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조합원·어촌계원 자격 논란
수협조합원·어촌계원 자격 논란
  • 송진영 기자
  • 승인 2019.10.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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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 가입조건 완화 놓고 수협·해양수산부 동상이몽

[현대해양] 어촌계가 최근 어촌사회 고령화와 귀어인구 신규 유입 등으로 인해 변화가 절실하지만 여전히 운영은 폐쇄적이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어촌계 가입자격 완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편, 매해 수협중앙회에 지구별 무자격조합원 정비를 공고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이러한 정책에 수협과 어민들은 현실적으로 무리수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촌은 농촌·산촌과는 달리 공유재인 바다를 총유의 형태로 소유하면서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형태로 생산에 활용, 소득창출을 하기 때문에 ‘어촌계’라는 것이 형성돼 있다. 어업행위를 하려면 수협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후 어촌계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협 조합원 가입 자격은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 제20조 제1항과 시행령 제14조에 따라 ‘지구별 수협의 구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어업인으로 연간 60일 이상 어업을 경영·종사’해야 한다.

어촌계 가입 자격은 어촌계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으로 당해 어촌계 구역에 3~5년 이상 거주해야 하며, 어촌계 현 보유자산의 1/N 혹은 100~300만 원 정도의 가입금을 내야 한다.

수협법, 수협-어촌계 관계 명기 불분명

수산업협동조합은 1962년 4월 1일 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당시 전국 각지에 100여 개에 달하는 조합이 발족했으며 현재는 지구별 70개, 업종별 19개, 수산물가공 2개 총 91개 조합이 운영 중이다. 어촌계 또한 1962년 4월 1일 설립과정을 밟아 현재 2,000여 곳이 넘게 활동 중이다.

수협법 제1조 수협의 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어업 및 수산물 가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어업과 수산물가공업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또한 수협법 시행령 제1조 어촌계의 목적을 보면 ‘수협법 제15조에 따라 설립되는 어촌계는 어촌계원의 어업 생산성을 높이고 생활향상을 위한 공동사업의 수행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기돼 있어, 두 조직의 설립목적과 추구하는 방향이 일맥상통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미자 서귀포수협조합장은 “어촌계 가입을 하려면 수협조합원에 먼저 가입해야 한다. 어촌계 가입 필수 조건이 수협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곳은 규모만 다를 뿐 같은 구성원으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어촌계를 규정하고 있는 수협법 제15조에 따르면 어촌계를 조직할 수 있는 자격을 지구별수협의 조합원으로 명기하고 있으나, 두 조직 간 상하관계나 협력에 대한 사항이 명기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는 별도의 조직으로 존재하고 있어 업무 중복이나 지도·감독 등 통제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수협과 어촌계의 사업이 거의 일치하는 것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어촌계 전체에 대한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도록 편재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거권·배당금 노린 불법 조합원 제재해야

요즘 각 지역 조합장들이 해경에 조사받으러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무자격조합원 정비 문제 때문. 무자격조합원이란 연간 60일 이상 어업을 경영·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다.

김미자 조합장은 “서귀포수협의 경우 전신이 1925년 설립된 해녀조합이다. 연세가 많은 해녀가 조합원에 대거 포함돼 있는데, 어촌에서 기반을 닦고 노년을 맞은 해녀를 비롯한 원로 어민들의 생활도 헤아려야 마땅한 것 아니냐”라며 속상해했다.

김덕철 통영수협 조합장 또한 “원로 어민들은 사실상 연간 60일 이상 일하기가 힘들다. 여태 어촌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을 모두 조합원과 계원에서 탈퇴시키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또한 ‘연간 60일 이상 어업’ 조항이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태풍, 풍랑주의보 등 연간 80~120일 정도 조업이 아예 불가능하며, 휴어기·혹서기·혹한기·물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간 60일 어업이 힘들다는 것. 따라서 각 지역 어촌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조합원과 어촌계원이 부당하게 자격을 잃지 않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발족 당시 순수했던 수협의 신념 체계가 점차 훼손되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선거권이나 배당금 등에 눈이 멀어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조합과 어촌계가 병폐가 있다며 낙인찍힌 상황이라고.

