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비행선박산업(주) - 위그선 상용화로 ‘바다의 보잉’ 한 발짝
아론비행선박산업(주) - 위그선 상용화로 ‘바다의 보잉’ 한 발짝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6.03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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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점 청신호

[현대해양]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하늘을 나는 배’를 상용화하는데 우리나라가 출발선을 끊게 돼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정통 해양수산 베테랑도 버거운 일을 국내 벤처기업이 해내면서 떡잎부터 남달랐던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의 저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위그선 세계 1위 자리매김

위그선(WIG; Wing in ground)은 수면비행선박의 한 종류로 해상 이·착륙이 가능하며 수면 위를 운항하는 차세대 선박이다. 그간 중국, 러시아, 호주, 싱가폴, 독일, 이란 등 각국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에 나섰으나 번번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던 차에 우리나라 벤처기업인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화제다.

지난 3월 31일 한국선급(KR)은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의 8인승 위그선 ‘M80’기종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수면비행안전검사기준에 적합하게 건조됐음을 인증하는 건조승인(Approval for Construction)을 부여했다.

M80는 주로 수면위 5m 고도로 비행하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으로 인정하는 492ft(150m)까지 비행 가능하다. 비행속도는 최고 250km/h(130knots)이며, 한 번에 600km(320NM)의 장거리도 운항 할 수 있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에서 개발한 M50, M80모델은 20만km 이상의 자체 실 해상 시운전 경력을 보유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위그선이다.

KR 승인으로 내년께 출시 예정인 M80을 결합한 형태의 ‘20인승 위그선’ 출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2022년까지 ‘20인승 위그선’ 모델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위그선은 해상관광, 여객운송, 해양경찰, 방산, 공공부문 등으로 이용 가능해 활용가치가 높다. 위그선이 본격적으로 운항하게 되면 우선 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현재 울릉도를 가려면 포항에서 하루 1번 쾌속선을 타고 3시간 30분가량 소요됐다면 위그선을 이용하면 배멀미 없이 포항에서 1시간이면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하루 6~7회 항차도 가능하다. 위그선은 울릉도뿐만 아니라 서해5도, 백령도 등 도서주민들의 일일생활권화와 해양관광 활성화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욱 아론비행선박산업(주)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 섬 관광지 중 공항을 보유한 곳은 1%가 안 된다. 새로운 해양수송체계인 위그선이 각국의 섬 관광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위그선은 특히, 군사용으로 활용가치가 기대된다. 조 대표는 위그선 사업에 뛰어들기 전 아시아에서 성공한 방산중개업계 무역인이었다. 조 대표는 “전세계 어디 내놓아도 팔 수 있는 무기체계를 발굴하던 중 해상작전, 수색구조, 감시정찰이 가능한 위그선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며, “위그선은 기존 해양무기체계에 비대칭 전력이 될 수 있으며 안보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작전용 헬기인 링스(LYNX)의 경우 구매비용만 600~700억 원을 상회하는데다 1시간 운용비용만 500만원 가량으로 알려진데 비해 위그선의 경우 구입비는 1/10 정도에 1시간 운용비용도 1/10 가량으로 대폭 감소돼 디핑소나등을 탑재 운용 시 비용 대비 효과에서 해양안보 역량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분석이다.

조현욱 대표
조현욱 대표

13년 동안 꺾이지 않은 날개

서로 이질적인 선박과 항공기 특성을 결합한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의 위그선 기술은 ‘대한민국 국가핵심기술(조선분야 고부가가치선박 설계기술)’로 지정됐다. 타국에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에 부여되는 국가핵심기술은 현재까지 130여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수 60여명 규모의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이 이렇게 활용가치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음이 명약관화다.

위그선은 수면과 날개 사이 발생하는 지면효과(Wing in ground effect)를 이용해 비행해야 하므로 무조건 가벼운 복합소재를 써야 하지만 파도에 견뎌야 하고, 언제라도 활주로가 아닌 해상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견고해야 한다.

