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관리업에 주목하라!
선박관리업에 주목하라!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2.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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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주 유치 총력, 우수 해기사 송출 나서야
▲ 우리나라 선박관리감독(Superintendent)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우리나라 선박관리감독(Superintendent)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해양] 전세계적으로 선박 척수가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선박관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선박관리 업체들은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어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자본으로 큰 부가가치 창출

선박관리업(Ship Management)은 선주와 계약을 체결해 선박 관리·운항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 수행하고 관리수수료를 받는 전문서비스 사업을 말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복량이 증가하면서 전문적인 선박관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해운산업 재도약과 해운-조선 상생방안(2017.06.29.)’ 자료에 따르면 세계 상선대(商船隊, Merchant Fleet)는 지난 1996년 7억2,600만DWT(Dead Weight Tonnage, 재화중량톤)에서 연평균 4.6%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017년 2.5배(18억6,200만DWT)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 상선대 변화 추이

 

선박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선주의 시장 진입이 증가하고 선종이 다양해지면서 선사가 모든 선종에 전문성을 갖출 여력이 없어지자 자연스럽게 아웃소싱(Outsourcing)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 것.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 화물을 운송하는 해운업,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항만업 등은 대규모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반해 선박관리업은 인프라 투입이 거의 없는 전문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또한, 선박 자체 이외에 항만, 선용품, 수리, 육상운송, 금융, 보험, 관광 등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편이다.

선박관리업체는 세계적으로 1,500여 개가 있으며 세계시장규모가 대략 50억달러(5조5,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40~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선박관리사인 V.SHIPS(Isle of Man), Berhard Schulte(Germany), Anglo Eastern(HongKong), Wallem(HongKong), Columbia(Cyprus)가 세계 선박관리산업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세계적인 선박관리업체들은 330~1,000척의 선박, 7,800~2만4,000명의 선원을 관리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뤄 일련의 비용들을 줄이고 전 세계 주요 해운중심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선원교육, 마케팅·영업, 사업협력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세한 국내 업계

이에 반해 국내 선박관리업체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KOSMA, Korea ShipManag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선박관리사는 국내를 포함한 32개국 301개사 선주로부터 1,109척의 선박과 2,543명의 선원을 관리하고 있다. 선박관리업체로 등록된 403개 중 사실상 폐업 또는 전업한 업체를 제외한 156개의 KOSMA 회원사를 감안할 때 업체당 평균 7척의 선박과 16명의 선원을 관리하는 것.

KOSMA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선박관리산업 생산액은 1조6,965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지난 2017년 1조2,715억원, 지난해는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매출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걷고 있다. 세계 선복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156개 KOSMA 회원사를 분석한 결과, 선박 11척 이상 관리업체는 55개사(35.3%), 5척 이상 10척 미만은 38개사 (24.3%), 5척 미만은 53개사(40.4%), 특히 관리선박이 1척도 없는 업체는 9개사로 조사돼 종합하면 10척 미만의 영세한 기업이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국내 선박관리 시장규모에 비해 영세한 업체가 난립해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업체가 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안정호 해영선박 본부장은 “영세한 업체 간 물량확보를 위해 지나친 과당경쟁에 내몰려 업계가 발전할 동력을 상실했다”며, “이러한 수익부진과 경영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공멸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우리나라는 해운업계에서 먹고 살만하면 너도 나도 선박관리 사업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선원 몇 명만 있어도 업체를 설립하는데 이런 업체들은 제도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며, “업체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척수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외 선박유치 위한 구심점 만들어져야

향후 2~3년 간 200척의 신조가 나오게 되는 ‘해운재건’ 정책이 발표되자 선박관리업에서도 수혜를 입게 되지 않을까하고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윤희성 KMI 해운빅테이터연구센터장은 “업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선주의 선박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수익구조가 높은 해외선주 영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KOSM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적선 부가가치가 척당 4억8,500만원인데 비해 외국적 선박은 척당 8억4,400만원으로 외국적 선박이 척당 평균 3억5,900만원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KMI 자료에 따르면 외국선박 1척 관리 시 25명의 선원과 육상 5개 일자리 등 20억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선박관리 현황은 외국적 선박이 56%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본 선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은 선원과 선박관리자(업계에서는 ‘감독’으로 불리움, SI; Superintendent)가 전무한 상황으로 일본 선주들이 부산 지역에 선박관리업체를 주도적으로 설립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국내 업계가 수혜를 입게 됐다.

