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동중국해
불타는 동중국해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3.1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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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섬 하나가 갖는 의미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다시 묵은 이야기 하나를 꺼낸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재생(再生)의 곡예를 되풀이하는 상상 속 동물- 불가사리의 현시(現示)일 수도 있다. 물고기나 잡고, 더러는 항해의 매개물로 여겨지던 바다와 관련해서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생활 영역이 날로 확대되는 만큼 영토는 결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개념이 아니다. 땅이란 원래 제한적인 것이며, 그에 부속한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연안국(沿岸國)이든 땅이 넓으면 그만큼 넓은 바다를 부속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제한적이다. 따라서 보다 넓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토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 속 바위섬 하나를 선점(先占)하는 일이다. 그러면 그 바위섬을 중심으로 사방 200마일 면적의 바다를 국토에 편입시킬 수 있다. 그렇게 얻어지는 해양면적이 한반도의 두 배 가까운 물경 40만㎢에 달한다. 이게 오늘날 EEZ(배타적 경제수역) 시대의 영토 개념이다. 섬이야말로 영토확장의 가능성이며, 거기에 어업권이나 해저자원의 확보도 보장한다. 현재 동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반 상황이 그러하다.

꼭 1세기 전, 어느 일본인 어부 하나가 북태평양의 미령(美領) 웨이크 도(島) 인근에서 암초 하나를 발견했다. 보고를 받은 일본정부는 사실 확인도 않고 즉각 도쿄부 고시(제 141호)를 통해 그 암초를 ‘나가노 도리시마(中の鳥島)’라 이름 붙이고 자국 영토라 공포했다. 하지만 이후 누구도 그 존재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미국과 영국 등의 수로기관들도 그 확인에 실패했다. 그리하여 지금껏 해도에는 ‘존재가 의심스러운(Existance-doutful)’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있다. 영토야욕에 눈먼 일본은 그럼에도 고시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 식으로 없는 섬을 있는 양 치부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

동경만에서 남서쪽으로 1,700km 떨어진 태평양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또 다른 암초가 하나 있었다. 가로 2m, 세로 5m에 높이가 겨우 70cm에 불과해 파도가 조금만 일렁거려도 물속에 잠기기 일쑤였는데, 일본은 ‘수중바위 구출’이라는 희한한 명분으로 콘크리트를 퍼붓고 방파제를 축조한 다음 ‘일본 본토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이라며 오키노 도리시마(沖の鳥島)라 명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없는 인공섬은 EEZ 범위에 넣을 수 없다’는 유엔 신해양법(新海洋法) 제 121조 규정을 현저히 위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암초를 영토에 편입시킨 일본의 행위는 당연 무효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지금까지 꿈쩍도 않고 있다.

이상의 두 암초에 대한 일본인들의 억지행동이야말로 영토확장 야욕을 증거하는 대표적 사례다.

 

마오쩌둥의 ‘그날’은 언제인가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 동중국해에서는 실로 한바탕 해상전쟁(海上戰爭)에 버금가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졌다. 작년 9월 11일, 일본이 전격적으로 센카쿠 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한 지 1년을 앞두고였다.

센카쿠의 국유화 조치는 섬을 매입하자는 극우파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제안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그러면 양국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어서 차라리 국유화를 하는 쪽이 옳다’며 전격적으로 강행한 최신 일본판 영토확장책이었다.

이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 섬이야말로 국공합작(國共合作) 당시부터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조차 ‘우리 국력이 일본보다 더 강해질 때 찾기로 한다’라는 식으로 후일을 기약했을 만큼 중국인 최대의 관심사여서다.

그로부터 근 1세기가 되어가는 지금 마오쩌둥이 말한 ‘그 때’가 온 것인가. 작년 9월 중국 해군은 구 소련 항모 뱌랴그를 개조한 랴오닝(遼寧) 호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자체건조 중인 두 번째 항모의 진수도 임박한 상황에서 이제는 대양작전도 가능할 만큼 막강 해군력을 보유한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중국의 댜오위다오에 대한 집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표현을 빌면, 국유화 조치 이후 지난 1년간 중국 감시선들이 경계선을 침범한 횟가 무려 60차례나 된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그 침범 횟수가 6일에 평균 한 번꼴이다.

중국의 집착은 그게 다가 아니다.

지난 4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센카쿠 상공에 주력 기종인 수호이 Su-27과 Su-30을 포함한 40여 대의 전투기를 대거 발진시킨 데 이어, 국유화 조치 1년을 사흘 앞둔 지난달 8일에는 폭격기(H6) 두 대를 오키나와(沖繩) 상공에, 그리고 9일에는 섬 근접 상공에 무인항공기를 띄우기도 했으며, 10일에는 다시 중앙군사위원회 주도로 난징(南京)과 광저우(光州) 군구(軍區) 소속 4만여 병력을 동원한 작전명 ‘사명행동(使命行動)-2013’이라는 대대적인 군사훈련까지 실시하는 엄청난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사훈련에 투입된 두 군구는 예전부터 필리핀 등 동남아 도서국들을 상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특별부대였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훈련에 앞서 ‘군대는 싸울 줄 알아야 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매우 자극적인 지시를 내려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기를 앙양시켰다.

지금도 중국은 공공연히 댜오위다오을 되찾기 위한 상륙작전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 일본 역시 센카쿠에 어선대피소와 등대 등을 만들어 기득권을 확고히 하는 적극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껏 변방(邊方)으로만 치부되던 몇 개의 섬을 두고 일본이 한바탕 해전(海戰)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미래가 불투명해진 원자력 에너지 시대를 지양(止揚)하고 보다 안정적인 해양 에너지와 해저자원의 확보에 눈을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유독 일본이나 중국만 이러할까. 이와 같은 각축은 EEZ라는 신해양시대의 불가피한 산물이라기보다 영토보전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의 결과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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