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귀어학교, “귀어 꿈꾸는 이와 어촌에 희망을”
경상남도 귀어학교, “귀어 꿈꾸는 이와 어촌에 희망을”
  • 송진영 기자
  • 승인 2019.09.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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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이론교육과 생생한 체험교육의 하모니

[현대해양] 국내 수산업 중심지 경상남도 통영에서 ‘귀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진원지는 ‘경상남도 귀어학교’다. 2016년 해양수산부가 ‘어촌 살리기’ 일환 도시민의 어촌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귀어학교 공무사업을 진행했고 경남 귀어학교가 국내 ‘첫’ 귀어학교의 주인공이 됐다.

경남도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실상부 최고 해양수산 교육의 산실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 둥지를 틀며 최적의 교육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은 1917년 개교한 해양수산 분야의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으로 어업·양식·수산가공·수산물유통 등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 교수진은 물론 60여 명의 교육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해양생물교육연구센터와 생활관, 30톤·1000톤급 실습선, 항해·기관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2일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수산관에서 개교한 경남 귀어학교는 어느새 3기까지 90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현재는 4기 교육생을 모집(8.19.~9.10.) 중이다. 대상은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귀어 희망자와 귀어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어업창업 희망자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을 거쳐 총 30명을 뽑는다.

교육비는 533만 원이며 이중 국비지원금 500만 원을 제외한 33만 원은 교육생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교육생 중도포기 및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숙식·교재·실습복 등은 무료제공 된다. 교육은 8주간 진행되며 이론교육 3주, 현장실습 4주, 심화교육 1주로 구성됐다.

 

3주간, 주 5일·하루 8시간·총 63과목 교육

항해 시뮬레이터 교육
항해 시뮬레이터 교육

귀어학교 교장은 경상대 해양경찰시스템학과 장충식 교수다. 장 교장은 “귀어학교가 귀어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어촌 활성화에 실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현실성을 두루 갖춘 밀도 높은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장 교장은 1984년부터 지금까지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에서 해양수산 분야 연구에 매진하며 유수한 인재들을 양성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어민들의 고충과 어촌에 당면한 어려움 등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을 공론화시켜 해결책을 적극 모색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해 이론과 현장 모두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난 전문가다.

그가 공들여 구성한 이론교육은 △어촌 실태와 귀어자의 자세, 해양환경 오염 등 일반교과 16과목 △수산업법의 이해, 소형어선의 조종과 해상안전 등 어업교과 20과목 △양식장 환경, 종자 생산 등 양식 14과목 △어획물의 위생관리 등 수산가공 8과목 △수산업의 회계 등 수산물 유통 4과목 등 총 63과목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최대한 집중적 교육이 이뤄지도록 과목을 세분화시킨 것이 눈길을 끈다.

귀어학교 김덕현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기수마다 이론 교육 과목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교과 20과목, 어업 15과목, 양식 15과목, 수산가공 9과목, 수산물 유통 4과목 등으로 이뤄진 것이 기본 틀”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장은 “주말을 제외하고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이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진은 경상대 교수 70%, 외부강사 30%의 비율로 구성하고 있다”며 질 높은 교육을 자신했다.

 

4주간 어가 현장 체험… 귀어 미리 맛보기

어가 현장 실습 교육

경남 귀어학교는 생생한 현장교육을 자랑한다. 현장교육은 4주간 진행되는데 희망하는 업종을 선택하면 선도어가에서 위탁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새우양식업으로 귀어를 희망하는 교육생은 실제 새우양식업 어가에서 4주간 생활하며 경영주에게 일을 배우고 실전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교육생들은 귀어를 미리 맛볼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시행착오를 줄여 완전한 귀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러한 실전을 방불케하는 교육이 가능했던 것 역시 현장 어업인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장 교장 덕분이다. 장 교장은 “업계 사람들의 문제점을 듣고 학회나 심포지엄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 보니 어민들과 굉장히 가까워졌다. 지금도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실습교육을 진행하는 어가에 소정의 교육비로 하루 8만 원씩 지원한다. 이러한 실습은 교육생뿐 아니라 어가에도 도움을 준다. 부족한 일손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수료 후에도 적극 소통, 사후관리 철저

이론과 현장교육을 모두 마치면 남은 1주는 심화교육이 이뤄진다. 심화교육은 원하는 취·창업 업종별 3~4그룹으로 나눠 분야별 귀어 전문가, 교수와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현장 실습을 통해 생긴 의문점과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는 과정이다. 더불어 정착에 성공한 젊은 귀어인들을 초청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8주간 모든 교육이 끝나면 교육생들에게 창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장 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각 교육생의 계획서를 검토한 후 상세 코멘트를 해준다. 수료 후에는 연락망을 만들어 꾸준히 소통하며 성공적인 귀어와 창업을 위한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장 교장은 “3기 교육생들 중 마음 맞는 교육생 8명 정도가 모여서 할아버지, 할머니 2~3명만 사는 섬에 들어가 양식 등을 개척하고 어촌계를 형성해 섬을 개발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적극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통영시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영만 해도 섬이 250여개다. 결국 무인도가 되어버릴 수 있는 섬인데 젊은 친구들이 들어가서 섬을 개발하고 개척하면 어업과 어촌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적·경제적 도움을 많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차산업 종사자들의 자긍심 끌어올려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어가 경영주의 연령은 60대가 전체 어가의 36.0%로 가장 많고, 70세 이상이 31.6%로 나타났다. 이렇듯 어업인의 고령화는 어업 및 어촌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남 귀어학교의 교육생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젊은 부부부터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 함께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5~60대 교육생들은 생업을 위한 귀어보다 노후를 즐기기 위한 귀어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장 교장은 “40세 미만을 귀어학교의 타깃층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80대 분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어촌을 지금 이대로 놔둔다면 10년 후에는 어촌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젊은 세대의 귀어가 이뤄져야 한다”며 “귀어학교가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어업·농업 등 1차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장 교장의 지적이다. 그는 “1차산업 종사자들이 자신의 업에 대해 자긍심을 크게 갖고 있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어업·농업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끌어올려야 농·어촌에 젊은 세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식 귀어학교장
장충식 귀어학교장

한편, 해수부는 2016년 경남 귀어학교 선정 이후 충남 보령, 전남 강진, 강원 강릉에도 귀어학교를 선정했다. 3곳 모두 교육시설 보완 및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지역에 우후죽순 귀어학교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아무쪼록 해양수산 교육기관의 선두주자인 ‘경남 귀어학교’를 롤모델 삼아 제대로 준비해서 전문적인 교육과 실속 있는 지원이 이뤄져 어촌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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