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서핑에 적합하지 않은가
한국은 서핑에 적합하지 않은가
  • 이경민 서핑어드바이저 대표
  • 승인 2019.07.28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경민 서핑어드바이저 대표
▲ 이경민 서핑어드바이저 대표

[현대해양] 서핑을 접하고 얼마 안될 무렵의 일이다. 알고 지내던 호주친구와 서핑이 왜 좋은지에 대해 토론하던 중, 나는 서핑이 스노우보드와 비교하여 안전하고, 넘어져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그 직전까지만 해도 내 모든 의견에 지지를 보내주던 친구가 갑작스레 크게 반박고 나섰다. 바로 얼마 전 그 친구는 서핑을 하다 바다에 떨어져 갈비뼈를 다쳤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의 서핑경험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어째서 물에 떨어지는데 다칠 수가 있는지 반문했다.

그날 밤이 깊도록 우리는 서핑에 대해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는 좋은 파도 없어.. 서핑에 적합하지 않다?

국내에는 서핑에 좋은 파도가 없다고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 수상레저 종목별 만족도를 놓고 볼때 서핑은 59% 정도로 타 수상레저와 비교하여 현저히 낮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입문 서퍼의 서핑에 대한 실망감을 들 수 있다.

노래방 배경화면에서나 보던 멋진 파도를 그리며 한껏 기대를 품고 도착한 해변이 일명 장판(파도가 매우 낮아 서핑을 즐길 경사면이 없는 상태)일 때,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고 위에서 기술한대로 우리나라는 서핑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갖게되는 것이다.

파도는 주로 해상풍에 의해 발생한 너울이 중첩되며 발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남동 또는 남서 계절풍에 의해 발달한 파도가 주로 일본을 거쳐 도달하며, 이 과정에서 상급자용 높은 파도보다는 입문 또는 중급자들에게 적당한 파도가 매주 지역을 달리하며 들어오게 된다. 이 때문에 높은 파도가 들어오는 호주의 서퍼와는 상이한 서핑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서핑여행은 각각의 지자체와 서핑샵(또는 게스트하우스)을 중심으로 해당 서핑샵이 있는 해안에 한정하여 서핑이 이뤄지는 “지역중심 서핑여행”의 형태를 띈다. 이러한 지역중심 서핑여행은 1년의 대부분 기간에 걸쳐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특정 서핑스팟(일명 파도공장)을 보유한 하와이나 발리, 스리랑카 등지에 적합하나 매주 기상환경에 따라 파도의 상태가 달라지며 최적의 서핑스팟이 이동하는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서핑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서핑이 가능한 해안을 중심으로 서핑샵과 게스트하우스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스노우보드, 웨이크보드에 이어 바야흐로 서핑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기술한 바와 마찬가지로 양질의 서핑경험을 하지 못하고 서핑에 대한 실망감이 누적될 경우, 빠른 속도로 유입된 서핑인구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이탈하게 되고 결국 다른 액티비티에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다.

 

서핑산업의 내적성장도 도모해야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며 각각의 해안별 특색이 있고 치안이 좋아 해양 레저를 즐기기 좋다. 특히 서핑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해안이 리프 브레이크(뾰족하거나 딱딱한 암초로 이루어진 해안)가 아닌 비치 브레이크이고, 높은 파도는 일본을 걸쳐 한번 걸러 들어오기 때문에 입문 또는 중급 서퍼들이 안전하게 서핑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이유로 서핑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서핑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서핑샵별 외적성장 뿐 아니라 서핑산업의 내적성장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높은 정확도로 최적 서핑스팟을 예측 및 추천해주어 만족도 높은 “파도중심 서핑여행”을 가능케 하고, 전국에 걸쳐 파도가 없거나 수온이 낮아 입수가 힘든 겨울철 도심지에서 즐길 수 있는 서핑 컨텐츠(랜드서프 스케이트보드, 실내서핑 등)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 서핑붐이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어 추후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스포츠관광 컨텐츠로서 서핑이 자리잡길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