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명물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동해 명물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 안현선 기자
  • 승인 2010.10.15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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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오징어 조업 어업협정이 가장 큰 원인

동해안 어민들의 주 소득원으로 꼽히는 어종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오징어는 매년 7~8월이면 북한 동해를 거쳐 우리나라 동해 쪽으로 내려와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중국 어선들이 어장 사용료를 내고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시작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해마다 4~500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국내에선 불법인 쌍끌이 저인망 조업으로 오징어 씨를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이 조업을 시작하고부터는 오징어 어획량이 연평균 약 13% 이상 줄었고, 연안 어획량 또한 20% 이상 감소했다. 자원양이 워낙 풍부해 어획고가 줄지 않는 어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심각한 수준의 감소폭이다.

강원도 오징어 어획량 작년대비 59% 불과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동해 대하퇴어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 수역 은덕어장 등에 중국 쌍끌이 어선들의 입어가 시작돼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평균 500여척이 조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동해안의 우리 어선은 채낚기 어선 375척, 동해구트롤 32척, 대형선망 26척, 대형트롤 50척 등 약 500여척으로 중국 어선의 숫자가 우리 어선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1~6월) 오징어 어획량은 2만2,130톤으로 지난해 2만5427톤, 2008년 3만6,332톤에 비해 상당량이 줄었다. 강원도 지역 오징어 어획량 또한 올 상반기 기준 2,530톤으로 작년 4,285톤의 59%에 불과했다.

어획량 급감은 오징어 값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수협에 따르면 보통 kg당 4,000원선이던 위판 단가는 6,600원까지 치솟았고, 소비자가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오징어 한 마리에 약 2,000원 가량으로 지난해 8월 660원하던 가격보다 무려 33%가 올랐다고 한다.

이에 강원도 내 9개 수협조합장협의회(회장 임용승·원덕수협)는 지난 8월 18일 수협중앙회 강릉영업본부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중국 쌍끌이 어선의 북한 내 수역 ‘싹쓸이’ 조업에 따른 동해안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청와대와 농림식품부 등에 어업인 5,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성명서를 발송,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어민들이 이처럼 중국 어선들의 북한수역 내 조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난 2004∼2008년 ‘싹쓸이’ 조업으로 심각한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임 조합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어선이 북한 해역에 들어가 쌍끌이 조업을 하다 지난해에는 조업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또다시 조업을 하고 있어 오징어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해안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으므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자원보호를 위한 해결책 마련 절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어획’은 비단 동해안의 오징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출몰해 어족 자원을 싹쓸이 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중 어업협정 발효 이후 상호 EEZ 조업 실적’에 따르면 2001년 6월 협정 발효 이후 2008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조업 척수는 299척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연평균 조업 척수가 1,533척으로 우리 측의 5배가 넘었다. 연평균 어획량도 한국은 3,797톤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3만8,000톤에 달했다.

특히 올해 서해에 꽃게가 풍어를 이루자 꽃게를 잡으려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난무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일 평균 3~400여 척의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옹진군 연평도 북쪽 150여척, 대청도 동쪽 100여척, 백령도 북동쪽 해상에 50여척의 중국어선이 NLL 근해에서 조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NLL 주변수역 등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중국 정부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무등록 어선이 많아 자체적 처벌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양국은 지난 5월 25~28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2010년도 한·중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가 열고 영해와 NLL주변수역을 침범해 조업하거나, 한국 해경의 정당한 단속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우리 정부의 처벌이 끝난 후에도 중국 단속선에 직접 인계해 처벌하고, 그 결과를 우리 정부에 신속히 통보키로 했다.

중국 어선이 국내 수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어제 오늘의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닌 매년 거듭되고 있는 문제다.

매번 똑같은 곳을 알면서도 맞으면 아픈 법. 어민들의 마음에 매년 시퍼런 멍이 들고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속 시원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 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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