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수산시장 가보니…하염없이 손님 기다리는 상인들
[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수산시장 가보니…하염없이 손님 기다리는 상인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3.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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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 해결될 날만 기다리는 것 뿐...”
가락몰 판매동 전경
가락몰 판매동 전경

[현대해양 정상원 기자] 국내 대표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3일 가락시장 내의 청과부류 중도매인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시장으로 향했던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끊긴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19가 잠식되기만을 기다리는 시장 중도매인들과 상인들의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8일 기자는 가락시장 현장을 다녀왔다.

가락시장은 1985년 국내 최초의 최대규모 공영도매시장으로 개장했다. 청과와 수산부류를 거래하며 연간 230여만 톤의 거래물량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수산부류의 거래물량은 2019년 기준 9,4298톤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에서 가락시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가락몰은 수산물과 건해산물을 포함한 다양한 1차 식자재들과 가공식품들을 판매한다. 가락몰 1층은 가락시장에서 경매된 신선수산물과 건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동이다. 판매동 바로 옆에는 회센터가 있어 신선한 횟감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2층의 식품종합상가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수산전문점을 포함한 전문식당가들이 즐비해있다. 그러나 늘 활기찼던 가락시장이 기자 방문 당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이었다.

 

방문객도 줄고 배달도 줄었다

벽면 마다 붙어있던 마스크 필수 착용 문구
벽면 마다 붙어있던 마스크 필수 착용 문구

기자가 도착한 가락몰 1층 판매동 입구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내부로 들어가 활어 및 선어를 판매하는 수산구역에 들어섰지만 좀처럼 손님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방문객이 없어 한가로운 분위기였으며 일부 구역에서는 상인들이 여럿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를 손님으로 착각하고 반갑게 맞이했던 K수산 상인은 기자가 손님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자 다소 씁쓸한 눈치를 보였다. K수산 상인은 "이번 달 초만 해도 저녁에는 사람들이 꽤 방문하는 편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어도 이정도로 사람이 없지는 않았는데 지난주 청과부류 쪽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문객이 급격하게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달서비스를 함께 진행하는 K수산 상인은 "이번 주 회 배달주문도 줄었다. 지난 주 월요일은 20건, 화요일은 25건 정도의 주문이 들어왔었는데 이번 주는 하루에 14건 전후로만 주문이 접수된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회 배달 주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텅 빈 수산물 판매동에서 상인들만이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텅 빈 수산물 판매동에서 상인들만이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도중 간간히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활어보다는 건해산물이나 젓갈류를 구입하고 곧장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젓갈을 판매하는 M상회 상인은 “요새는 손님들이 시장을 찾더라도 수산물을 포장해 가는 편이 더 늘었다. 그렇다고 해도 시장 내 손님이 확연히 줄었기 때문에 상인들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식당가도 한산...손님 기다리는 상인들

수산 판매동과 붙어있는 회 센터 역시 조용했다. 식사 중인 테이블도 있었지만 손님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앉아있는 직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가게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S회 센터 주인은 “이번 달 첫째 주만 해도 꽤 손님이 있는 편이었는데 지난주 주말부터 방문객이 확실히 줄었다”라며 “코로나19의 백신이 개발돼야 이 사태가 끝날 것 같다. 해결책이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그는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수조만 바라봤다.

비어있는 3층 식당가
비어있는 3층 식당가

한산하기는 3층의 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가게들은 영업을 쉬고 있었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식당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식당가 주인은 “예전에는 이 시간이면 식당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자리가 없어 앉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보니 식당들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쉬고 있다”고 전했다.
 
가락몰 상인들은 그나마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주말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방문객 수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일지라도 평일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영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상가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대료 인하 규모는 6개월 간 50%이며 지원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에서도 지난 18일부터 임대료 및 시설사용료를 감면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모집 중에 있다. 지원대상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임차인과 중도매인으로 연 매출액이 연 50억 이하일 경우 신청가능하다. 가락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감면대상 신청은 이번 달 30일까지이며, 선정된 대상은 오는 4월부터 7월까지 임대료 및 시설사용료를 75%를 감면받을 수 있다.

현장을 살피고 가락시장을 빠져나왔지만 한적했던 가락몰 풍경이 지워지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잠식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계속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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