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과 ‘활용’ 가능한 갯벌
‘보전’과 ‘활용’ 가능한 갯벌
  • 육근형 KMI 해양환경연구실장
  • 승인 2020.03.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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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명 어우러지는 갯벌
육근형 KMI 실장

[현대해양] 아직 봄꽃이 피기 전이지만 바다에서는 수확의 손길이 바쁘다. 추워야 제 맛을 내는 굴이나 수출 효자 상품인 김을 채취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매생이가 겨울철 별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어민들이 갯벌에서 긁어내며 겨울철 잠깐 맛보던 매생이는 이제 새로운 양식 품목이 되어 마트에서 주문하는 포장상품으로 변신했다. 이들 모두 지역에는 중요한 소득원이다.

패류와 해조류는 대부분 서해와 남해안 갯벌, 그리고 그 인근의 바다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갯벌바다라고도 부른다. 수 미터씩 물이 빠지는 갯벌에서 바다와 뻘의 경계를 나누기 힘들기 때문이겠지만, 그 사이를 오가며 사는 생물을 봐도 갯벌바다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간척, 매립은 그만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논밭을 늘리겠다며 서울시 면적에 준하는 갯벌을 메우기도 했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을 마지막으로 그런 대규모 간척이나 매립은 거의 사라졌다. 2003년 2,550㎢이던 갯벌 면적이 2008년 조사에서 2,482㎢ 수준으로 줄었다. 10㎢ 남짓 줄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조사 기법의 차이도 있고,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더 이상 갯벌이 간척이나 매립의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육지의 논밭에서 쌀과 곡물을 길러내듯 갯벌은 우리에게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약 3조원의 가치로 평가받던 갯벌은 2012년에는 17조원으로 급등했다. 시장가치가 아니어서 화폐로서 의미가 있고 직접 거래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갯벌의 가치 중 수산물 생산가치가 전체의 41%에 달한다. 보존 가치(27%)와 서식지(15%), 수질 정화(15%)의 가치가 뒤를 잇는다. 갯벌에서 어업을 하는 어장이 갯벌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것만큼 수산물 생산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유사한 것도 흥미롭다. 그만큼 수산물 생산지로서 가치가 사람의 인식만큼 주목을 받는 듯하다.

ⓒ신병문

갯벌 관리 쉽지 않아

그러나 간척과 매립에서 어렵게 지켜온 갯벌이지만 이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촌에 사람이 줄고 있어서이다. 어가 인구를 보면 1999년 31만 5,000명이었는데, 2017년에는 12만 2,000명으로 급감했다. 절반 넘게 줄었다. 줄어든 인구에 더해 고령화도 문제다. 우리 사회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5% 정도인데, 어촌 지역은 그 비율이 31.1%에 달한다. 농촌지역 고령화 비율 30.9% 보다도 높다. 어가 인구 중 50대 이하는 불과 28%이다. 65세 이상이 50세 이하보다 많다. 암울하기 짝이 없지만 2025년 예측으로는 고령화 비율이 45%까지 증가한다. 정리하자면 어촌 인구는 지난 20년 사이 절반 이상, 젊은 사람의 수는 절반의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또 갯벌에서 발생하는 다른 문제로는 최근 늘어난 외래종 문제도 있다. 일명 갯끈풀(정식 명칭으로는 영국갯끈풀과 갯줄풀 두 종이 있음)로 통칭되는데, 이들은 전 세계 100대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갯벌에 들어서면 다른 생물이 살 수 없어 갯벌은 ‘녹색 사막’으로 변한다. 갯끈풀은 전남 진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2015년 학계에 보고된 이후, 연 평균 50% 이상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서천, 안산, 강화에서도 발견되었다. 정부가 관계 기관과 공동으로 수작업으로 제거하기 시작했지만,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번지는데다, 씨앗으로 날아가 번성하는 갯끈풀을 막아내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편 외래종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 갯벌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쏙 때문에 여러 곳의 바지락 양식장이 초토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탓인지, 연안 개발 사업 탓인지 밝혀내기 쉽지는 않지만 갯벌에서 나타나는 이런 변화는 분명 달갑지 않다.

ⓒ신병문

 

훼손된 갯벌 복원

그동안 정부라고 갯벌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9년 제정된 「습지보전법」에 따라 해수부는 갯벌 등 연안습지를, 환경부는 내륙습지를 나누어 관리해왔다. 이 법의 핵심적인 관리수단은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2001년 무안 갯벌을 시작으로 2018년 신안갯벌까지 총 13개소, 1,422㎢에 달한다. 갯벌 전체의 절반이 넘는 57%의 면적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남해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습지보호지역이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매립이나 개발이 금지되기 때문에 갯벌을 온전히 유지하기에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또한 훼손된 갯벌을 복원하는데도 힘을 써왔다. 쓰다가 방치한 염전이나 양식장을 찾아내 제방을 헐고 해수를 유통해 갯벌로 되돌리기도 했다. 경제성이 떨어진 폐양식장을 대상으로 순천만과 서천, 고창, 서산 등에서 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섬을 오가는 길을 갯벌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노둣길도 복원의 대상이다.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서 설치한 노둣길이지만 바닷물의 흐름을 막아 주변 갯벌에서 생물이 살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 때문에 전남과 인천, 경남의 노둣길 여러 곳에서 해수가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거나 교량을 놓아 물길과 갯벌을 살리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편 갯벌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는 지역민들은 더 많은 수산물을 얻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갯벌에 바지락 종패를 뿌리거나, 갯벌의 토질을 바꾸기 위해 모래를 추가하고 트랙터 등을 이용해 갈아엎기도 한다. 충남의 근소만에서는 여기에 더해 갈대와 같은 염습지를 조성하고, 얕은 바다에는 잘피숲을 조성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아직 사업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수산물 생산이나 경관 개선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어촌인구 감소

