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8] 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은 엄격히 구별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8] 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은 엄격히 구별될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10.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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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관법인 불허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마흔여덟 번째 여행의 시작>

화물운송의 경우 운송주선업을 하는 회사들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필요에 따라 직접 운송을 하기도 하는 등 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의 경계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은 수학처럼 각각의 개념들을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규정하는 영역입니다. 과연 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의 현실은 판례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A는 해상화물운송주선업무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1986. 3. 6. 해운항만청장에게 해상화물운송주선업자로서의 등록을 마친 뒤 1986. 6. 18. 구 관세법에 따라 관세청장에게 통관법인(현 통관취급법인) 허가신청을 하였습니다.

관세청장은 구 관세법에 의하면 통관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재무부령으로 규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재무부령인 관세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통관법인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운송업, 보관업 및 하역업의 면허를 전부 얻은 업체에게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청장은 A가 단지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의 등록을 마친 업체이므로 통관법인의 허가요건을 갖춘 법인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1986. 6. 26. A의 통관법인허가신청을 불허하였습니다.

A는 위 불허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우선 운송업, 보관업, 하역업의 세 가지 면허를 모두 구비한 법인이 아니면 통관법인의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자격요건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구 관세법 시행규칙은 모법인 구 관세법의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므로 모법과 달리 통관법인의 자격요건을 제한한 부분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해상화물운송업이라 함은 해상에서 선박으로 물건을 운송하는 사업이고,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이란 원래는 자기의 명의로 선박에 의한 화물의 운송을 주선하는 사업인데, 운송수단과 국제간의 무역거래의 발달로 인해 해상화물운송주선업자는 단순한 운송의 주선에 그치지 아니하고 국제복합운송의 주체로서 송화주와 복합운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외국의 국제복합운송인과 국제복합운송업무취급계약을 체결하여 국제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기책임 하에 국제간의 일관수송을 주선 또는 이행하는 일을 하게 됨으로써 해상화물운송업과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은 운송형태에는 차이점이 없다.

또 운송수단에 있어서 해상화물운송사업은 자기의 선박 또는 타인의 선박을 이용하는데 반해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은 타인의 선박을 이용 또는 임차한다. 운송구간에 있어서는 해상화물운송업은 이른바 ‘port to port’의 서비스를 주로 하고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은 이른바 ‘door to door’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해운업법에 의해 해상화물운송 주선업자로서의 등록을 마친 A를 구 관세법 소정의 통관법인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운송을 업으로 하는 법인이라 판단하면서 결국 관세청장의 위 불허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에 관세청장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구 관세법 시행규칙상 운송업 중에 해상화물운송주선업도 포함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8누3499 판결>

해상운송사업법과 해운업법의 관계규정과 그 개정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은 해상운송사업법상의 선박운항사업이나 해운업상의 여객 또는 해상화물운송사업과는 그 면허 또는 등록의 기준을 달리할 뿐만 아니라 해상운송사업법상의 해상운송부대사업으로서 면허대상이던 것이 해운업법에서는 여객 또는 화물운송사업과 병렬적인 관계에 서면서도 다만 등록대상으로 바뀌고 그 등록기준도 면허기준보다 훨씬 완화된 한편 면허 또는 등록 없이 당해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구 관세법 시행규칙 제41조가 통관법인의 허가대상으로 삼고 있는 해상운송사업법에 의하여 면허를 받은 운송업이란 해상화물 등의 운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운송업만을 지칭할 뿐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상법상 운송주선인의 업무가 운송인과 운송계약체결을 주선하는 본래의 업무뿐만 아니라 통관절차이행 등의 부수적인 업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또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부수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송의뢰인(화주)과 운송주선인과의 관계일 뿐이지 그것만으로 곧 관계법령의 해석을 달리할 수 없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만일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을 이 규칙에서 말하는 운송업에 포함한다면 통관절차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선박대여업자 등도 통관법인의 허가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해상운송주선업의 등록만으로는 통관허가 대상이 될 수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의 업무내용이 해상화물운송업의 그것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관세법 제158조 제1항의 ‘운송을 업으로 하는 법인’에 해상화물운송주선인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은 위 관세법과 그 시행규칙, 해상운송사업법, 해운업법 등의 관계규정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이 분명히 한 바와 같이 운송주선업이 운송업의 내용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고, 현실적으로 운송주선인이 통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화주가 이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은 법상 구별되는 것으로, 법의 해석을 이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운송업에 운송주선업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마흔여덟 번째 여행을 마치며>

운송주선인이 운송까지 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이제는 운송주선업이 운송업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분명히 운송주선업과 운송업을 동시에 하는 것일 뿐이며, 운송주선업을 할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법률의 적용을 받고, 운송업을 하는 경우에는 또 그에 해당하는 법률의 적용을 받을 뿐입니다.

이렇듯 어떠한 압도적인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법은 언제든 이를 인수분해하고 심지어는 시간을 거슬러서라도 그 적법, 위법을 판단할 수 있으므로 실무와 법을 구별해서 대비하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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