추진되었다. 이 기획의 핵심은 수산, 항만, 해양자원·환경 등이 MT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되고, 따라서 MT를 추진하는 해수부는 통합된 단일 행정체제로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를 착근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MT 개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졌고,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해 존중하던 해수부 내 분위기는 바뀌었으며, 오늘날에는 심지어 해양과학기술의 체계적 통합·추진의 필요성조차 제기되지 않는다.

 

해수부 통합행정 필요성 재정립해야

해양과학기술계 불만족의 근원은 연구개발 업무의 체계적 역할배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정부, 연구자 등 최상위 서비스 수혜자가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거나 때로는 원하는 것들이 상호 충돌한다. 해양과학기술연구개발을 총괄하는 해수부 해양산업정책관의 업무는 경제부처인 해수부 성격상 산업정책적 성과물을 도출해야 하는데 집중된다.

그러나 해양현상 구명을 본분으로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창의적 기초해양연구 지원 부족을 호소한다. 예산권 있는 국립기관 또는 공단의 무한 연구영역 확장은 타 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위축시킨다. 해양조사 또는 시료보관 업무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업무성과 활용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관별 임무와 역할이 중복 또는 불분명하니, 이전투구 또는 상호불신이 팽배하다. 연구개발 지원기관은 주도적 연구기획을 위한 지배구조 변화를 말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해양수산 통합행정체계의 틀에서 탈출하는 것이 발전적일 것이라고도 말한다. 분열의 시작이다.

분열의 조짐을 막아야 한다. 해수부 산하 조사연구개발 관련기관 각각의 임무와 역할을 시급히 재점검하고, 관련 예산을 재편하며, 소통과 유통이 가능한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연구개발 종사자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구분·지원되도록, 기관별 업무영역이 재편되어야 한다.

해양과학기술 통합행정을 위해, 해수부의 발 빠르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우선 당장 해양수산 통합행정 선진화를 위한 가칭 ‘해양수산 통합행정 구현을 위한 제3차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을 범 해수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등 다양한 해수부 구성원(기관)들을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을 형성해야 한다.

해수부는 출범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해수부 통합행정의 필요성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일본이 2007년 해양행정 일원화를 위해 내각총리대신과 각료들로 구성한 ‘종합해양정책본부’ 근간에는 국내외 해양영토 개척·관리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2028년이면 우리나라 제7광구가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 출범의 명분이었던 UNCLOS 영향이 해수부 통합행정을 가늠할 먹구름 시험지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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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2020-10-14 17:12:10
행정 뿐만 아니라, 연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도 분열의 그림자를 만들진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우리 연구자들도 각성해야합니다!

해양인 2020-10-14 10:44:11
너나 잘하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