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ㆍ귀촌 성공의 해답은?
귀어ㆍ귀촌 성공의 해답은?
  • 현대해양
  • 승인 2010.03.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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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도움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테마1. 귀어·귀촌 정책의 현주소>

  어촌의 활력 되찾아 줄 ‘귀어·귀촌’ 정책
   귀어가에게 필요한 차별화된 정책을 펼쳐야


 귀어에 성공한 어업인

 

△ 오광현씨

 

오광현(44세)씨는 전남 고흥군 거금도에서 미역과 다시마 양식을 하는 어민이다. 그는 1992년까지 서울에 소재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업무를 담당하다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껴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거금도로 귀어를 했다고 한다. 귀어를 한지 18년이 흐른 지금, 그는 ‘귀어에 성공한 어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 씨가 이곳 거금도에 터를 잡기 까지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처음에 오자마자 미역과 톳 양식을 시작했습니다. 1~2년 동안은 수익도 괜찮고 나름대로 안정된 생활을 꾸려 나갔습니다만, 문제는 3년째 되던 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새로 옮긴 납품회사가 미역대금을 주지 않더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수산물의 경우 거래처에 납품을 하면 예전부터 내려오던 관례대로 구두(口頭)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물품의 대금을 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 씨는 그 후로 3년 동안 3번의 납품업체를 바꿔가며 거래를 했지만 매번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면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했지만 자료가 없으니 증거도 없고, 더더구나 법적인 지식이 없는 어민으로써는 업체를 이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일로 7,500만원의 손해를 봤죠. 그 3년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은 말로 이루 다할 수 없습니다.”

 오 씨는 자신의 과거를 회생하며 잠시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의 고충이 얼마만큼 컸는지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민후계자를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다. 그는 그 후 수산사무소에서 교육을 받고 자금을 받아 마을어장에 톳 양식을 시작, 다시 기반을 다져나갔다.

 현재 오 씨는 3곳의 양식장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양식하고 있다. 양식장의 면적은 총 14ha이며, 주요 양식작물인 미역으로만 벌어들이는 연간소득이 5,600만원이다. 이밖에 다시마, 파래 등의 부소득으로 벌어들이는 것 까지 합하면 무려 1억 1,000~2,000만원 가량 된다고 한다. 


 과거 귀어가 정책의 문제점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부터 귀어·귀촌 정책을 ‘다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산부문 귀어정책은 지난 IMF당시 2,000~3,000만원을 지원하는 귀어가 사업을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IMF 사태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터전을 잃었고, 이를 이유로 자신의 고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촌으로 유입됐다. 이에 맞춰 정부에서는 귀어가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오 씨는 “IMF가 터졌을 때 거문도에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현재까지 남아 어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은 오 씨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당시 국가에서는 귀어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개인당 2,000~3,000만원의 정책자금을 줬는데, 막상 그 정책자금을 받고도 활용할 장소가 없었다”고 한다.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지는 한정되어 있었고, 또한 기존의 면허지는 어민들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받고도 어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자금을 가지고도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소득원이 없으니 정책자금을 생활비로 사용, 결국에는 수협에 대출을 받아 빚이 늘어나는 형편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정부에서 지급한 정책자금은 어촌에서 터를 잡기에 그 비용이 턱없이 적었던 것. 오 씨는 “당장은 집이 필요하고, 양식을 하려면 양식장 설치비용과 배 구입 등 많은 돈이 필요한데 지급된 정책자금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한다.


 귀어가 정착이 어려운 이유

 언론매체를 통해 귀농성공 사례를 접하는 것은 쉬웠다. 그만큼 성공한 사람들도 많고 귀농 정책이 자리 잡았음을 뜻하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귀어사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이유인 즉, 귀어가 정책은 12년 전 잠깐 시행되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당시 정착을 해서 지금까지 어업을 영위하고 있는 어민의 정보는 없다. 즉 어느 지역에서 몇 명의 귀어민이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 귀농의 경우는 수산과는 정반대의 행로를 걷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에 따르면 귀농가구수는 IMF가 끝난 2001년 880가구를 시작으로 2003년 885가구, 2006년 1,754가구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했으며, 지난해 6월 기준 귀농가구수는 2,218가구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귀농과 귀어가 이토록 차이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흥수산사무소 전영호 주사는 그 이유를 농촌과 어촌의 차이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농촌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땅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삶의 터전으로 이용가능 하지만, 어촌의 경우 양식어업을 하려면 양식장을 설치하는 비용이 필요하고, 어선어업의 경우도 수천만원을 주고 배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그 비용에서부터 농업과 차이점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농업은 생명의 위험성이 따르지 않는 반면, 어업의 경우는 많은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어업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귀어를 선택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귀어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귀농 정책’

 

 

 이제 다시 걸음마 단계에 나선 귀어 정책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귀농 정책’이다.

이제 다시 걸음마 단계에 나선 귀어 정책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귀농 정책’이다.

 귀농 정책에서는 귀농을 하기 전 농촌개발원 등 관련기관에서 다양하게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한 귀농을 위한 실습체험, 농장방문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각 분야별로 농업경영에 모델이 되는 농가나 성공적으로 정착한 농가를 중심으로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훈련을 받도록 구성했다.

 또한 귀농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에는 좀 더 숙련된 농업기술과 경영기법을 익힐 수 있도록 선도농가에 입주하여 일정기간 인턴생활을 할 수 있으며, 귀농마을이 정해지면 귀농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귀농의 집’에서 임시거주하면서 영농기술을 습득하거나 주택과 농지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는 귀농과 농업창업을 위해 가구당 2,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연리3%, 5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였고, 주택구입자금도 2,0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헌집수리비도 필요하면 보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귀농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추세에 발맞춰 농촌진흥청은 귀농 정보를 한데 모은 사이트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는 귀농 준비에서 정착까지를 각각 ▲귀농정보 수집 ▲정착지 물색 ▲영농기술 습득 ▲농지·주택 확보 ▲귀농·정착 등 5단계로 나눠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작목별 농업기술 동영상 코너를 마련해 동영상으로도 농사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귀농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체계가 잡힌 귀농 정책을 벤치마킹 하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농업과 수산업의 차이점을 구분해 귀어가에게 필요한 차별화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귀어가 증대를 위해서는

 귀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한 귀어인 오 씨가 일러주는 노하우는 이렇다. 그는 우선 귀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몇 달 전부터 자신이 정착할 지역을 사전답사 하고, 마을 어촌계에 관련된 사람들과 상의 후 ‘마을공동면허지’를 분배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마을공동면허지는 1년이나 2년 동안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투입을 원하는 어촌마을에서는 얼마든지 마을 어업권을 분양해 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어떠한 작물을 양식할 것인지, 양식장은 어떻게 시설해야 하는지와 같은 정보는 수산사무소나 마을 주민들과 의견 교류를 나눈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우선 귀어인이 해당 지역의 어촌계나 수협에서 관할하고 있는 어촌계의 면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귀어 정책자금을 충분히 지급해 생활기반을 위해 대출을 받는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귀어인이 생활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2~3년간 정부에서 맨투맨(man to man) 관리를 하는 등의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어촌으로 귀어하는 사람도 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강준석 수산정책관은 귀어·귀촌과 관련, “수산업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촌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역설하며 “모든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귀어가가 형성되도록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인프라 구축으로 어촌에 오랫동안 정착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산의 현실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 중에는 어촌의 고령화 현상도 빠지지 않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 문제의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흐지부지’ 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올해 다시 시작된다는 귀어·귀촌 정책이 지난 한 차례의 실패를 발판삼아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 정책 시행으로 활기를 되찾는 어촌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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