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오염 피해는 없다지만, 어업인 아픔 누가 달래나!
수산물 오염 피해는 없다지만, 어업인 아픔 누가 달래나!
  • 취재부
  • 승인 2014.05.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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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기름 유출 사고 어떻게 돼가나



기름띠 제거 후에도 어업인 피해는 끝나지 않아
도선사 실수로 빚어진 우이산호 사고에 애꿎은 어업인들은 울고 싶다

기름띠 제거 후에도 어업인 피해는 끝나지 않아도선사 실수로 빚어진 우이산호 사고에 애꿎은 어업인들은 울고 싶다

 

해양자원의 보고(寶庫) 남해바다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오전 9시 30분경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사고는 여수 원유 2부두로 진입 중이던 싱가폴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가 GS칼텍스 원유 이송 송유관을 들이받아 송유관 내부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된 것이다. 사고가 나자 해양경찰은 송유관을 막은 뒤 방제정 등 15척을 동원해 긴급 방제 작업에 나섰다.

송유관 원유 유출량은 164㎘. 이 기름은 여수 앞바다 600m 해상까지 퍼졌으며, 사고 해역으로부터 남쪽으로 길이 4km, 폭 1km까지 기름띠가 형성됐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해안은 사고 지점 부근 해상에서 신덕마을 만성리 일원으로 엷은 유막이 퍼졌다.

이에 따라 여수해경은 첫날 함정 18척, 어선과 방제업체 선박 등 총 70여척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벌였다. 해양수산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방제와 보상지원 등 사후 수습에 나섰다. 다음 날부터는 주민, 공무원, GS칼텍스직원, 자원봉사자 등이 대대적으로 나서 해안가에 부착된 기름제거 등 해안 방제작업을 벌였다. 해경·민간업체·어선 등 선박 400여 척과 항공기 1대가 동원됐다.

기름 유출 해역 수산물 ‘안전’

 

사고 원인은 도선사의 무리한 접안시도가 사고원인이라는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도선사의 과속에다 침로설정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여수 기름유출 해역 수산물은 오염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가 흘러나온 여수 부근 바다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고 해당 해역의 어장환경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부는 사고 직후 국립수산과학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여수시와 함께 실시한 이런 내용의 어장환경 및 수산물 안전성 1차 조사 결과를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또한, 수산물 안전성조사는 홍합, 굴, 바지락, 전복, 소라, 해삼, 우렁쉥이, 성게, 숭어, 조피볼락, 도다리, 노래미 등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편, 지난달 15일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캡틴 반젤리스 L호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이날 오후 2시 20분께 부산시 영도구 태종대 남서쪽 남외항 묘박지에서 라이베리아 국적 8만8,000t급 화물선과 유류공급선이 너울파도 때문에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충돌 여파로 화물선 왼편 연료탱크 부위에 구멍이 생겼고 그대로 약 3시간 동안 바다에 기름이 유출됐다. 벙커 C유 235㎘가 흘렀다.

여수 우이산호와 부산 유류오염사고가 잇따르자 해수부가 유류오염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도선(導船)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해수부는 도선과 해상급유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날 보고된 안전관리 방안의 골자는 도선 제도가 강화된 부분이다. 도선사가 되려면 해수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고 면허는 1종과 2종으로 구분해 도선구별로 발급한다.

해수부는 선박 이동경로와 속도 등 안전기준을 반영한 항만별 도선 표준 매뉴얼을 제정해 도선사별 편차를 해소하고, 항만 입출항 전 도선계획을 사전에 선장에게 제출해 선장이 도선사의 비정상적인 운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선절차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도선면허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고 면허등급을 현행 2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는 등 면허체계도 개편된다. 주기적 교육과 면허갱신 시 적격 여부 평가 제도를 도입, 도선사의 전문성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도선사 면허제도 정비키로

풍랑주의보 등 기상악화 시 해상급유 가능 범위 등을 재검토하고 급유업체의 안전관리 상황을 일제 점검한다. 유류 부두의 안전성도 강화돼 선박이 유류 부두에 충돌하면 사고사실이 관계 기관에 자동으로 통보될 수 있도록 자동 경보시스템이 구축된다. 해상 송유관에 일정 간격으로 자동차단밸브와 비상전원을 설치해 송유관 파손 시에도 기름유출이 즉각 차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요 유류부두에 유조선이 접·이안할 때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고 송유관을 해저에 매설하는 설계방식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위험물 하역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안전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인증체계 도입도 추진한다.

