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수출품목 1위, 참치 가공 현장을 가다
수산물 수출품목 1위, 참치 가공 현장을 가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02.0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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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산업 강국의 명성 ‘참치 가공’에서 찾는다
엔저현상에 소비 감소까지 겹쳐 이중고…참치, 오메가3·무기질 함량 높아



얼마 전 미국에서 임신부는 참치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된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양성을 고려해 적절한 양만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자 모 방송에서는 50g짜리 참치통조림을 하루 3번씩, 총 20일간 직접 먹어보고 채혈을 통해 혈중 수은 농도를 측정해보는 프로그램도 내보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가뜩이나 어려운 원양산업계에 참치 소비량마저 줄었다. 참치잡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1957년 벌써 반세기가 다 되었다. 참치잡이를 선두로 한 대한민국 원양어업은 전쟁 뒤 폐허 속 경제를 이끌어 세우는 첨병역할을 했다. 그것이 바로 참치잡이다.

태평양 대양에서 잡아온 참치는 부산 감천항으로 들어와 다시 대부분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된다. 우리가 잡은 횟감용 참치의 80%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업계는 지속되는 엔저 현상와 줄어드는 소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참치 가공 현장. 참치 가공은 원양에서 잡아온 참치를 안전하게 내리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부산 감천항. D산업의 3,500톤급 원양어선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D산업에 따르면, 이런 배가 적게는 한 달에 한 척, 많게는 2~3척까지도 들어온단다. 운반선이나 본선이 들어올 땐 하역사들의 손발이 바빠진다.

영하 60도에서 급냉

운반선 가득 싣고 온 참치를 하역하는 데 꼬박 열흘이 걸린단다. 3개 층으로 이뤄진 냉동창고인 어창. 한 층에 850톤 가량의 참치를 가득 채울 수 있으니 3개 층을 합치면 무려 2,500톤의 참치가 적재된다.

참치는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일 품목으로는 연 1위다. 이곳 D산업의 경우 선망에서 연 15만톤, 연승에서 연 7,000톤의 참치를 어획, 국내로 들여온다.

이번에 입항한 선박엔 50Kg 안팎의 황다랑어가 가득이다. 간혹 눈다랑어와 가다랑어도 섞여 있다. 국내에선 황다랑어와 눈다랑어는 횟감용으로, 가다랑어는 주로 캔용으로 쓰인다. 참치는 영하 60도 이하에서 급냉한 뒤 초저온을 유지해야 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선도는 곧 맛이자 어가(魚價)이다. 영하 50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변색되면서 참치 고유의 맛을 유지할 수 없다. 냉동 참치의 체감무게는 배가 된다.

그러다보니 어창은 그 자체가 초저온 냉동고다, 그 속에 적재 되어있는 냉동 참치는 말 그대로 돌덩어리다. 하역 작업 중에 가장 중시되는 것은 안전이다.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게 냉동된 참치에 머리라도 부딪힌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혹 무방비상태에서 발에라도 무겁고 딱딱한 참치가 떨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작업환경이 영하 50도에서 60도까지 내려가는 초저온 냉동 어류창고다 보디 방한복, 방한모에 만일의 경우 낙하하는 참치의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방한화는 기본이다.

방한복에 ‘눈꽃’

작업환경이 영하 50도에서 60도까지 내려가는 초저온 냉동 어류창고다 보니 방한복에 방한모에 만일의 경우 낙하하는 참치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방한화는 기본이다.

어창에 5분만 들어가 있어도 옷에 ‘눈꽃’이 핀다. 눈썹은 하얗고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어창 높이는 3m. 참치 길이는 1m 가량으로 작게는 20에서 100Kg까지 무게가 나간다.

감천항에 작업대가 설치되면 어창에 들어간 하역사들은 ‘바다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참치를 지상의 크레인이 배 밖의 작업대에 들어 옮길 수 있도록 참치와 참치를 포도송이처럼 줄에 엮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선박 어창에서 참치가 지상으로 옮겨지면 지상에서는 이를 다시 가공공장으로 옮기기 위한 하역사들의 분류 작업이 이뤄진다. 종류별로 냉동차에 싣는 것이다.

