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중도매인을 보호하자
수산물 중도매인을 보호하자
  • 김인현 고려대 법대 교수, 선장
  • 승인 2019.11.05 09: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 영덕 출신,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후 10여년간 상선근무를 한 선장출신이다. 이후 해상법을 전공하여 목포해양대, 부산대 로스쿨, 고려대 로스쿨에서 교수를 역임, 현재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현대해양] 어민들이 어획한 수산물은 지구별 수협 위판장의 경매를 통하여 중도매인들이 낙찰을 받아서 서울 등으로 보내진다. 동해안의 경우 각 지구별 수협에 20명에서 30명 정도의 중도매인들이 있다.

서울 등 도시의 상인들은 수산물이 필요한 경우 현지사정을 잘 아는 중도매인에게 특정한 수산물을 사서 자신에게 보내달라는 즉 매수위탁을 부탁하게 된다. 이러한 수산물 중도매인의 법적 지위는 상법상 위탁매매인이다(상법 제101조). 중도매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그러나 위탁자의 계산으로 수산물을 응찰, 매입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수협과의 관계에서 중도매인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위탁자가 아니라 현장의 중도매인 자신이다(상법 제102조). 중도매인이 수산물을 서울로 올려 보내주면 위탁자가 수산물 대금을 지급하면, 중도매인은 자신의 수수료를 제하고 수협에 어대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거래가 정상적으로 순조롭게 종료된다.

그런데, 위탁자가 어떠한 사정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면, 대금지급의무를 현지에서 부담하는 중도매인은 자신의 자금으로 먼저 대금지급을 하게 된다. 통상 15일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를 지나면 연체이자를 자신이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어대금을 받지 못하고 신용한도에 다다르게 되면, 수협은 중도매인이 담보로 제공한 건물 등을 매각처분하게 된다. 이 담보물은 수협도 어민들에게 어대금을 지급해야하므로, 매매대금이 미지급되는 경우 이를 지급받기 위하여 중도매인으로부터 미리 확보해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도매인과 관련된 현재의 수산물 유통구조의 현상이다.

중도매인은 수산물 생산자인 어민과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행함에도 불구하고, 유통구조상 대단히 불리한 지위에 있다. 매수위탁의 경우, 중도매인이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매도위탁때와는 달리,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탁자에게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또 제공받아야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가 그러한 담보를 요구하면 위탁자는 다른 중도매인을 찾아가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 현지의 중도매인은 그 사이 위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자신은 수협에게 대금을 지급해야함으로써 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 매도인의 지위에 있는 지구별 수협은 중도매인으로 하여금 각종의 담보제공과 연체이자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충분히 보호된다. 이러한 중도매인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2015년 수산물유통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수산물유통법)을 제정하여 ‘산지중도매인’이라는 용어를 수산물 중도매인에 사용하면서 규율하고 있다.

상법상 중도매인은 위탁매매인이지만, 상법상 매수위탁의 경우 중도매인을 보호할 실효성있는 제도가 없다. 수산물유통법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현행법상 이들이 직접상인이 될 수 있으므로, 직거래를 하여 이문을 남겨 위탁매매에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포토폴리오 전략만이 있을 것 같다.

만약 중도매인이 없다면, 지구별 수협이나 어민들은 직접 서울의 수요자와 거래를 해야한다. 이 경우 서울 등의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은 수협이나 어민들이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험을 중도매인이 대신 부담하는 형태가 현재의 유통구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통구조상 중도매인이 행하는 공익적인 기능과 그에게 편중된 위험부담을 완화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중도매인의 공익적 성격을 반영하여 지구별 수협은 매매일 15일 이후에 발생하는 연체이자율을 낮추어주고, 연체발생 일도 15일에서 30일 이상으로 늘려주어야 한다. 실질적인 매수인은 위탁자임에도 법률상 중도매인이 매수인이 되어 납부의무를 부담하고 그 댓가로 그가 받는 수수료는 극히 작은 액수라는 점이 고려되어야한다. 중도매인으로 하여금 물적 담보를 제공받으면서도 이에 추가하여 인보증까지 요구하는 지구별 수협이 있다면 이는 더 이상 운영하지 말아야하다.

둘째, 중도매인에게 대금지급을 담보하는 보장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위탁자에게 부과해야하다. 위탁자가 15일 연체기간이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보장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에게 청구하면 보험금형식으로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위탁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중도매인이 피보험자가 되는 이행보증보험이 될 것이다.

셋째, 중도매인들도 위탁자의 부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를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 신용보험이 된다. 중도매인들이 자신이 보험계약자가 되고 피보험자가 된다. 대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것이 보험사고가 된다. 공익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수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구성하고, 보험료도 저렴하게 낮춰야 한다. 중도매인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공제제도를 운영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넷째, 수산물유통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위탁자도 적용의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중도매인과 함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해야한다. 여기에는 위탁자는 대금지급을 위한 담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각 지구별 조합이 각자의 기준으로 운영되는 연체율 등에 대하여 수산물유통법에 규정화한다.

수산물을 어획하는 어민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매개기능을 하는 중도매인이 부도 걱정없이 안정되게 영업을 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하루속히 마련되어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수산물 유통구조가 되어야 겠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희동 2019-12-25 12:21:30
훌륭한 제언 감사드립니다. 시급히 도입해야 할 정책이라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