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계, 차세대 에너지에 미래 달렸다
조선해운업계, 차세대 에너지에 미래 달렸다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0.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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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넘어 암모니아·수소선박으로…
미국 수소선박 워터고라운드 호 가상도 (출처_ watergoround)
미국 수소선박 워터고라운드 호 가상도 (출처_ watergoround)

[현대해양] 인류의 신(新)에너지 ‘수소’와 그 자리를 넘보는 ‘암모니아’로 만든 선박이 바다를 항해할 일이 멀지 않아 보인다.

현재 조선해운업계는 친환경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공표한 환경규제 정책은 ‘IMO2020’으로 불린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박용 연료유 황산화물 함유율을 현행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낮춘 저유황유를 쓰도록 하는 규제다. 특히 IMO2020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도 높은 규제가 2050년까지 설정돼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IM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2050년까지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해운업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0%’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리하여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소연료선박과 암모니아선박이다.

 

IMO2020 규제에 대응하는 2가지 방식

현재 이 규제에 대해 조선해운업계가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 기존 고유황유(HSFO)에서 저유황유(VLSFO)로 교체하는 것. 두 번째,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하는 것.

첫 번째 방식은 선박을 교체·개조할 필요가 없기에 비교적 선사 부담이 덜하다. 다만 유가에 대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돼 가격리스크가 존재한다. 두 번째 스크러버 방식은 최초 설치비용이 선박 당 20~80억 원으로 가격 부담이 있다. 물론 초기 고정비용 투입 후 추가비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여기서도 또 다른 난관이 발생한다. 스크러버의 종류에는 크게 폐쇄회로형, 개방회로형, 하이브리드형 3가지가 있는데, 노르웨이 선급 DVN GL에 따르면 현재 80%에 이르는 선박들이 개방회로형 스크러버를 설치했다고 한다. 개방회로형은 사용한 유류를 해수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예상하듯, 개방회로형을 채택할 경우 해상오염 문제뿐 아니라 선박 입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미·중 등 주요 25개국 항만은 개방회로형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에 대해 입항을 금지했다.

 

일시적 해답, LNG선

조선해운업계는 대부분 저유황유 혹은 스크러버를 선택해 IMO규제 첫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제로화’를 추진 중인 IMO 규제에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리하여 최근 조선해운업계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난 친환경연료인 LNG선을 도입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LNG 연료는 기존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은 90% 이상, 질소산화물은 80% 이상, 이산화탄소는 15% 이상 배출이 줄어든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로 꼽힌다.

2015 ~ 2035년까지 80% 탄소감축 위한 선박연료 전망 (출처_ITF-OECD)
2015 ~ 2035년까지 80% 탄소감축 위한 선박연료 전망 (출처_ITF-OECD)

하지만 선박 신규 건조비용이 평균 2,300억 원으로, 기존 연료 위주 인프라시설에서 LNG 인프라시설로 전환되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LNG선 역시 온실가스 배출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기에 한계에 부딪힌다.

결과적으로 현재 IMO2020 수준에서는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겠지만 온실가스 제로화를 달성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더욱이 현재 LNG선을 도입하는 초기 상태지만 보통 선박의 수명이 20~30년인 점을 감안하면 IMO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2050년에는 모두 노후선이 돼버린다. 한국항만경제학회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세계정기선 업계의 IMO 2020 대응책을 종합해 보면 저유황유 사용이 62%, 스크러버 설치 36%, LNG 연료사용이 2%로 조사됐다.

 

IMO2050으로 나아가기 위한 차세대 선박 논의

국제에너지기구(IEA)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수소 등의 친환경·차세대연료 사용 비중이 점차 확대돼 2060년에는 신조선의 60% 이상이 사용할 것이며, 특히 암모니아가 이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측은 위 그림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국제교통포럼(OECD ITF)에서도 예측한 내용이다. 이처럼 LNG 연료에서 더 나아가 암모니아나 수소 같은 친환경·차세대연료를 사용하는 ‘미래형선박’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2)와 수소(H2)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대체 연료이며, 공급 안정성과 보관·운송·취급이 비교적 용이해 탈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연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수소연료선박의 어려운 기술 구현에 대비해 빠르게 실현 가능한 선박이다. 즉, 암모니아선박은 수소연료선박에 비해 기술적 난이도가 낮기에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암모니아선박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저장이 쉬워 수소보다 친숙하게 다뤄질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암모니아는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이것에 노출되게 되면 인체에 유해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취급 시, 적절한 감지시스템과 누출방지 설비, 누출 시 대응 메뉴얼 등이 필요하다.

수소연료선박은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해 전기를 생산해 추진하는 선박이다. 이 선박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수소연료선박은 오염물질이 거의 없으므로 앞서 언급한 IMO의 규제에 전혀 지장은 받지 않게 된다. 두 번째 장점은 높은 효율성이다. 가솔린 엔진 약 25%, 디젤 엔진 약 35%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지만, 수소를 사용하면 현재 기술로 40~60%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기에 연료비를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소 자체는 직접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자원의 한계가 없단 점도 수소연료선박이 가지는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수소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임은 분명하나, 기존 연료들에 비해 높은 기술을 요구하기에 적용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차세대 선박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국내 조선 3사는 모두 암모니아 연료 선박을 실제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4일 영국 로이드선급(LR)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이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2024년에 상용화할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이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8월 로이드선급으로부터 국내 최초 암모니아 연료 선박에 대한 기본 인증을 취득했다. 이외 한국조선해양의 타 조선 계열사도 2025년 암모니아 연료 선박을 상용화 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수소연료선박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외국은 현재 수소연료선박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단계이다. 미국은 2015년부터 연구를 추진해 ‘워터고라운드’호가 첫 항해를 할 예정이다. 독일은 이미 Zemship(Zero Emission Ship)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 선박을 건조해 운항하고 있다. 일본 역시 요코하마항에 자립형 수소 연료전지를 도입해 실사용을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도 역시 2021년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대규모 페리선을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소연료전지선박에 대한 개발은 더딘 상태이다.

차세대 친환경 연료전지 선박의 모습 (출처_KR)
차세대 친환경 연료전지 선박의 모습 (출처_KR)

수소사회는 시대적 흐름

암모니아선박, 수소연료선박은 온실가스 배출 50% 감소, 더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 수단이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구현 가능한 암모니아추진선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보면 수소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미래사회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자 여러 업종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는 친환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선언했다. 이 내용의 골자 중 하나가 바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50여 일을 앞둔 미국 대선에서도 친환경 논의는 뜨겁다. 민주당 차기대선 조 바이든 후보는 당선 시 2조 달러를 투입해 2035년까지 무탄소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소이다. 이처럼 곧 수소자동차, 수소대중교통 등 ‘수소사회’가 다가온다. 조선해운산업의 첨단·최신화, 더 나아가 경쟁력은 곧 수소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수소연료선박은 걸음마 단계지만 수소연료선박 개발기술의 기본적 토대인 세계 최고 수준의 극저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자동차 부분은 주도국 수준에 도달했다. 기본 기술력을 갖춘 만큼 하루빨리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 대용량저장기술 등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의 관련 법, 제도,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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