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을 넘보는 이들
수협을 넘보는 이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11.0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수산인들의 상부상조 단체인 수산업협동조합이 외부인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예전부터 수협중앙회와 그 자회사 등에 외부인사가 들어오는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하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신용사업 부문이었던 수협은행의 선출직 임원 6명 중 외부 인사는 4명이다. 즉, 내부에서 잔뼈가 굵어 수협의 특수성 등 전후사정을 잘 알고 특화된 업무 전문성을 갖춘 이는 2명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진행중인 수협은행 감사 공개모집에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 출신이 지원한다고 알려지면서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비록 그는 정부고위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 불승인’ 판정을 받았지만 퇴직한 지 채 몇 개월도 안 된 이가 수협은행 임원 자리를 탐냈다는 것부터 수협인들은 불편해 하고 있다. ‘퇴직 전 부서의 업무와 취업예정기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되거나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취업을 승인할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취업불승인’ 사유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가 그런 실수 아닌 실수를 했다는 것에 불쾌해한다.

이런 소란과 관련해 수협중앙회 전·현직 간부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자율적 생산자단체인 수협 인사에 해수부가 관여하면 안 된다. 민간 출신이 잘 하고 있는데 왜 관료 출신이 와야 하냐. 감사, 특히 은행 감사는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과 식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료 출신이 와서 수협이 부실화 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토로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선출 때 해수부 고위 간부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며 인사권자처럼 후보를 ‘교통정리’하는 통에 유력한 내부인사가 출사표를 가슴에 담아두어야 했던 사실을 수협인들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노조는 외부인사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자회사 중에 외부인사가 노리는 자리는 수협은행뿐만이 아니다. 수협노량진수산(주)에도 어느 때부터인가 해수부 간부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외부인사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수협 관계자들은 현재 외부 출신 고위직 중 전문성을 갖춘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따져보자고 이구동성이다.

수협중앙회와 자회사들이 공익적 역할을 하곤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해수부 산하기관이 아님은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자율적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지켜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달 28일 엄기두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이 수협 조합장들과의 대화의 시간에 “수협은행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일이 있었다. 수협은행이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곤 하지만 존재의 이유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반응이다. 만약 그 고위 공무원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면 존재가치 없는 수협은행 임원 공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선배, 동료들을 욕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협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