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의 도입에 따른 법적 환경의 변화
자율운항선박의 도입에 따른 법적 환경의 변화
  • 이현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
  • 승인 2019.12.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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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자율운항선박(MASS)의 도입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MASS 도입을 위한 협약검토작업(Regulatory Scoping Exercise ; RSE)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IMO에서 최초로 MASS라는 용어를 사용한 2017년 6월 제98차 해사안전위원회(MSC) 이후 2018년 4월(제105차 법률위원회(LEG)), 2018년 5월(제99차 MSC), 2018년 12월(제100차 MSC), 2019년 6월(제101차 MSC)을 거쳐 끊임없이 협약 개정을 위한 검토작업이 진행중이다.

 

국제협약 개정작업

RSE는 MASS 도입에 따라 협약의 개정소요를 분석하기 위해 IMO 협약들을 크게 △ MASS에 적용되고, MASS의 운용을 배제하는 규정 △ MASS에 적용되고, MASS의 운용을 배제하지 않는 규정 △ MASS에 적용되고, MASS의 운용을 배제하지 않지만 명확화 또는 개정이 필요한 규정 △ MASS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인적요소, 기술 및 운영요소 등을 고려하여 대응방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MSC, LEG 등 IMO 회의에 지속적으로 정부대표단과 자문단을 파견하여 MASS와 관련된 의제에 대응하고 있고, IMO 협약에 영향을 받은 선박안전법, 해양환경관리법, 해사안전법, 선박법, 선원법, 선박직원법 등 국내법률도 IMO 개정에 맞춰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MASS의 정의에 관하여 선박법 제1조의2 등에 추가해야 되고, IMO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Lv.1(스마트선박), Lv.2(유인원격조종선박), Lv.3(무인원격조종선박), Lv.4(완전자율운한선박) 등 1~4단계에 대해서도 법률에 규정, 각 단계별로 구분하여 법률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책임의 문제

선박을 이용한 운송에서의 책임은 크게 운송인이 부담하는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과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운송인이 부담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든,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모두 선장과 선원을 기준으로 고의, 과실 등을 판단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장은 선박소유자에 의해 고용되었기 때문에 선박소유자의 임의대리인인 한편, 법률에 따라 운송인의 법정대리인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장이 존재하지 않은 Lv.2 ~ Lv.4에서는 누가 기존 선장의 기능을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Lv.2 ~ Lv.3에서는 육상운항관리자가, Lv.4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선박의 운항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육상운항관리자와 인공지능이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해기사항 외에 상사사항에 관해서도 기존 선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 필자는 이들에게 선장에게 인정되던 해상법 상의 상사사항에 대한 법정대리권은 더 이상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선장에게 법정대리권을 인정한 이유인 운송물에 대한 접근성, 운송인과의 소통의 어려움은 육상에서 근무하는 육상운항관리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장 중심의 기존 책임 문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MASS의 제조자인 조선소 또는 자율운항시스템 등의 시스템 개발자 등에게 제조물책임을 묻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제조물책임법, 표준건조계약서, 제조공정 기록 유지의무 등과 관련된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기타 법적 환경의 변화

우선, MASS는 기존 선박보다 고가이며, 복잡한 기술이 포함되어 선박의 결함 또는 시스템의 오류를 증명하는 것이 화주나 선주 입장에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 운항을 위한 책임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선소 또는 시스템 제조사도 자율운항선박 건조를 위한 제조물 책임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Lv.2 이상의 MASS에서는 육상운항관리실 또는 선박소유자와의 연결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연결이 해킹 등으로 인해 두절되거나 제3자에 의해 차단되게 되는 경우 선박에 선장이 없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킹, 통신 두절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배상할 것인지의 문제와, 이를 위한 보험의 개발 등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선급협회는 모든 선박의 안전성을 검사하여 항해가 가능한 상태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MASS에서는 선급협회의 이러한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에 대한 검사와 인증기준 마련을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급협회에서 확인하지 못한 자율운항선박의 결함이 있는 경우 선급협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디까지 지게 될 것인지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운항선박의 숨은 결함을 선급협회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선급협회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으므로 선급협회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장치와 보험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MASS는 선장 등 승선인원 없이 무인으로 운항되는 특성상 전자적 운송증권의 활용을 촉진할 수 있다. 이미 전자선하증권은 오랜 기간 기술개발과 법률적 논의를 통해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어려움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MASS의 도입목적인 운송의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무인으로 운항되는 특성으로 인해 필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적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아울러, 자율운항선박의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항만도 무인화, 자동화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 관계 법률, 항만시스템과 자율운항시스템 간의 역할 및 책임 등의 법률문제 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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