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낙지 중금속 보도로 낙지 생산어민 뿔났다
서울시 낙지 중금속 보도로 낙지 생산어민 뿔났다
  • 강래선 기자
  • 승인 2010.11.18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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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괜찮다 발표 불구 서울시 유해성 거듭 주장

서울시가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자기모순에 빠져 낙지 생산 어민과 상인 들을 두 번씩이나 우롱하는 사태가 배추에 이어 국정감사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13일 낙지머리와 내장에서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과다 검출됐다며 낙지 머리와 내장을 먹지 말 것을 권유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발표로 낙지 소비가 급감, 낙지 생산어민과 판매상인은 물론 요식업체까지 피해가 속출했고 이어 그동안 건강식품으로 알고 먹어온 국민들의 분노가 검찰 조사로 이어졌다.

검찰조사 결과 서울시가 검사한 낙지에서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서울시 발표이후 낙지를 통째로 분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부 낙지에서 카드뮴이 검출 허용량보다 최대 3배가 넘게 나왔으나 낙지는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까지 일주일에 두세 마리 먹어도 건강에 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라앉던 낙지 파동은 지난달 11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서울시의 근시안적 대응에 맹비난 했고 이에 오세훈 시장은 국가 기관끼리 논쟁이 벌어지게 되면 어민 피해가 더 확산될 것 같아 더 이상 대응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며 서울시의 발표대로 낙지 내장과 먹물은 시민들이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어 서울시는 성난 어심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20일 ‘낙지데이’로 정하고 신안지역에서 2700마리를 공수해 구내식당에서 낙지시식회 개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 이 행사에서  머리와 내장을 뺀 시식으로 어민을 두 번 죽였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별관. 전국 36개 지역의 낙지 산지 어업 종사자로 구성된 `전국수산자원보호협의회` 회원 1100여명이 모여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남해군 수협 박영일 조합장은 "서울시의 무책임한 낙지머리 중금속 과다 함유 발표로 어업인의 생명줄이 위협받고 있다"며 "서울시는 낙지 가격 하락 등 어업인이 입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조사해 사과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내산이든 중국산이든 낙지의 먹물과 내장만 제거하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시민의 식생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일차적인 일이지만 어민의 피해도 없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일한 대응이 소비자 불신 키워

한편 이번 중금속 낙지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진 것과 관련 농림해양식품위원회 최인기 위원장은 주무부처인 농수산부의 안일한 대응에 강하게 질책했다.

이미 식품의약안전청과 국립수산과학원 등 정부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 낙지머리에 대한 유해성과 관련 정확한 검사 결과를 장관이 직접 나서 해명을 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자체 조사에서는 식약청 기준과 동일하게 머리를 포함한 전체 부위를 검사했는데, 그 결과 전남산의 경우 카드뮴이 기준치(2mg/kg)보다 한참 적은 0.04mg/kg~0.22mg/kg이 검출됐다.

중국산은 최고 0.73mg/kg이 검출됐지만, 이 역시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이번 중금속 낙지 파동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기준조차도 없는 중금속 함유량 기준치와 이를 관리 검사하는 정부 기관이 농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 되어있다는 것과 원산지 표시제가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서울시의 안일한 대처가 더 큰 문제이다. 국민의 건강을 앞세워 시기적으로 국내산이 부족해 수입산 낙지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것 또 얼마를 먹었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를 알리기 이전에 중금속이 과다 검출 됐다는 사실만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낙지에 대한 불안감만 심어줬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생산어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산물은 납, 카드뮴, 말라카이트 성분 과다 함유라는 언론보도로 인해 소비 급감에 판로가 막혀 자살하는 생산어민이 발생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언론에 한 번 불안감을 심어준 품목은 이를 회복하는데 몇 년이 소요된다. 이런 것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면 서울시의 이번 낙지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낙지 중금속 파동을 계기로 정부 부처간 업무 조율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공조체제도 필요하다. 또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체 수산물에 대한 중금속 인체 유해기준치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 관련 기관들이 합동으로 조속히 ‘낙지 머리 카드뮴 잔류 인체 무해성’을 종합 검증해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은 안심하고 낙지를 먹을 수 있게 함은 물론, 낙지 어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조속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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