사고 저감을 위한 안전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해수부는 주요 무역항의 해류·기상 등 정보제공을 위한 항내 안전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안에 부산과 광양항에서 시범운영하고 사고 위험정보를 수록한 해양안전지도를 만들어 배포한다. 이와 함께 무역항 밖 유류부두의 안전관리 근거를 마련하고 시운전 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대형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시운전선박의 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선박 통항량이 많은 항만 인근에서의 선박 사고를 막기 위해 23개 무역항의 관제 범위를 대폭 확대해 전국의 관제구역이 5524㎢에서 8369㎢로 지금보다 절반 이상(52%, 2845㎢)이 넓어진다. 또한, 해사안전감독관제도를 도입해 선박·사업장 안전관리를 사전예방체계로 전환한다.

해수부는 이번 사고 대응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대규모 해양 오염사고 대응매뉴얼을 정비할 예정이다. 또 11개 법률에 분산돼 있는 오염사고, 선박사고, 태풍 등 각종 해양재난 업무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가칭)해양재난관리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사고지역 위판장 위판고 떨어져

사고지역 위판장 위판고 떨어져

 

유류 유출사고의 피해는 어업인들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사고해역 반경 10km 이내에는 신덕어촌계를 비롯한 10여 개 어촌계가 운영하는 마을어장을 비롯해 양식장 51개소가 밀집해 있다. 이 중 최대 피해지역인 여수 신덕마을은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260가구 600여 주민들이 바지락 양식과 전복, 해삼, 미역, 톳 등을 어획, 생산, 판매하며 살아가고 있다. 바지락, 해조류 등의 수산물을 수확했던 마을어장이 기름으로 뒤덮였고, 마을 앞 갯가 바위틈과 자갈밭도 기름띠로 얼룩이 졌다.

신덕어촌계 김모씨는 “자다가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힌 뒤 “어장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여수바다가 오염지역처럼 여겨져 더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이산호 충돌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지역 수협 위판장도 고전하고 있다. 여수수협은 평소 5억 원에 달하던 위판고가 사고 이후 하루 평균 1억 원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사고 지역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생산 어업인들과 선주들도 상장을 통영 등 다른 지역 위판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고 발생 직후 여수지역 수산물을 구입하기로 한 소비지 상인들이 반품을 해오는 사례도 있었다고.

피해어업인 보상은 어떻게 되나?

해수부는 기름유출 사고 수습대책협의회 회의에서 GS칼텍스가 방제 과정에서의 인력과 장비 동원 등 생계형 방제비용과 이에 따른 의료비 등을 주민들에게 우선 지급하도로 합의를 이끌었다. 또 명백하게 피해 규모가 확인되는 비용은 보상 금액을 선지급한다는 데에도 합의를 이뤘다. 또 GS칼텍스는 선사의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는 회사의 일반 보험으로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수산물 판매 부진을 비롯한 2차 피해에 대해서는 GS칼텍스의 전 계열사를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문제는 수산물 판매와 관광업 등 2차 피해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은 사고와 인과관계에 차이가 있어 실제 보상이 안 되는 경우다.

한편 GS칼텍스는 이날 여수시를 비롯해 남해군, 광양시, 하동군과 7억 원 규모의 수산물을 구매하는 약정식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14일까지 피해복구 작업에 참여한 주민 2만5,000명(연인원)에게 참가한 날짜를 계산해 방제비용 총 20억 원을 현금으로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유류 유출 피해지역 태안은?
7년 전 사고에 대책위 이원화, 사정재판 불복 이어져

기름 유출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최악의 유류 유출 사고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이다. 2007년 7월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은 사고 발생 7년이 지나도록 피해 주민들 간의 이견과 방대한 소송으로 정확한 보상 규모나 출연금 배분 문제가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 대책위원회가 이원화되면서 출연금 배분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보상규모 결정액이 당초 신고액보다 턱없이 낮아 재판 불복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어떤 지역은 피해지역 포함 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피해지역도 넓다. 태안과 서산은 물론 전남 신안과 무안, 영광, 전북 군산에 까지 이른다. 충남, 전남, 전북 등 3개 도(道) 11개 지역 주민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3조5,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이 자체 사정작업을 통해 인정한 피해액은 11개 지역을 통틀어 829억원으로 주민들이 신고한 금액의 2.3%에 불과하다. 이에 주민들은 대전지방법원에 사정재판을 요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1월 IOPC 펀드가 인정한 금액보다 5배 많은 4,138억 원을 주민 직접 피해액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신고액의 12% 수준에 그치면서 사정재판 결과에 불복해 피해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만 7만 여건에 이르고 있다. 국제기금이 이의제기한 소송까지 합하면 무려 12만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2,900억 원의 출연금 배분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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