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아저씨 절실한 해양수산 ‘스타트업’
키다리아저씨 절실한 해양수산 ‘스타트업’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0.0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투자자 관심 미흡, 클러스터 구축돼야

[현대해양] 신성장 동력 창출의 불씨로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통크게 배팅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해양수산분야에는 수혜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분야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창업 부추기는 우리나라

해운, 조선, 철강, 건설, 자동차, 반도체 등 수십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역할했던 업종들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정부가 나서서 앞으로의 먹거리 산업을 탐색하는 가운데 스타트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타트업(Startup)이란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실태조사 대상인 기술기반 업종(제조업 및 지식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업력 7년 미만의 창업기업으로 지칭된다.

지난 2017년 11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은 정부는 바이오헬스, 핀테크, 인공지능 분야 등을 유망 신산업 창업을 필두로 적극 지원사격해 국부창출, 고용창출, 세수증가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전용펀드를 통한 자금지원, 스톡옵션 비과세 기준 상향과 같은 세제지원 등 정부는 스타트업을 각별히 지원하면서 2022년까지 신규 벤처 5조원을 투자하여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 20개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접점을 넓혀 외국 스타트업과 연계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젊은이들도 초청해 정보와 교류의 장 역할을 하는 ‘K-Startup Grand Challenge’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싱가포르 소형선박 중개플랫폼 스타트업 ‘Marine Nexus’ 챈(Chaen, 30세) 대표는 “싱가포르 지원 프로그램보다 이 자원사업 지원규모가 크고, 프로그램 을 진행하면서 시장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여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들도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다. 지난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인식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9명이 창업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5명은 창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앞장서 스타트업을 끌어주고 민간에서도 뒤에서 받쳐주는 우리나라는 유니콘기업도 6개(‘쿠팡', ‘우아한 형제들’, ‘바바리퍼블리카’,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엘엔피코스메틱’)를 보유해 세계에서 6번째로 유니콘 기업이 많은 나라로 등극했다.

해양과학 조사 장면
해양과학 조사 장면

 

창업 보릿고개 해양수산 스타트업

이와 같은 국면에서 해양수산업계에서도 전통적인 바다 산업의 첨단화를 통해 해양기술, 해양엔지니어링, 해양서비스 등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여 바다의 신성장 동력의 견인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해양수산투자박람회를 개최, 2017년 2월 ‘해양수산창업 투자활성화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을 ‘창업 투자 전담기관’으로 지정, 해양산업 투자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각 지역별로 창업지원센터를 구축해 될성부른 스타트업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해마다 ‘해양수산투자박람회’를 운영해 미래 유망 해양수산 기업에 대한 관심 제고를 통한 민간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와 같이 해양수산부가 바다 스타트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타 산업에 비해 더딘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수산분야 창업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업력 7년 미만의 국내 창업사업체는 200만개로 이 중 해양수산분야의 창업사업체는 5만개 즉 2.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양수산분야 스타트업은 섣불리 창업에 나설 수 없는 특성이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한다. 전형모 KMI 혁신성장연구실장은 “ICT분야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편이지만 해양수산분야는 그렇지 않다. 해양수산분야는 연안에 나가야 하고 선박, 기자재 등 공공 인프라가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MI 조사 결과 해양수산분야는 창업비용이 평균 2억6,700만원을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ICT분야(1억500만원)와 비교해 큰 편이다.

또한, 창업직종에서도 해양수산분야는 경영관리직 33.7%, 기능생산직 21.6%, 일반사무직 17.7%, 영업판매직 15.2%, 연구기술직은 9.2%로 ICT 분야가 연구기술직이 32.3%인 것과 비교해 비연구기술직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박봄 한국해양과학원(KIOST) 기술사업화실장은 “시제품마련, 특허, 연구, 인력운용 등이 바다에서 이뤄지는데 해양분야 기자재가 고가라 스타트업 기업 자체에서 해결하기 버겁다”며, “특히, 해양과학분야는 장기간에 걸쳐 해양데이터를 수집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KIOST 해양수산 창업가 멘토링 장면
KIOST 해양수산 창업가 멘토링 장면

