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유통구조 문제점과 개선 방향
수산물 유통구조 문제점과 개선 방향
  • 강종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6.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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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경매와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선 위해
일본의 예약상대거래제도 도입 검토

이중경매는 거래제도가 아닌 규격표준화의 문제

수산물의 유통구조는 산지위판장, 소비지도매시장(혹은 공판장)에서 각각 상장거래가 이루어지고 수요자에게 분산된다.

농산물유통에서는 주로 소비지도매시장이나 물류센터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농안법의 거래제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수산물유통에서는 산지와 소비지시장에서 모두 상장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소비지도매시장의 거래제도로 한정하면 전체를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

수산물유통에서 위판장과 소비지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문제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이다. 소위 이중경매와 기록상장으로 대표되는 것들로, 농안법 체제의 도매시장이 만들어진 이래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산물유통환경이 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변하였는데도 유독 수산물시장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제도적인 혹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고치고 싶어도 고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보니 비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산물시장 거래제도의 구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내용이 다소 복잡할 수도 있어서 용어와 법체계를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수산물시장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상장(上場)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시장에 올린다는 것인데, 생산자(혹은 출하자)가 수탁자(수협 판매과 혹은 도매법인)에게 자기 대신 판매해달라고 위탁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래는 수탁자가 이를 농안법에서 정해진 거래방법으로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 상장경매 혹은 상장거래라고 하는데, 상장과 거래는 엄연히 다른 행위이므로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래방법은 농안법에서 경매, 입찰, 정가수의매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 상장예외 등의 방법을 허용한다.

원래 농안법에서는 경매(혹은 입찰)만을 허용하였으나, 2011년의 농안법 개정으로 예외적으로 적용되던 정가수의매매를 원칙으로 허용했다. 이 경우 정가매매는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방식이며, 수의매매는 가격을 흥정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소비지도매시장의 거래제도는 농안법의 ‘적용’을 받지만, 위판장은 농안법을 ‘준용’하는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규정의 하위 지침인 공판사업요령을 따르고 있다.

▲ 산지수협 위판장 경매는 아직도 나무상자에 담아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먼저 ‘이중경매’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이중경매란 산지시장(위판장)에서 1차 경매된 수산물을 소비지도매시장 혹은 공판장에서 재경매하는 것을 말한다. 논란의 출발점은 2000년 6월 1일 시행된 개정 농안법으로, 당시 도매시장 거래 제도를 개선하면서 ‘재상장경매’를 폐지하는 규정이 삽입되었다. 재상장경매란 농안법상의 법정시장간 거래에서 한 번 경매된 상품이 다른 시장에서 다시 경매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예외적으로 정가수의매매를 허용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의 논점이 있다. 우선 위판장이 농안법에 의한 시장인지에 대한 것과 두 번 경매하는 것이 과연 불합리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첫째로 위판장은 농안법에 의한 시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정부에서는 위판장을 경매식 집하장으로 유권해석을 하였고, 현재는 수산업법에 의해 개설된 시장이다. 또한 수협중앙회의 공판사업요령에서는 경매식 집하장으로 보고 있다.

위판장의 거래제도는 농안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엄밀히 말해 재상장경매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용어를 굳이 ‘이중경매’라고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산지와 소비지에서 두 번 경매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인가에 대한 것은 ‘현재’ 상태로는 불합리하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겉모습만을 보면 같은 수산물을 두 번 경매하는 것으로 보기 쉽고, 당연히 불합리한 것이다. 하지만 산지에서 경매된 것은 중도매인에 의해 재선별, 재입상(재포장)된다. 이 때 포장되는 수산물의 크기와 중량이 다르므로, 소비지도매시장에서 경매되는 수산물이 비록 산지에서 한 번 경매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다시 경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산지위판장의 상장거래에서 수산물의 규격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산물유통에서 이중경매는 거래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산물의 규격표준화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위판장이 농안법에 의한 시장이든 아니든 한번 경매한 수산물을 다시 경매하지 않고 정가수의매매로 거래할 경우 유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 물류비가 줄어들고, 거래수수로 등의 거래비용이 줄어든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매수수료는 4%이지만 정가수의매매의 수수료는 2%로 산지시장의 규격표준화로 무려 2%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규격표준화를 하고, 그런 다음에 이중경매를 따질 일이다.