지난 20년간 갯벌의 절반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복원사업도 확대하고는 있지만, 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열악한 여건이나 외래종의 출현, 갯벌 환경의 급변과 같은 외부 요인에 대응할 역량은 떨어진다. 지키고 관리할 사람이 줄고 외부의 환경변화는 잦아지면, 결국 갯벌의 상태나 가치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전 목적의 습지보전법만을 그동안 갯벌에 적용하다 보니 갯벌의 생산이나 지역민의 경제나 삶에 대해서는 방법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개발을 억제한다는 개념을 넘어설 때가 되었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갯벌에서의 생산과 이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에 작년 1월 국회에서는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갯벌을 보전·관리하고 이를 통해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갯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법률적으로 처음 갯벌을 정의하면서, 갯벌의 위쪽인 바닷가와 아래쪽인 수심 6m의 얕은 바다까지 관리범위로 삼았다. 이른바 생태적인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흔하게 보는 꽃게나 해양보호생물인 갯게처럼 갯벌의 위와 아래를 오가며 먹이를 얻고 새끼를 낳는 생물이 많기 때문이다.

 

생산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

또 갯벌법에서는 갯벌을 용도와 특성에 맞게 보전구역, 안전관리구역, 휴식구역, 생산구역, 체험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어업생산을 지원하기도 하고, 휴식년제 같은 채취 활동 제한도 함께 이루어진다. 생산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육지에서도 지력이 떨어진 논밭을 휴경하듯이 말이다. 수명이 1년 안팎인 낙지의 경우 한철만 수확을 자제해도 그 새끼가 늘어 다음해는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개입과 주민의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법률에서는 안전관리구역이라 하여 갯벌에서 종종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관리하고자 한다. 빠르게 물이 차는 갯벌에서 자칫 안개라도 끼거나, 발이 빠지지 않아 갯벌을 잘 아는 마을 사람조차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전에 위험한 구역을 정해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지금도 일부 갯벌에서는 바지락 캐기 같은 체험 행사가 난무하고 있다. 5천원 남짓 낸 관광객들이 갯벌 여기저기를 뒤집고 밟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때문에 한두 해 반짝 하고 나면 조개도 없고 사람도 없어진다. 일정 구역을 정해 필요한 시설을 하고, 채취량을 제한해 가며 체험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갯벌체험구역이 이런 목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신병문

청정갯벌제도

법률에서는 청정갯벌이라는 제도도 눈에 띈다. 갯벌이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하게 관리되는지를 검토해 정부가 ‘청정갯벌’로 지정하려는 제도이다. 수산물 자체의 안전성은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이나 수산물 이력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수산물이 생산된 바다와 갯벌이 청정한지, 안전한지를 알아야 신뢰가 더해질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패류를 수입하기에 앞서 엄격한 위생관리를 요구한다. 이미 30년 전부터 미 식품의약청(FDA)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나와 위생점검을 해왔다. 우리가 수출하려는 패류 자체의 안전성은 당연한 것이고, 이들이 생산되는 바다 자체가 안전하게 관리되는 지를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도 ‘청정갯벌’이라는 제도를 통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갯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기서 생산되는 수산물 전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공유재로서의 갯벌

이밖에 새로운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법률적 근거가 미약했던 ‘갯벌 복원’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서남해안 연안에는 기능을 잃은 방조제나 간척을 위해 남겨놓은 호소의 재개방 요구가 거세다. 내부 수질을 맞추기도 어렵고, 쌀 생산 자체의 채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갯벌을 막아서 얻었던 이익보다 손해가 더 커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토지였던 곳을 다시 바다로 바꾸는 작업이 그리 단순치는 않다. 토지 소유주 보상도 필요하고, 지적이 있던 토지가 공유수면으로 바꾸는 일 역시 처음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법률에 근거가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보전과 이용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아닐 터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바람과 현실이 타협하고 양보해야 한다. 갯벌을 생태계 보호로만 봐서도, 어민들만이 이용하는 어장으로만 봐서도 안 될 것이다.

공기와 물과 같은 공유재로서 갯벌을 이해해야 한다. 갯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세대도 고려해야 한다. 부디 이번에 제정된 갯벌법이 갯벌을 건강하면서도 생산적으로 관리해 후손에게 고이 넘겨주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병문

 

* 사진제공 : 신병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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