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린 크루즈선
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린 크루즈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9.10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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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러버 근본대책 아니다" 압박하는 환경단체

누구나 처다보며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크루즈선이 우아하게 연안을 거닐며 상당한 유해 배출가스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유럽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크루즈선의 대기오염 문제가 크게 부각됨에 따라 크루즈 선사들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크루즈선 거부하는 유럽 연안주민들

전세계 크루즈선이 사용하는 연료는 휘발유와 증류 연료를 추출한 후 남은 중유의 한 종류인 벙커유로 연소 시 발암물질을 동반한 유독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일반 자동차 보다 3,500배 이상 유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0명 가량 승객을 태우는 대형 크루즈선은 하루에 10만갤런(380톤) 가량의 연료를 소비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크루즈선 한척이 하루에 8만4000대 자동차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42만1,000대의 질소산화물과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황을 배출한다고 독일자연보호협회(NABU)가 주장하고 있다. NABU는 크루즈선상에 서 있는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에 서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크루즈 관광객들에게도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NABU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연안선박이 조장한 대기오염으로 매년 5만명 이상의 유럽인들이 조기사망하고 있다며 연안주민들과 함께 대기오염의 주범인 크루즈선 입항을 저지하고 있다. 매년 300여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하는 미립자와 이산화황으로 인해 유럽에서 6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이 됐다고 성토가 일고 있다. 리스본 지자체 및 환경단체는 크루즈선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 배출량이 포르투갈 전체 자동차 배출 이산화황 양보다 86% 높다고 역설했다.

영국 사우스햄튼, 리버풀 등 주요 항구도시에서는 크루즈선으로 인해 매년 4만명~10만명이 조기사망한다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분노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지자체와 환경단체는 배출테스트를 실시, 기준 수치 이상 대기오염을 조장한 크루즈선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나아가 2015년 이후 북해와 발트해를 중심으로 상업용 선박과 크루즈선의 벙커유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다. 0.1%의 유황을 포함한 저황 연료(벙커유 3.5% 정도) 사용을 강제화하거나 유해 물질 제거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통해 배기가스를 정화해야만 특정 연안 구역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다. 

 

스크러버 대응 수준에 미온적

크루즈 선사들도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뜨거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세계크루즈선주연합회(CLI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크루즈선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전세계 선박을 대상으로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한다는 방침과 맞물리면서 카니발(Carnival Corporation), 로얄케러비언(Royal Caribbean Cruises Ltd.), 노르웨이크루즈(Norwegian Cruise Line Holdings Ltd.), MSC Cruises 등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사들은 배출량 감축을 위해 현존 크루즈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 207척을 대상으로 한 IMO 환경규제 대응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까지 68%는 스크러버 장착, 31%는 저황 연료 사용, 1%는 LNG연료 엔진을 장착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마이아미헤럴드(Miamiherald)가 전했다.

이와 같이 선사들이 스크러버에 대한 선택이 집중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해운전문분석매체 쉽앤벙커(shipandbunker)에 따르면 현재 벙커유 1톤 가격이 400달러대인데 비해 저황 연료는 650달러대로 저황 연료가 60% 가량 고가다. 카니발은 지난해 330만톤 연료를 소비했으며 로얄케러비언은 지난해 140만톤의 연료를 소비한 것을 감안할때 대형 선사들도 막대한 연료 비용을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버거워 벙커유를 계속 사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스크러버 설비구축 비용은 최소 2년 이면 원가 상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스크러버는 임시 방편이며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환경론자들은 게세게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 스크러버의 배출 세정수의 위해성, △스크러버의 고장시 대안이 전무, △배기가스 제로 베이스 목적에 부적합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선사들을 압박하며 다원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은 공고한 여론에 크루즈 선사들도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독일 AIDA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LNG추진 크루즈선인 'AIDA Nova'(18만3,900톤, 승객 정원 5,228명)호를 독일 조선소(Meyer Werft)로부터 인도 받으며 친환경 크루즈선 시대의 출발선을 끊었다. 노르웨이 하빌라(Havila Kystruten)는 터기 조선소(Tersan)에 지난 7월 2척 LNG추진 크루즈선을 발주, 오는 2021년 인도받아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형 크루즈 선사들도 LNG추진선 신조계획을 앞다퉈 홍보하고 있다. 카니발은 오는 2025년까지 9척의 LNG추진 크루즈선을 건설한다는 복안이며 오는 2020년 북미 최초로 첫 LNG추진 크루즈선을 출시할 예정이다. 로얄케러비언은 2022년과 2024년에 LNG추진 크루즈선을 선보일 예정이며, MSC는 2022년에서 2027년까지 5대의 LNG추진 크루즈선을 운항한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배기가스 제로를 실현할 차세대 크루즈선에 대한 시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후티루텐(Hurtigruten)은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3척의 하이브리드 전기 동력선을 발주한다고 밝혔다.

크루즈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관광객의 환영을 되찾기 위한 크루즈 선사들의 노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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