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양식산업, 돌파구 없나?
위기의 양식산업, 돌파구 없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3.09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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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고 생산금액 추락 이중고

[현대해양] 국내 양식어류 소비량이 날이 갈수록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이어 생산금액 하락세까지 보이며 어류의 원가경쟁력 확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양식산업 뿐 아니라 수산업 분야의 전반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개선책이 시급히 강구 되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식업계에 무슨 일이?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던 양식산업의 실적이 지난 2017년도를 기점으로 줄곧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이 주관한 ‘2020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양식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양식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그에 반해 생산금액은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https://www.fips.go.kr)에 따른 통계표 <표1>을 보면 2019년 국내 양식수산물 생산량은 238만 톤으로 2018년 225만 톤 대비 5.9% 증가했으나, 생산금액은 2019년 2조 8814억 원에서 2018년 2조 8,064억 원으로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표2>를 보면 전체 양식생산금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조류(33.2%)를 제외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상품인 어류의 생산금액이 2018년 9,289억 원 대비 2019년 8,681억 원으로 10% 감소, 패류의 생산금액이 2019년 9,369억 원 대비 2018년 9,317억 원으로 0.3% 감소하면서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10%의 생산금액 감소를 보인 어류 중에서도 광어의 경우는 수출금액 또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일본과 미국으로의 광어 수출 물량은 2018년 대비 4.6% 늘어난 2,589톤이었지만 수출금액은 전년보다 19.3% 줄어든 3,242만 달러에 그쳤다.

이렇듯 양식어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산금액의 하락은 어류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KMI 자료에 따르면 수산물 생산금액 하락의 이유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장 큰 요인은 ‘양식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 가치 저하’라는 설명이다.

 

국내 수산물 소비량 감소...이유는?

한편 국내 소비자들의 수산물 선호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통계시스템(http://www.mof.go.kr/statPortal/)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09년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2018년도의 경우는 66.4kg의 수치를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이르는 소비량을 보였다.

이처럼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양식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가치 저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수입산 수산물로 옮겨져버린 현실을 반영한다.

수입산 수산물이 대거 들어오면서 광어와 우럭 등의 국내 양식어류 소비량은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광어의 국내 소비량은 2017년 37,584톤에서 2018년 33.192톤 그리고 2019년 32,940톤(잠정치)로 점점 하락하는 양상이다.

출하 대기물량에 비해 소비량이 턱없이 부족하자 이는 광어 산지가격의 하락세로 이어지면서 kg당 1만 7,000원(2017년 10월 기준)의 도매 판매 시세를 보였던 광어는 현재 8,000원 선의 가격대까지 떨어졌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유통사업부 관계자는 “현재 전 사이즈(600g~2.5kg)의 광어가 8000원 대 가격으로 떨어졌다”라며 “전기료나 수도세, 인건비 등을 감안해서 현재 광어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관계자는 “연어와 같은 수입산 어류로 인해 광어의 소비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젊은 층이 광어를 찾지 않다 보니 입식량을 계속해서 줄여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회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우럭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우럭 가격은 전년대비 13% 낮은 kg당 8,250원이었으며,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던 2017년(kg 당 7,970)에 비교해도 낮은 가격이었다.

 

회 시장은 커졌지만...국내 양식은 위태로워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상품으로 인식됐던 국산 활어는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 등의 대량수입으로 그 부가가치를 잃게 됐다.

이에 이러한 양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양식산업의 입지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이를 수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창모 KMI 수산정책연구실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국산 어류의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양식산업 뿐 아니라 수산분야의 기타산업 모두 성장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침체된 국내양식어류 소비량을 개선시키기 위해 제주산 광어를 지역 관광자원으로 홍보시켜 적체 물량을 소화해 나가야 한다는 대응책이 제시됐다.

백은영 KMI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은 “수입산 어류가 들어오면서 선어회나 숙성회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 회시장 자체가 커지게 된 순기능은 있었지만 수입 어류에 밀려난 국내산 활어 소비에 대한 대응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소비방법으로는 광어를 제주도만의 관광상품으로 홍보해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만 찾는 연간 관광객 15,000여 명을 대상으로 광어를 홍보한다면 소비부진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가격 경쟁력 확보해야

한편, 국내산 활어 소비 부진에 대해 소비문화 개선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 또한 시급해 보인다.

전남 서부어류양식수협 관계자는 “광어가 수입산 연어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가격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광어를 잘 찾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으며, 노량진 수산시장 OO상회 직원은 “20~30대의 젊은 층들이 활어에 비해 저렴한 연어를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라고 전했다.

이에 계속해서 저렴한 수입산 어류가 국내 수산물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경우 이는 국내 양식산업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마창모 실장은 “5년 전 연어가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광어는 이미 원가경쟁력을 잃었다”라며 “현 상황에서 국내 양식 어류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스마트 양식기술을 도입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생산단가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양식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하는 스마트양식클러스터 및 아쿠아팜4.0사업이 현안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노르웨이 등 양식 선진국들은 30여 년 전부터 양식장에 수온·수질·사료공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연어 양식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 연어 양식 시스템을 통해 양식기술의 선진화와 더불어 원가절감으로 인한 수익성을 제고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창모 실장은 “국내 양식 생산물의 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팜4.0 사업이 오는 3월 예비 타당성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만약 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면 광어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양식수산물 생산 단가를 낮추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국내 양식어류의 소비 부진과 생산금액 하락세를 극복할 수 있을만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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