투자자 시선 못 끄는 바다산업

국제적인 벤처투자자 더멋 버커리의 저서 ‘스타트업펀딩’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이 유동성 확보가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100개 중 1개만 유니콘으로 만들어내자는 국내외 분위기에서 사실 스타트업의 금융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는 비교적 해결하기 용이한 환경이다. 우선 민간에서 개인투자자인 엔젤(Angel), 벤처캐피털(VC, Venture Capital), 기업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 클라우드 펀딩 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공공부분에서도 지난해 공공부문 출자를 마중물로 정부가 민간자금을 매칭하여 2020년까지 총 10조원 규모를 조성한다는 ‘벤처투자 펀드’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성장단계별 투자를 위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혁신창업펀드(2조원)’와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성장지원펀드(8조원)’ 등도 확보돼 있다. 2010년 창업 한 9년차 스타트기업 ‘디에이치오션’ 김도한 대표는 “한 창업컨설팅 전문가로부터 1년차부터 7년차까지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창업지원금액이 180억원에 이른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시장은 통크게 지원사격하겠다는 태세인데 그 총구가 해양수산분야로부터 멀어진 듯하다. KMI의 해양수산분야 스타트업 1,000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창업 장애요인과 관련한 실태조사 문항에서 엔젤 및 VC 등으로부터의 투자는 0.6%에 불과했다. 해양수산 스타트업 대부분이 창업부터 성장까지 제반 자금마련과 창업 중 경제활동 문제의 벽에 가로 막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해양수도라고 자청하는 부산이라면 해양수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각별할 법한데도 실상 그렇지 않다. 전형모 실장은 “부산에서도 펀드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해양수산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며, “창업관계자들이 뒤늦게 부산의 특성 때문에 창업거리에 대해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투자자들이 투자처로써 핀테크, IT, 바이오 등 타 분야를 더 선호하는 반면 해양수산 가치에 대한 이해력을 갖춘 금융펀드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해양수산에 대한 미흡한 인식으로 인해 될성부른 해양수산 스타트업들이 외면받고 있다. 해양수산 사업체의 경우 투자를 받을 경우 투자자들의 경영지도를 경영간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투자유치에 소극적인 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타트업이 크려면 산업생태계가 보장돼야 하는데 부산에서조차 해양수산에 대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 보니 창업 이후 스스로 생존할 가능성이 적다. 전형모 실장은 “스타트업이 크려면 시작과 함께 시장생태계 안에서 성장이 돼야 하는데 부산에서도 생태계가 확보되지 못한 실정이다. 해양분야 업무가 한정되고 일수가 적고, 지속성이 없다보니 성장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 펀드지원이 39세로 나이 제한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으로 일했던 A씨는 “R&D 부문에서 창업아이템이 있었지만 나이 제한 때문에 창업자금 지원이 안돼 제동이 걸렸었다”고 털어놨다. 해양분야는 특성상 40세 이상의 경력이 있는 창업희망자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KMI 실태조사 결과 창업자의 창업 당시 연령은 50대가 38.6%, 40대가 30.2%로 나타났으며 20대는 0.7%, 30대는 11.4%에 그쳐 젊은 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ICT분야에서는 30대 청년창업 22.7%에 달했던 것과 비교된다. 김도한 대표는 “해양은 비교적 경험치가 있는 사람들이 뛰어들어야 한다. 항로표지, 발라스트 시스템 등 선박기자재 등에 대한 축적된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 스타트업 대표의 브리핑 장면
해양수산 스타트업 대표의 브리핑 장면

연구기관 진정성 있는 역할 해달라

해양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연구기관에서 진행되는 R&D 과제들이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창업아이템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진척이 잘되지 않는 상황이다. KMI조사 결과 창업 아이디어 및 아이템 원천에 대해 본인 아이디어가 78.4%로 나타났다. 기술이전 주체가 중견대기업이 38.8%, 중소기업 34.3%, 개인 14.9% 공공연구기관 9%에 그치며 대학은 3%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입주한 비중은 1% 미만이었으며 대부분 일반상업지역(55.8%), 산업단지(22.3%)로 나타났다. 해양수산 R&D 예산의 약 90%가 이들 공공기관 및 대학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민간에 대한 기술서비스 이전이 미약한 수준인 것이다.

컨설팅도 좀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나온다. 사실 스타트업 대표들이 해양수산뿐만 아니라 K스타트업, 기업마당, 청년사관학교 등 창업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두루 받는 편이지만 복잡한 바다 위의 기업 및 공장 설립에 필요한 절차와 행정체계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알려줄 멘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의 지원보다는 멘토링이나 창업 환경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는 클러스터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대한 밀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수부, 부산시 등 관련 기관이 연계하여 영도구 해양클러스터 안에 스타트업 클러스터 구축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전방위에서 떡잎부터 다른 스타트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바다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스타트업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4대 항만 주최 해양수산 스타트업 육성 위한 SPLASH 단체 사진
4대 항만 주최 해양수산 스타트업 육성 위한 SPLASH 단체 사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