기록상장과 형식경매는 누구의 잘못인가

다음으로 기록상장(농안법의 중도매인 수탁 금지 위반)과 형식경매(허위경매)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록상장이란 도매시장에서 수탁(생산자의 출하 위탁 즉 상장)은 도매법인, 시장도매인만 가능함에도 중도매인이 수탁하고 도매법인 등이 한 것처럼 허위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 경매란 도매법인 등이 경매를 하는 시늉만하고, 실제 거래는 중도매인과 출하자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록상장을 하기 때문에 허위경매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농안법에 의한 첫 번째 소비지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1985년 6월에 개장되면서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가락시장은 용산, 중부, 남대문, 청량리에 있는 유사도매시장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을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으로 영입하면서 농안법의 시장구조로 재편하였다는 태생적인 특징이 있다.
수산물도매시장의 구조는 도매법인의 수집 및 거래(경매 등), 중도매인의 낙찰과 분산으로 대별된다. 이 구조는 농안법의 근간이자 대전제이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도매법인의 수집기능이 완전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록상장이 나타는 이유는 도매법인이 거래되는 모든 수산물을 수집할 수 없고, 오히려 상당 부분을 중도매인이 수집하기 때문이다. 수집된 수산물은 중도매인이 임의로 거래한 후 실적만을 도매법인에 보고한다. 이것을 기록상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상장도 경매도 하지 않은 장부상에만 기록된 상장거래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수산물유통구조개선계획?을 기반으로 패류에 대한 실질경매를 추진하였는데, 2001년 5월부터 가락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실시하였다. 패류에서 성과를 거둔 후, 2002년부터 어류의 실질경매를 추진하였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1998년의 자료에 의하면 수산물의 경매비율은 최대 40%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는 형식경매가 많아 실질경매비율은 더 낮다는 것이 당시의 평가였다. 그러던 것이 최소한 패류에서만큼은 실질경매의 시행으로 경매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후 2002년에 노량진수산시장을 수협중앙회에서 인수하면서 동 시장의 실질경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가락시장은 2008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면서 기록상장이 감소했다. 하지만 지방도매시장에서는 상당한 비중의 수산물이 기록상장으로 거래되고 있고,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도 여전히 기록상장이 남아 있다.


현실의 인정과 원칙의 고수, 이제는 선택을 해야

농안법 거래제도는 원래 경매만 허용되고 정가수의매매, 상장예외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체제였다. 이후 2011년의 농안법 개정으로 정가수의매매도 경매와 동등하게 적용이 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따라서 도매시장의 기록상장을 개선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한다고 해서 기록상장이 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중도매인의 수탁문제이고, 둘째는 상품 성격의 문제이다. 우선 정가수의매매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도매인이 수탁하고 있으므로 농안법의 중도매인 수탁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는 정가수의매매만으로는 개선되지 않으므로, 결국 중도매인이 수탁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필자는 여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이 일본에서 1971년 도매시장법에 도입한 예약상대거래’이다. 예약상대거래는 정가수의매매의 일종으로 2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출하자와 중도매인이 수량?가격에 대한 계약을 하여 거래하는 것이다.

도매법인은 양자 간에 계약된 수산물의 검량ㆍ검수, 대금결재의 조정과 감독을 담당하게 된다. 이후 1995년에 수량만을 계약하고 가격은 당일 시세에 따라 흥정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지만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의 도매시장에서 예약상대거래를 도입한다면, 한 가지 문제만을 해결하면 된다. 즉 중도매인이 출하자와 직접 협의한 계약 물량과 금액을 인정하고, 협의한 중도매인이 그 물량을 가져갈 수 있는냐는 것이다. 이는 중도매인이 직접 수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농안법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도매인과 출하자가 협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출하자는 도매시장에 상장할 때 거래당사자인 중도매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 출하자와 마찬가지로 중도매인도 협의한 계약사항에 대한 것을 반드시 도매법인에 신고하도록 하고, 도매법인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조정과 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행 법령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지켜지지 않는 법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법을 고쳐 허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는 상품 성격의 문제이다. 산지에서 이미 경매로 가격이 결정되어 있는 경우는 동일규격이면 굳이 경매할 필요가 없고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냉동물이나 가공품, 수입품 등은 원가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매시장의 경매를 통한 가격형성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상장을 하지 않고 중도매인이나 주재출하주에게 판매를 의뢰하거나 도매시장 이외의 판매처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경매를 꺼리는 데에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산지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매 시에 가격편차가 크고, 경매의 성사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셋째, 경매로 인해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공급할 수 없거나 비용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성격에 따라, 원가의 여부에 따라 거래방식은 탄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수산물시장의 거래제도, 수단보다는 목적이 우선되어야

▲ 강종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산물시장의 거래제도는 현실과 법의 차이가 아주 크다. 예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경매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그러한지 생각해 볼일이다. 경매는 공개 경쟁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함으로써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가격결정이 어려운 수산물에서는 효율적인 거래방법이다. 하지만 사전에 가격이 정해지거나 정해질 수 있는 수산물의 거래로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비싼 거래제도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는 과거와 달리 품목별 상황별로 경매가 아닌 다른 거래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 될 수 도 있다.

농안법의 거래제도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산물시장에서는 불편한 법이다. 원리원칙보다는 법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충실하게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중경매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 이 용어 자체가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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