어창에서 참치를 줄에 엮어 어창 밖으로 올려 보내던 하역사들은 1~2시간 꼴로 밖으로 나온다. 극한의 추위에서 잠시 벗어나 쉬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하루 작업량은 200~250톤에 이른다.

냉동차에 실린 참치가 향하는 곳은 500m 남짓 되는 근거리에 있는 참치 가공 공장. 횟감용 참치 가공 공장이다. 캔용 참치 공장은 지방에 있다. 4개의 횟감용 참치생산라인을 갖춘 D산업의 생산량은 연간 1만톤에 달한다. 횟감용 참치 전량을 이 곳에서 생산한다.

▲ 가공 공장에서의 핵심은 안전을 지키며 위생적으로 선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선도 유지 중요

하역작업을 마친 참치를 실은 냉동차가 가공 공장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선별작업장이다. 수산물의 생명은 선도. 선도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고 이 등급이 곧 품질이면서 가격으로 이어진다. 가장 최상의 상태는 A급, 다음은 B급, C급 순이다. 그럼 냉동상태의 참치의 품질은 무엇으로 확인하는가. 바로 따뜻한 물에 녹여보는 것이다. 꼬리 부분을 잘라 따뜻한 물에 해동했을 때 선홍색에 결이 살아있으면 A등급. 그렇지 않으면 B, C 등급이 되는 것이다.

A등급은 최상의 가격으로 팔려나간다. 50kg짜리 황다랑어 한 마리가 40만원 정도 된다. 물론 참다랑어가 최고의 횟감이긴 하지만 참다랑어는 우리 어선이 어획을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참다랑어는 수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참치 중 20%는 내수용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출된다. 수출의 80%는 일본이고 그 외 유럽 등지로 나간다. 수출을 위해서는 SQF 인증, 미국마케팅협회 인증, BRC영국리테일연맹(소비자단체), EU 등록공장이어야 수출이 가능하다. 수산물품질관리원에 수시로 검사하고 HACCP은 1년 내내 심사한다고 보면 된다.

이 공장에서는 연 1만톤 가량의 횟감용 참치를 생산한다. 올해는 1만 2,000톤이 생산 목표다. 입고량은 더 많으나 나머지는 원어(원료)로 나가고 가공 매출만 따지면 700억 정도 된다. 통상 이 업계에선 500억원 이상 매출이 있는 곳을 큰 공장으로 친다.

분류실에서 등급이 매겨진 참치는 당일 작업물량만 남기고 등급별로 모두 보관 창고로 옮겨진다. 창고 역시 운반선에서처럼 선도유지를 위해 -50도~-60도를 유지한다.


안전, 위생 최우선

한편, 작업대로 옮겨진 참치는 얼어 있는 상태에서 수작업이 이뤄진다. 칼 대신 톱으로 머릿살, 가마, 뱃살 등 주요 부위별로 해체하고 껍질을 제거해 부위별로 포장작업을 한다. 혈합육은 도려내 사료용으로 판매한다.

이 곳에서의 최우선은 안전과 위생이다. 특히 안전의 문제는 톱으로 수작업을 하기에 늘 주의가 따라야 한다. 보호경에 귀마개 착용도 요한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구직자 지원율이 낮다. 하지만 식품회사 임금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단순가공이다 보니 부가가치가 높은 편이 아니다. 어렵고 이직율도 심한 편. 그러다보니 이곳의 경우 100명 가까운 인원 중에 1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다.

이 공장은 하루 최대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공장이다. 독자적인 가공설비로 대형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약 1,700개)과 프랜차이즈 지점(약 80개)에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D산업은 이 같은 가공능력으로 유통사업부문에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며 수산사업의 부진을 보완하고 있다.

선도가 중요한 만큼 작업시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 가공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되 현장은 영하 15도 이하를 유지한다. 빨리 끝내고 포장을 한 다음 선도 유지를 위해 즉시 출고용을 제외하고는 영하 50도 이하의 창고에서 보관해야 한다.

