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아카데미, 해양환경을 생각하다
선상 아카데미, 해양환경을 생각하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1.06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보트’ 동행기
6그린보트 참가자들 <사진=환경재단 김범석>

[현대해양] 14회를 맞은 ‘2019그린보트’가 지난해 12월 7~14일 7박8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그린보트(Green Boat)는 재단법인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에서 매년 환경을 주제로 주최하는 세계 유일의 선상 아카데미이다. 다양한 시민들이 대형 크루즈선에 탑승해 일정 기간 동안 환경을 생각하며 다양한 전문가 강의와 볼거리를 체험하는 한편 기항지에 들러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 왔는데 2018년에 이어 2019년에 ‘수산해양환경 인문학 선상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이번 ‘수산해양환경 인문학 선상 아카데미’에는 임준택 회장을 비롯한 수협중앙회 임직원, 비상임이사, 전국 수협 신임 조합장 등 약 100명이 참여했으며 해양수산부가 후원했다. 그 외에 청소년, 청년, 기업인, 공무원, 예술가, 오피니언 리더 등 일반 그린보트 참가자 1,200명 또한 5만 7,000톤 급 코스타크루즈 ‘네오로만티카호’에 몸을 실었다. 코스는 부산을 출발해 대만(중화민국)의 기륭・타이베이-화롄-한국 제주도를 거쳐 부산으로 귀항하도록 설계됐다. 크루즈 관광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 카테고리 세부과제로 포함돼 있다.

 

크루즈 관광 활성화

출항일 오후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엔 그린보트 참가를 위해 네오로만티카호 탑승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첫날은 승선, 출국 수속 위주로 짜여졌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선상에 오르니 짐을 풀기도 전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피난훈련이 실시됐다. 이어 선상 리더십 개강식이 열리고 오후 7시 출항식이 시작됐다. 그 사이에 거대한 크루즈선이 이미 까맣게 어둠이 내린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벗어나고 있었다.

2일차 첫 프로그램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의 특강이 준비돼 있었다. 임 회장은 ‘한국 수산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특강에서 한국 수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임 회장은 지구 온난화와 수온 상승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과거에는 나가면(출어하면) 수입이 됐는데 요즘은 수온이 안 맞아 출어경비도 안 나올 정도로 어려워졌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어린 물고기를 잡아서는 안 된다”며 수산자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임 회장은 어업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과 어업협상이 안되는데 중국과는 왜 협상을 해야 되느냐”며 한일어업협상 장기결렬 사태를 둘러서 비판하기도 했다. 세제 부문에서 농업과 다른 불평등 사례도 지적했다. 그는 “어로소득에 대해 세제혜택 범위가 확대됐지만 양식어업소득은 여전히 부업소득으로 묶여 있다”며 “이 문제도 곧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서 비과세 혜택이 더욱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미래에는 수산양식이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수산업의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광어 파동에서 보듯이 판로가 문제다”라며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수협중앙회에 양식전담부서를 설치할 뜻도 밝혔다.

이어서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강의가 마련됐다. 남 사장은 “부산항만공사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이상 낮춰 쾌적하고 일하기 좋은 그린포트 부산항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선상 아카데미에 참가한 수협 조합장들
선상 아카데미에 참가한 수협 조합장들

 

수온상승 우려

3일차는 첫 기항지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평균 속도 17노트(31.484km/h)로 꾸준히 달린 결과다. 기륭(Keelung City)은 대만 북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가오슝 다음으로 대만에서 큰 항구다.

첫 탐방지는 스린(士林) 야시장. 크루즈선에서 하선, 관광버스로 갈아탄 뒤 타이베이로 이동했다. 스린 야시장은 1909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타이베이시 제1의 야시장이다. 오후 6시에 장이 열리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라 젊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이기도 하다. 길 양쪽 매대마다 갖가지 먹거리로 밤고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4일차이자 기항 둘째 날 방문지는 예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과 타이베이 시내에 위치한 상인수산(上引水産), 그리고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먼저 예류지질공원은 세계 지질학상에서 중요한 해양생태계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며, 오랜 세월 침식 및 풍화작용으로 자연이 빚어낸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상인수산은 양질의 해산물을 항구에서 직접 들여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 또한 내부에는 해산물 레스토랑, 스시바, 마트 등 여러 볼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해 현지인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많았다. 특히 이곳에서 구매한 신선한 수산물, 초밥 등을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특색 있는 곳이었다.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중국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넘어오면서 가져온 문화재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품은 당, 송, 원, 명, 청의 5대에 걸친 서화, 칠기, 조각, 문헌 등으로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고. 본토를 떠나오면서도 유물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 자세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기륭 탐방을 마치고 화롄으로 떠나는 일정이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현지 기상악화로 인해 예정된 항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뱃머리를 돌려 그 다음 기항지로 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기항지는 제주도. 네오로만티카호가 제주도로 향하는 동안 선미에서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상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대만 상인수산
대만 상인수산

 

온실가스 심각

다섯째 날 오전 크루즈선이 공해상을 달리고 있는 동안 선상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강의가 진행됐다. 최 이사장은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수산업의 대응전략’ 제목의 강의를 통해 “제주도에서 잡히는 어종 절반이 아열대성, 열대성 어류로 바뀌었다”며 “해수면 온도가 28도 이상 되면 수분이 증발해서 나타는 현상이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이나 어업에 영향을 주는 건 주로 2차 산업”이라며 “제조업에 의해서 중요한 수산업, 농업, 전인류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산업구조를 빨리 바꾸고 1차 산업은 부가가치 높은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갯벌의 가치에 대해서도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이라며 서산 갯벌 매립, 시화호 매립 등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새만금에서는 지금도 30년 가까이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비난했다.

 

해양쓰레기 수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이어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강의에서였다. 홍 소장은 ‘지속 가능한 해양환경을 말하다’ 제목의 강의에서 “안전한 플라스틱은 없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해성을 고발했다. 그는 친환경 사출형 플라스틱 부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디어 항해 6일째 한국에 기항했다. 제주도다. 제주도에 하선한 임준택 수협회장과 ‘수산해양환경 인문학 선상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올레길을 찾아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약 3시간에 걸쳐 조천 만세동산에서 시작해 김녕까지 이어지는 해안가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 활동을 통해 수협중앙회는 대국민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제주도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하루 더 머물렀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제주도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8일차 새벽 6시.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네오로만티카호는 참가자들에게 익숙한 곳으로 귀항하고 있었다. 부지런한 참가자들은 갑판 위에서 아름다운 부산의 여명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