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해양생물학자 김세권 교수, “해양바이오 산업화할 때”
국보급 해양생물학자 김세권 교수, “해양바이오 산업화할 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2.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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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구성과 세계 찬사

[현대해양] “지난 10년간 책 40권을 썼습니다. 앞으로 20권을 더 쓸 계획입니다.”

연구실 한 켠에 꽂혀진 원서를 하나하나 가리키는 김세권 교수의 목소리에는 자식들을 소개하듯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우리나라의 교수들도 영어로 책을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스프링거(Springer), 와일리(Wiley), 아카데믹 출판사(Academic Press) 등 세계 저명 출판사를 통해 영어 원서로 해양바이오 관련 전문서적 40여권을 출간했다.

또한, 김 교수는 10여년간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Science Citation Index)급 국제학술지 등에 70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130여건의 특허를 등록해 해양생의학 연구분야 세계 7위 대학자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의 세계 1% 과학자에 속하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로 최근 5년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히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러한 연구업적 및 공로를 인정받아 김 교수는 미국 유화학회 최우수논문상, 산학협동재단 산학협동상 대상, 눌원재단 눌원 문화상, 부산시 문화상, 해양수산부장관상, 과학기술포장, 대한민국학술원 학술상, 한국해양바이오학회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한국키토산학회와 한국해양바이오학회를 창립하여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콜마 연구자문교수, 한국해양대 해양바이오소재산업화센터장 등으로 활동하며 굵직굵직한 연구 성과물을 쏟아내며 시선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12월부터 한양대학교로 옮겨 해양생물자원의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위해 지속 경주한다는 계획이다.

국보급 학자답게 국제해양생물공학회(International Marine Biotechn-ology Association) 이사, 국제건강기능식품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and Exhibition on Nutraceuticals &Functional Foods) 이사, 국제저널 ‘Marine Biotechnology, Advanceds in Food and Nutrition Research’의 편집위원 등으로서 국제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해양>이 해양바이오 분야의 거장 김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수준과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진단을 전해 들었다.

 

한 분야의 최고 경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해양바이오에 대해 최근에야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저의 연구성과들도 각광받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멸시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것이 사실입니다.

1982년 부산수산대학 응용화학과 교수로 학자의 길을 시작했는데 신설학과인데다 비인기 분야였던 해양생물 연구에 대한 대학의 지원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었습니다. 제대로된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설비 구입이 절실했는데 결국 사재를 털 수밖에 없었죠. 수중의 1,800여만원과 지인으로부터 빌린 800여만원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신 연구설비들을 매입해 한국으로 들여왔습니다.

다행히 설비들이 갖춰지자 연구용역사업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1992년부터 국가연구기관에만 배정되던 국책연구용역사업에 대학기관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용역들이 비교적 많아져 안정적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마냥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해양바이오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감독이 저조한 환경을 틈타 유수 대학들도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걸고 해양바이오 연구를 하겠다며 용역사업에 난립하여 예산을 독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연구센터는 항상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도 없이 연구를 주도했던 모 대학 교수는 사기 행위로 재판에 회부돼 20억원을 되돌려 준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든든한 지원자들이 항상 존재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경대학교에서 최종적으로 연구특임교수를 역임한 이후에도 저의 책을 접한 한국콜마에서 연구를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한국해양대에서 석좌교수 자리를 내려놓지만 곧바로 한양대에서 숙소, 급여, 조교, 연구실을 제공하며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합니다.

 

최근 발간된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양바이오 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초석입니다. 하지만 그간 해양바이오 분야는 이를 수학하기 위한 제대로된 책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이 분야의 대학교재인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를 집대성 하게 된 이유입니다.

지난 2년간 홀로 집필하면서 중간에 난관에 봉착하면서 포기할뻔한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해양바이오 학문의 특성상 미생물, 유전공학, 첨단공학, 해양자원, 유체역학 등 여러 학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버겁더군요. 다소 해양바이오 연구가 진전된 일본의 학자들에게 협조를 구해도 반응이 저조했습니다.

간신히 세상에 나온 초안은 세계 최고의 출판사에 발간을 의뢰하더라도 충분히 승낙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줬습니다. 스프링거도 해양바이오 분야의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 결과를 거쳐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끝에 최종적으로 출판을 단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전히 해양생물은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지 못한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세계 최초 기본교재 집필이라는 기회를 살려 용어에 있어 최대한 우리말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에 ‘꼬시래기’라는 해조류를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풀어 적었지요. 연구성과도 해양미생물을 이용한 수소생산, 수중 접착제 등 우리나라 학자들의 연구성과 위주로 나열했습니다.

 

학계가 괄목할만한 다작을 했다. 소회는?

미국유화학회 선정 최우수 논문상 (2001년)
▲미국유화학회 선정 최우수 논문상 (2001년)

책을 편찬하면서 해양생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해조류(Seaweed)는 영어로 바다 잡초라는 뜻인데 그만큼 서구인들은 해조류를 잡초 취급했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Healthcare Using Marine Organisims’ 책을 통해 해양생물자원으로부터 새로운 물질을 분리하여 항암, 항노화, 항치매, 항비만, 항당뇨, 항알레르기, 탈모개선, 성기능개선, 수면개선 등 효능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해조류의 가치를 제대로 언어에 담아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조류를 ‘Sea Vegetables’로 바꿔서 등재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이것들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면서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책은 앞으로도 계속 쓸 예정입니다. 해양바이오 분야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책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논문은 학자들만 주로 보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책으로 출시되면서 대외적으로 인용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2월께 와일리에서 3,000페이지에 이르는 5권으로 된 해양대백과사전이 나올 예정이고 이후 20여권을 더 편찬할 계획입니다.

 

해양바이오산업 전망은 어떠한가?

선진국은 지금까지 육상의 생물을 연구하여 눈부신 생명공학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생물의 80%가 해양생물인만큼 해양바이오 분야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입니다. 우리나라나 선진국이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다 같이 같은 출발선 상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곳곳에서 해양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양바이오는 선점해 볼만 한 분야입니다. 허나 문제는 원재료가 부실하니 산업화 진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시적인 산업화 결과물이 없으니 기존에 있던 연구결과만 가지고 대상만 바꿔 다시 연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기재부에서도 해양바이오 연구에 대한 예산 배정에 시큰둥한 것입니다.

원재료가 일정하게 계속 공급돼 대량생산 시스템이 필요한데 해양바이오 분야의 경우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인삼과 케나다에서 생산되는 것이 영양성분에서 많은 차이가 나듯 해양생물들 또한 나라별로 심지어 동해, 서해, 남해마다 각각 다릅니다. 계절적으로도 차이가 나다 보니 개별 원재료를 대량생산 해내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지요.

해결책은 양식기술의 발전을 통해 각각 원료들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 기술로 양식산업에도 자동화 시스템이 접목되면 해양생물 원재료가 대량생산돼 다양한 제품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동시에 지속적인 육종기술의 선진화도 동반돼야 합니다.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해양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김세권 교수가 1997년 5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연재한 해양의학, 수산과학, 해양과학 연재코너.
▲김세권 교수가 1997년 5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연재한 해양의학, 수산과학, 해양과학 연재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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