무기질 함량 높아

이곳에선 재작년부터 연어가공사업도 시작했다. 연어를 수입해서 참치라인 옆에서 훈제연어를 만들고 있다. 아직 초기다보니 연어가 차지하는 포지션은 전체 매출 700억 원 중에서 40~50억원에 그친다. 역시 주력은 참치.

하지만 참치 다음 먹거리로 연어를 지목하고 있다. 참치 자원 또한 다른 어종처럼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어는 양식도 가능해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노르웨이, 칠레가 연어양식 강국이다. 국내에서도 고성, 양양 인근에서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 물론 자연산 연어 최대 생산지는 알레스카다.

한편, 참치 등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과 셀레늄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어린이 두뇌발달, 성장발달 및 면역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지난해 6월 어린이와 임산부는 생선을 더 먹어야 한다며, 참치 통조림 등 생선을 매주 8~12 온스(227~340g)를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D산업 업무지원팀 최대원 과장
업무지원팀에서만 16년, “사고위험에 늘 조심스러워”

▲ D산업 업무지원팀 최대원 과장
최대원 과장은 업무지원팀에서만 16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항운노조 소속의 하역사들을 운용해 선도를 유지하며 빠르고 안전한 하역작업을 이끄는 일을 한다. 그는 이 곳이 첫 직장으로 업무지원팀을 떠나 본 적이 없다.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추운데 나와서 일하려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한 뒤 “한 곳에서 10년은 있어야지 좀 안다고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최 과장은 이 곳 부산 출신이지만 의외로 대학은 내륙에서 한의과대학을 다녔다. 고향이 바닷가다 보니 자연 바다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가장 어려운 점은 안전문제라고 답한다.

“어창에서는 쌓아 놓은 참치가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그러던 중 참치 더미에 작업자의 발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1년 365일 중 300일을 사무실이 아닌 감천항 하역장에 나와 있다. 그가 사무실에 있는 날은 배가 없는 날이다.

그는 신선한 먹거리를 국민 밥상에 식탁에 올리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단다. 특히 힘들게 작업을 마친 우리 수산물이 고가로 수출된다는 사실이 현장을 지키게 하는 이유라고.


D산업 부산공장 서동진 공장장
“안전과 위생 바탕으로 원가경쟁력 높이는 게 목표”

 

▲ D산업 부산공장 서동진 공장장
서동진 공장장은 18년간 D그룹에서 일했다. 이전 근무지는 축산육가공 공장이다. 참치가공은 이 곳이 처음이다. 참치공장 근무는 2년이 채 안 되지만 수산물가공보다 한발 앞서 있는 축산육가공 공장에서의 근무가 큰 도움이 된다.

서 공장장은 대학에서 식품과학을 전공했다. 서 공장장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위생과 안전 문제다. 때문에 이 공장에서의 위생 관리는 철저하다. 위생복 착용은 물론 살균도 철저하게 하게 한다. 애초에 열처리 멸균 처리 공정이 없어 더욱 위생적이다. 야간에 작업 없을 때는 작업장 오존살균을 지시한다.

안전 또한 최대의 관심사다. “제일 우선은 안전이다. 톱으로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돼 있어 항상 긴장하고 보호경, 귀마개 또한 착용하게 한다”고 말한다.

캐치프레이즈 또한 ‘안전한 공장 깨끗한 공장’이다. 위생, 안전의 중요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서 공장장의 올해 목표는 원가경쟁력 확보다. 현재 판매가를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로인(4등분) 형태에서 먹기 좋게 블록형태, 사쿠(스틱) 형태로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 서 공장장의 전략이다. 물론 시간 더 들고 위생가공 신경 써야 하고, 해외영업이 필수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주시장 확대에 신경 쓰고 있다.
“미국도 요즘엔 소비는 많지 않지만 스시 모르는데 없고 스시 레스토랑 없는데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회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으로도 마찬가지. 글로벌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서 공장장은 유럽시장에 횟감용과 스테이크용 판매 또한 구상하고 있다. 당연히 먹기 좋은 크기로 적절하게 잘라 가공해야 한다. 관건은 손실(loss)을 최소화 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로스를 최소화 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늘리겠다”고 그는 말한다.

서 공장장은 올해 영업을 강화해 횟감용 참치 생산목표를 1만 2,000톤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톤을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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