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㊲ 뻐꾸기와 붉은머리오목눈이
청봉의 새이야기 ㊲ 뻐꾸기와 붉은머리오목눈이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0.09.0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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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종족번식 전략
적갈색의 붉은머리오목눈이, 텃새, 몸길이 : 13 cm
적갈색의 붉은머리오목눈이, 텃새, 몸길이 : 13 cm

유월 초, 여름날의 더위 속에 야산의 돼지감자 밭에서 한 쌍의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뱁새)가 짝을 이루어 둥지를 마련하고 새 생명의 알을 낳는 신기한 모습을 목격하고 관찰기를 기록하였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뱁새, 영명 : Vinous-throated Parrotbill, 학명 : Paradoxornis webbianus)는 몸길이가 약 13cm인 작은 새로서, 현재 주 서식지인 갈대와 억쇠숲이 줄어드는 등 생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한반도에서 텃새로 종족의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3개의 작은 알 속에 1개의 큰 뻐꾸기알
붉은머리오목눈이의 3개의 작은 알 속에 1개의 큰 뻐꾸기알

짝을 이룬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마른 풀잎들을 모아 거미줄로 엮어서 튼튼한 둥지를 마련하고 새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청록색 알 3개 낳았음을 확인하였을 즈음이었다. 호시탐탐 주변을 살피던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순식간에 자신의 알(뻐꾸기의 알)을 남의 둥지(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속에 낳고는 둥지 주변의 숲에서 “뻐꾹우~ 뻐꾹우~ 뻑뻑우~, 내 새끼 잘 부탁한다”는 애잔한 부탁과 동시에 어미의 보살핌 없는 자식이지만 용감히 잘 성장하라는 격려의 노래를 부른다. 뻐꾸기는 알의 색깔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동일한 청록색으로 맞추었지만 알의 크기는 어쩔 수 없이 큰 알의 상태로 ‘탁란’하였다. (탁란 :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아 위탁해 포란시키는 새들의 습성. 두견이과 새들은 탁란 습성이 있다.)

 

일찍 부화한 뻐꾸기새끼는 부화되지 않은 붉은오목눈이의 알을 둥지에서 제거하고 둥지를 단독으로 차지한다.
일찍 부화한 뻐꾸기새끼는 부화되지 않은 붉은오목눈이의 알을 둥지에서 제거하고 둥지를 차지한다.

뻐꾸기의 알을 탁란 받은 어미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신의 둥지에 있는 새 생명의 씨앗인 알들을 작은 몸으로 큰 뻐꾸기의 알을 포함하여 정성으로 따뜻이 품었는데, 이미 냉혹한 야생의 생존 투쟁은 뻐꾸기 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뻐꾸기(Common Cuckoo / Cuculus canorus, L : 31~32.5)는 유라시아대륙의 아한대, 온대에서 번식하고, 아프리카 동남부, 미얀마 등지에서 월동한다. 산지와 인접한 개방된 곳에서 서식하는 여름철새이다. 5월 초에 도래하여 9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뻐꾸기들은 주로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으며, 딱새, 검은딱새, 개개비 둥지에도 자신의 알을 낳는 탁란을 한다.]

둥지를 독차지한 뻐꾸기 새끼는 빠른 성장을 한다
둥지를 독차지한 뻐꾸기 새끼는 빠른 성장을 한다

뼈꾸기의 알은 붉은머리오목눈이보다 빠르게 성숙하여 먼저 부화하였다. 갓 부화하여 눈도 뜨지않은 깃털도 없는 뻐꾸기새끼가 생존 투쟁의 몸부림을 시작한다. 뻐꾸기새끼는 부화되지 않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뿐만 아니라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의 사랑과 보살핌도 단독으로 차지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들은 자신의 새끼를 죽인 뻐꾸기새끼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하여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먹이를 물고 나르고 정성을 바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은 자신보다 더 큰 몸집으로 성장한 뻐꾸기새끼의 왕성한 식욕을 충족 시키기 위하여 온갖 곤충들을 물고 날으는 수고를 다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날개로 덮어주고 바람이 불면 날개로 막아내며 남의 자식을 키워냈다.

 

둥지를 독차지한 뻐꾸기 새끼는 빠른 성장을 한다
둥지에 가득 찬 뻐꾸기새끼는 어미뻐꾸기를 따라 야생의 세계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뻐꾸기는 “고맙다 뻑꾹, 고맙다 뻑꾹, 뱁새야~~” 붉은머리오목눈이에게 감사의 노래를, 자신의 새끼인 뻐꾸기새끼에게는 “뻐꾹~ 뻐뻐꾸욱, 뻐꾹~ 뻐뻐꾸욱” 목소리로 뻐꾸기의 정체성의 DNA를 전달하여 성장 후에는 어미 뻐꾸기와 함께 뻐꾸기로 야생의 세계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뻐꾸기를 포함한 두견새과의 새들은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탁란하고 자신의 새끼를 키우는 수고까지 위탁하는 엉큼한 습성을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을까?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신의 새끼를 희생시킨 남의 자식(뻐꾸기새끼)까지 잘 키우기 위하여 정성과 노력을 바치는데, 이 희생의 원천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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