때문에 기존 무자격조합원 정비에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불법 선거권을 목적으로 신규 가입한 조합원이나 어촌계원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어업 경영자의 지분으로 여러 조합원이 등록된 경우 조합원 가입·심사 및 정비 시 톤수별로 구분해 대표자 1인에게만 선거권 부여를 하거나, 어선에 대한 지분율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선 조합원 가입, 후 어촌계 가입 절차를 무시하고 어촌계원 자격을 먼저 취득한 후 일부 지역의 개발로 인한 보상으로 이득을 취하려 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어촌계 가입자격 완화가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조합과 어촌계에서는 조합원 탈퇴를 시키면서 어촌계 가입자격을 완화해 조합원이 아닌 계원을 우후죽순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순이며, 갈등만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 세밀한 검토 필요

해양수산부는 어촌계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법률상 어촌계의 지도·감독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수협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30일 국회로 제출했다. 그러나 수협법상 어촌계는 수협을 이루는 기초조직인데 수협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어촌계원이 될 수 있도록 할 경우 수협의 기반이 약화되고 기존 어촌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수협의 반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의 어촌 유입이 어촌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과 같이 어촌계가 높은 진입장벽을 고수하면서 폐쇄적으로 운영한다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어촌계 관련 규정에는 10명 이상의 어업인이 어촌계를 설립할 수 있는데, 수협 조합원이 아니라도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다면 어촌계 난립으로 마을 어장면허 문제 등을 놓고 어촌사회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안병철 수협중앙회 어촌지원부 차장은 “신규 인구 유입을 통한 어촌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굳이 어촌계 가입 조건인 수협조합원 조건을 삭제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 신규 인구 유입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나 어촌계원이 아니었던 기존 거주민들의 어촌계 가입이 늘어날 것이다. 보상 등을 위해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 분쟁과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며 법안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덕철 조합장은 “수산업협동조합은 어업인들이 모여서 만든 조합인데 조합원이 아닌 사람을 어촌계에 가입하게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부 귀어인들이 조합원 가입비용, 어촌계 가입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는 불만을 해수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입비가 조합이나 어촌계 돈이 아니다. 열심히 정착하고 어업에 종사하면 모두 본인에게 다시 돌아간다. 해수부가 일부 귀어인의 말만 듣고 소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촌사회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진목 충남 태안군 안면도 라향어촌계장 또한 “신규 귀어인 유입이 필요하긴 하지만 조합원이 아닌 사람을 귀어했다고 해서 무조건 어촌계에 가입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는 어촌에 사람이 없으면 조합은 물론 어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귀어인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어촌계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천일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 사무관은 “수협에서는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을 어촌계에 가입시키면 조합원 이탈이 우려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촌에 사람이 많아지면 수협에서도 혜택을 주기 때문에 굳이 탈퇴하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어촌계 난립은 마을어장이 없으면 어차피 어촌계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크게 우려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법에서는 대통령령에 의해서 어촌계원 자격을 정하도록 돼있는데 우선 법안 통과 후 시행령 논의 시 현실적 대안을 수협과 함께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11월에 있을 법안 국회에서 개정안이 좋은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10월에 조합장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구어민 상생 방안 모색해야

어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신규 어민들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영세한 원로 어민들을 위한 지원 제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법 이득을 취하기 위한 조합원을 제외하고 무자격조합원으로 분류되는 어민들 대부분이 고령이며, 서민인 점을 고려하면 혜택을 일괄 정지시키는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적 보완조치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미 국회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다. 2017년 6월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이 대표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에 ‘조합원이었으나 고령 등으로 현행법상 조합원 자격을 갖추지 못하게 된 은퇴어업인에 대해 조합원 상당 자격을 부여하되, 권리 중 의결권, 선거권, 피선거권 등 공익권을 제외하고자 하는 명예조합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국회 계류중으로,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어업활동과 무관하게 배당금을 받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신규조합원보다 명예조합원 수가 많아질 경우 등을 고려했을 때 조합이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촌 활성화는 어촌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 어민들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어촌계의 투명한 운영에 공을 들이고, 과거와 현재만 생각하며 신규 귀어인을 배척하기보다 젊고 새로운 귀어인들이 잘 정착하면 마을의 생산력이 강화돼 높은 소득 창출을 이룰 수 있다는 개방적 마인드를 갖고 어촌의 나은 미래를 계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신규 귀어인들의 어촌 현실과 문화 등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박천일 사무관은 “어촌계협의회 소속 어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귀어를 환영하지만 귀어인들이 어촌 현실과 문화를 무시한 채 문제 발생 시 무조건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등 충돌이 잦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더라”며, “귀어 교육을 통해서 귀어인에게 어촌의 현실과 문화를 제대로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수협, 어촌계의 상황을 잘 들여다보고 어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신·구어민 상생 방안 및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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