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만 뛰어들었어도 전원 구조 가능했다”
“바다에만 뛰어들었어도 전원 구조 가능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05.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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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제일 먼저 도착해 구조활동
채낚기 대형선망어선은 야간수색작업 도와


지난달 16일 탑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6,825톤급)가 진도 앞바다 병풍도 근처를 항해할 무렵 좌초돼 진도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 302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구조자는 174명에 그쳤다. 그나마 174명의 승객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인근 어업인들의 발 빠른 대응과 위험을 무릅쓴 구조활동 덕분이었다. 그런데 초기 대응만 제대로 했으면 전원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왜냐하면 사고 당시 관제센터를 통해 구조요청을 받은 선박들과 목포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소식을 접한 어선들이 세월호 침몰 당시 이미 사고 선박 주변에 달려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초기에 선장이 탈출하기 전 빠른 퇴선 조치를 했다면 더 많은 인명을 살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경비정인 P-123정을 타고 출동해 9:38분경 세월호로 건너가 구명정을 펼쳤던 목포해경 이형래 경사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상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구조할 사람이. '아 이거 큰일났다' 생각이 들며 그때부터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갑판 위에 구명조끼만 입고 나와 있었어도, 바다에 다 뛰어들기만 했어도, 전부를 구할 수 있었지 않았나”하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던 낚시배 선장 조양복씨는 “(승객들이) 사고 당시에 전부 다 바다로 뛰어들었으면 다 구했다. 조류가 아무리 빨라도 우리같은 배가 수색하는데, 여기서 1km를 벗어나도 2~3분 안에 다 찾아가지고 와버린다” 말하고 대다수 승객들은 탈출 놓친 것을 애석해했다.

안타깝게도 퇴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퇴선 조치를 하고 탈출을 도와야 할 선장과 승조원(선박직원)들이 승객들보다 먼저 세월호를 탈출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선장과 1등 기관사 손모씨 등 승조원 10여 명이 탈출해 구조된 것은 9시50분. 선장은 9시38분 해경 헬기와 경비정이 도착하자 선원들에게만 퇴선 명령을 내리고 조타실을 빠져 나왔다. 이전까지 승객들에겐 “현 위치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수차례 방송을 한 상태였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을 놓친 결정적인 이유는 선장이 관제센터에서 퇴선을 지시하는데도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조를 위해 달려온 두라에이스호도 교신을 통해 9시14분부터 “탈출하면 구조하겠다”며 탈출을 권고하는데도 해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세월호는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9시30분까지 내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때 한성호를 비롯한 어선 20여 척이 이미 9시14 분전후로 여객선 탈출에 대비해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구조를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서거차도 어업인과 관매도 어업인들이었다. 이 때가 9시 38분경. 고용민 관매도 어촌계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착해보니 45도 기울어 있었다. 볼 것도 없이 바로 구조에 나섰다. 우리 배에 태워서 경비정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두라에이스 문예식 선장은 “9시 15분에만 퇴선했었어도 날씨도 좋고 충분히 많은 인명을 구조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업인들의 활약은 컸다. 사고 첫 날 20여 척의 어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출동해 이들의 도움으로 174명을 구조했고 야간 수색작업에서는 채낚기 어업인들이 집어등으로 밝히며 밤을 낮같이 밝혔다. 저인망 닻자망 어업인들은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그물을 설치했다. 잠수기수협 조합원들은 민간 잠수사로 수색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어업인들은 “승객들이 좀 더 빨리 구조를 위해 물로 뛰어들었다면 좀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한결같이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시간대별 상황

08:48 진도 앞바다 병풍도 인근에서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급선회
08:50 순식간에 좌현으로 60도 기움
088:52 우측으로 다시 급선회 속도 급격히 떨어짐.
08:52 승객이 전남소방본부에 최초 신고
08:52 세월호, 제주 VTS에 조난신고

08:58 목포해경에 접수
08:54 1층 기관실 직원등 선원 8명쯤 함교로 모임
09:00 천천히 기울던 선박 갑자기 빠르게 기울기 시작
09:05 이준석 선장, “동요하지 말고 잠시 기다리라” 방송 지시
09:07 진도연안VTS가 교신 통해 세월호 침몰 중 상황 확인 후 인근선박에 구조요청 
09:14 둘라에이스호 교신으로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 보고 후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 교신
09:17 세월호, “선원들 브리지(조타실) 모여있다. 빨리 와주기 바란다”고 구조요청
09:23 둘라에이스호, “우리가 바로 앞에 있는데 대기하고 있다가 탈출하면 구조하겠다” 교신.
09:23 진도연안VTS, 인근 윙자앙(YING XIANG), 드래곤에이스11호에 구조 요청
09:24 진도 관제센터 “(승객들)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지시
09:30까지 세월호 “현 위치 벗어나지 말라” 수차례 선내 방송
09:30 배가 좌현으로 90도 가량 기움
09:35 세월호, “구명조끼 입으라” 방송
09:38분경 목포해경서 헬기 및 경비정 P-123정 현장 도착
09:38 세월호 “배가 60도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고, 지금 항공기까지 다 떴다. 해경”--마지막 교신
9:40 이준석 선장, 선원들에게 “하선 조치, 퇴선조치하라” 명령
09:45 진도 연안VTS, 세월호 호출. 응답없음(이탈 추정)
09:45분경 해경헬기(B511호)가 최초 6명 구조
09:50 이준석 선장과 1등기관사 손모씨 등 선원 10여명 탈출
09:50분경 P-123정이 80명 구조.
11:00까지 해경 161명 구조
11:20 세월호 침몰(침몰 직전까지 174명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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