2008년 설립된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지난 2012년 IMO 기준을 반영한 해양수산부의 수면비행선박기준이 최초 제정된 이후 KR과 2014년부터 위그선의 위험성평가 및 검사를 진행해 왔다. 2015년 M80 기종의 공식적인 안전성 평가를 완료했으며, 2016년 사전도면 승인을 토대로 설계-제조-시운전을 거쳐 지난 3월 6일 인증서 발급 직전 단계인 M80의 2차 시운전검사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KR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기자재, 안전설비, 추진기관 등의 안전규정과 강도 등이 선박 수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더욱 깐깐해진 KR 기준을 통과하기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13년 동안 위그선 상용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으면서도 위그선 개발이 좌초되지 않았던 이유는 조 대표의 소신과 혜안 때문이다. 국내 또 다른 위그선 제조업체인 ‘윙쉽중공업(주)’이 수백억 원 규모의 정부지원을 등에 업고 50인승의 대형위그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선례를 남긴 바 있다. 아울러, 중국·러시아 등 대부분 국가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위그선을 겨냥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데 반해 무역인 출신인 조 대표는 애초부터 상업적 거래를 염두에 두고 운용이 용이한 위그선 개발에 초점을 맞춰 4인승부터 8인승, 20인승, 30인승 순으로 연구개발플랜을 수립했다. 조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 위그선은 조립형태로 격납·적하·운반이 용이하고, 정비도 쉬워야 한다. 또한, 10~30억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 대표의 위그선은 사업성을 높게 평가받아 포스코,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170여억 원을 투자를 이끌어 냈다. 또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등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위그선상용화추진단’의 조력을 받으며 전 세계 시장 공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전열 정비하고 대량생산 체제로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울릉도 상업 운항용 위그선 20척과 인도네시아에서 2척 등 국내외 22척의 위그선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스페인과 중동국가 등으로부터 10척의 구매약정서를 맺었으며, 태국, 콜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구매의양서를 받는 등 대내외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위그선 시장규모를 34조원대로 추산하는 등 위그선은 새로운 산업 동력원으로 부상할 시그널이 명확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량생산 기로에 선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현재 블루윙(주), 아론해양산업(주)이 관계사로 존재하나 위그선 생산주문 증가세에 발맞춰 제조라인의 외연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위그선은 220여개 파트로 구성돼 항공기, 선박, 자동차 산업과 같은 파트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현재 부품 수 대비 국산화율이 70%인 점을 감안해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국산부품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염두해 두고 있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2021년께 연간 200대 가량의 위그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하면 약 500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제조뿐만 아니라 정비, 설계, 리스, 금융, 해외대리점 등의 기반을 마련해 산업다운 면모를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한편, 해사안전법, 선박법, 수상레저안전법, 해운법 등 각종 국내법에 수면비행선박을 명시하여 제도적 공백을 최소화한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세계 1위의 위그선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전 세계 규격을 표준화하는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중국이 의장국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유일한 선급인증을 갖춰 대량생산 여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IMO에서 위그선 관련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올해 안에 ‘국제비행선박협회’를 설립해 앞으로 해외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은 세계 최초로 위그선 전문 교육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해기사 6급을 소지한 예비 조종사를 대상으로 아론비행선박산업(주) 소속 육해공 조종사 출신 3명의 교관이 새만금에서 실습교육(95시간)을 진행하는 커리큘럼이다.

조 대표는 “글로벌 항공업체인 보잉사가 1916년 처음으로 선보인 항공기가 ‘수상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론비행선박산업(주)도 본격적으로 ‘바다의 보잉’의 첫발을 내딛게 된데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우리나라 위그선이 전 세계 무대에 운항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군사용 위그선
군사용 위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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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2020-06-03 18:43:10
정말 낭보 입니다.
수면비행선박이 세계 바다위를 많이 날아다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