국내 업계는 해외마케팅, 영업적 역량이 낮기 때문에 그리스, 중국 등 다양한 선주를 유치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며 이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플랫폼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윤희성 센터장은 “공동플랫폼을 제공해 마케팅, 회계업무, 구매력 행사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기존의 선박관리업체들은 소사장 개념으로 개별영업에 나서면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이에 KOSMA 관계자는 “일본 정기선 선사 NYK, MOL, K-Line 3사가 지난해 4월 통합·출범한 ONE사를 방문하니 영업은 3사가 각계전투를 하더다”고 전하며 공동플랫폼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업체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정책적으로 금융, 세제지원 등도 동반돼야 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지난 2012년 2월 ‘선박관리산업발전법’이 제정돼 업계는 한시름 놓는가 싶더니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어떠한 결과물도 가시화된 것이 없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정호 본부장은 “정작 법 시행 이후 업계에 인센티브, 세재해택과 같은 유인책은 고사하고 법에 명시된 ‘우수 선박관리사업자인증’ 제도도 제대로 실현이 안 됐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이어서 “선주사와 관계, 국내 노동법과 연계 등이 여전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법 제정 이후 KOSMA가 주도하여 해외판로 개척을 위한 해외로드쇼, 해외선주 초청행사 등이 진행됐지만 ‘가뭄에 콩 나듯’ 진행되는 영업으로는 해외선주 유치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며, “장기적이고 꾸준한 해외판로 개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작금의 위기에 놓인 업계의 대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를 대표해 실무적인 지원을 관장하는 KOSMA가 있지만 부족한 예산과 6명의 상근인력으로는 업계분석·예측, 해외시장 분석·마케팅·영업, 업계의 애로사항 지원 등 종합적인 컨트롤 역할을 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실정이다.

정부의 관장 부서인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준비중인 2차 선박관리산업 발전 기본계획에 우수 선박관리사업자인증 제도 등 업계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내실있는 지원방안을 포함시켜 나가겠다”이라고 전했다.

▲ 한 해 양대 해양 출신 해기사가 토익700점의 영어 수준으로 졸업하지만 세계 시장 진입은 어렵다. 사진은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전경.
▲ 목포해양대학교 실습선 새누리호 전경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 못봐

세계적으로 한국 SI의 능력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탁월한 수준이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는 국내 SI 250여명이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계시장규모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선박관리산업의 핵심인 전문인력은 최상급이지만 영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해 외국 SI에게 시장주도권을 넘겨주는 실정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한국인 역량은 세계 정상급인데 영어는 서툴다. 그런데 인도인은 일은 서툴지만 영어를 잘한다. 소통이 중요한데 영어로 대화와 영문보고서 작성이 원활한 인도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후문도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한 해 양대 해양대 출신 1,000여명이 토익 700점 수준으로 졸업하는데도 영어 장벽은 못 넘고 있다. 대학기관에서부터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글로벌 회사들은 자사 선박 선원을 SI로 주로 뽑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 진입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윤희성 센터장은 “해기사 대부분이 국적 대형선사 근무를 희망하며 글로벌 기업 선박 경력이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SI 진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원의 고임금 또한 글로벌화를 막는 장벽이다. SI는 인도인이 장악했다면 세계 선원 시장에서는 필리핀 선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저렴한 임금에 맞서 우리나라 해기사들이 해외 선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임금을 낮추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승선기피, 이탈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저임금을 받고 해외취업을 독려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 B씨는 “현재 대형선사와 비교하면 필리핀 선원들의 임금이 국내 초급사관 60%에 그친다”며, “임금 차이를 적게는 연간 1,500만에서 2,000만원을 상쇄해야한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KOSMA는 청년을 대상으로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K-move’에서 연간 800만원에서 1,000만원의 임금차를 보전하는 프로그램이나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정책을 적극 연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세계 선원 시장은 필리핀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 세계 선원 시장은 필리핀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대변할 전문기관 구축해야

4차산업혁명 기술이 해운업에도 빠른 속도로 적용되며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는 기류가 지배적이지만 선박관리 업계는 첨단산업 흐름에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희성 센터장은 “해운, 조선, 항만보다 장비부품, 윤활유, 선용품 등 소규모 제품을 다루는 선박관리업에서 먼저 4차산업 혁명 기술이 도입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박관리업의 성장 동력에 불씨를 제공하기 위해 구심점이 마련되길 손꼽아 기다리는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문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안정호 본부장은 “선박관리산업진흥센터(가칭)가 마련된다면 영업,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정부,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 업계의 애로사항과 문제를 적시에 건의할 수 있다. 나아가 외국 선주 유치에도 일률적인 마케팅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박관리업의 움츠린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관심이 모여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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