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해양학과를 나와 부산수산대 해양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메릴랜드주 체사피크생물연구소 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립제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연구실적으로 ‘생체량 크기 스펙트럼모델에 의한 수산자원량 추정 연구’, ‘해양먹이망 기반 해양생태계 변동 예측시스템 설계연구’ 등이 있다.
[현대해양]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에서는 1990년대부터 ‘수산자원량’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수산자원’이 곧 붕괴될 것이라며 20년 넘게 여러 가지 정책과 목표를 정하고 바다 토목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이런저런 국민 혈세 탕진 사업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이렇게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다.지난 3월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313만 톤에 머물러 있는 연근해 수산자원량을 2025년 400만 톤, 2030년 503만 톤까지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현대해양]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선진국에서 하니 다 좋은 것이라면서 흉내를 내어 여러 가지 수산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하는 것마다 어떻게 거꾸로 베끼거나 엉뚱하게 적용을 하는지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지난 6월 21일에는 ‘오징어 씨 말리는 총알오징어 싹쓸이 일당 덜미’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올라왔다. 정치망 어선에 잡힌 체장 미달 어린 오징어 3,830여 마리를 바다로 방류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선장과 판매업자를 해양경찰이 검거했다는 소식이었다.나는 미국에서 연구선을 타고 수많은 고기를 중층트롤로 잡아 배 위에
파시(波市)는 바다 섬이나 연안 포구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어선 어민들과 상인, 접객업자들이 이루는 어시장이었다. 계절에 따라 대상 어종 어장이 남북으로 이동하면 어선과 접객업자, 상인들도 따라 이동하고 어기가 지나면 조용한 마을로 되돌아갔다. 지금은 연안 육지 시장 일대를 합친 어촌취락을 통틀어 파시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옛날에는 파시평(波市坪)이라고도 했는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지리지 영광군편에 첫 기록이 나온다. 봄과 여름 사이에 여러 곳에서 온 어선들이 그물로 조기를 잡아 팔았으며, 관청에서는 세
[현대해양] 올해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인류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집을 식히고 데우고, 전기를 쓰면서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꾸준히 배출해왔다. 기후위기에 맞서 지구가 감당하여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만큼만 탄소를 배출하도록 모든 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탄소중립이다.2015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는 지구가 파국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고 정했고, 이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 한국은 현재 배출량 절반
[현대해양]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먹는데 관심이 많다. 지난 5월에 우리나라 신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2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야외테라스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로 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메릴랜드 크랩’이라면 미국에서는 ‘블루 크랩’(blue crab: 푸른 게, 학명: Callinectes spidaus)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꽃게(Portunus trituberculatus)와 비슷한 종이다. 우리나라 꽃게보다 다리가 유달리 더 푸르지만 삶으면 빨갛
[현대해양] 몇 년 전부터 우리 바다에서 오징어가 많이 안 잡힌다고 아우성이다. 한 때 한국과 일본에서 수백만 톤까지 잡혔던 정어리는 2000년대 들어와서 우리 바다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들다. 또 명태와 말쥐치가 거의 사라진지는 20년이 넘었다. 대신 갈치, 조기, 그리고 냉수성 어종인 대구, 청어가 요즘 잘 잡힌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어종별로 어획고 변동이 큰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변화가 중요한 이유라고 간략히 설명한 적 있다(2020년 6월호 현대해양 참고). 그러나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잘 모른다. 수
[현대해양] 생선과 사람을 맞교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당연히 둘 다 상품으로서 파고 살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역이 진행되는 동안 손상되지 않고 잘 보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수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생선은 활어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냉동 또는 냉장된 선어이다. 지금처럼 비행기나 철도와 같은 빠른 운반 수단과 냉장고가 없었던 수백 년 전에는 몇 주 이상 보존하기 힘든 대부분 생선들은 교역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가까운 어촌에서 생계형으로 소비되었다.그러나 일부 생선들은 말리거나 소금에 절이면서 그 보존기간을 늘려 교역
[현대해양]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수산학계와 수산정책에서 통용되어 왔던 ‘남획’이라는 말은 그 근거가 빈약한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연재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그나마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것이라고는 단위어획노력당 어획량(CPUE)이나 지속적 최대 생산량(MSY)을 지표로 삼아서 남획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이었지만, 그 분모가 되는 어획노력량은 정량화하기도 힘들뿐더러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해석에서 심각한 오류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남획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20세
[현대해양] 앞서 3차례 연재를 통해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수산관리정책들은 선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어업을 방해하고, 생업이 어려워진 어업인들을 전과범으로 만드는 나쁜 규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았다. 어업인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일지라도, 그들을 설득하기 전까지는 보류하거나 잠정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설령 어떤 어종이 관리를 잘못해 남획이 일어나 어획고가 폭락을 하거나 멸종을 하더라도, 그 피해를 입을 사람은 어업인들이지 공무원들이나 수산전문가들이 아니다. 물고기가
[현대해양] 전남 여수 바닷가에서 연안선망으로 평생 멸치를 잡아온 한 어업인은 전과 57범이라고 한다(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4 기사 참조). 우리나라 어민들 중 전과범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도 들려온다. 정부에서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면서 50개에 이르는 수산관련 법령으로 규제한 결과가 이런 것이다.이 정도 규제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성과는커녕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어획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어업 경영
[현대해양]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우리가 즐겨 먹고 가장 많이 잡는 고등어, 오징어, 갈치, 멸치와 같은 어종들은 주로 중국 영해인 동중국해에서 산란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 바다로 갈라져 회유하면서 자라고, 황해는 물론 북한 동해 바다를 지나 북단 러시아 연안까지 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회유 어종들을 수산자원으로 잘 관리하려면 우리나라만 관리를 열심히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적어도 이웃 중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그림 1)는 어획고와 수산물 소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현대해양]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鋪裝)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이 말은 유명한 서양 속담이며, 현대 자유주의 사상의 뿌리가 되는 말이다. 우리 인간 인식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하더라도 그 결과는 우리가 예측한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큰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경제에 반대하고, 시행착오를 통한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서양 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2,000
[현대해양] 해양수산부 소속 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우리나라 주요 수산생물종에 대한 기초 생태학 정보를 담은 ‘생태와 어장’이라는 단행본을 5년에 한 번 정도 발간을 해왔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바다 물고기들의 산란, 성장, 서식지, 계절 회유 등 기초 생태 정보를 잘 요약한 책이라 낚시인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수시로 참고하는 유용한 책이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초 생태학 책이 ‘대외비’가 되어 해양수산부 공무원들만 볼 수 있고 나 같은 지방국립대학 선생은 더 이상 구할 수도 볼 수도 없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외부
[현대해양] 올해 전 세계 최대 관심사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일깨워준 것 중 하나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전염병 방역에 얼마나 결정적인가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일부러 전염병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을 하는 등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큰 경제 피해를 입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몇몇 국가는 대응을 잘해 정치 위기를 겪지 않으면서 경제 피해도 최소화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투명한 정보 공개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박근혜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지만, 이번
[현대해양] 우리나라 수산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엉터리 기사가 많다. 가령, 2018년 3월에 ‘어린 고기인 풀치를 많이 잡아서 갈치 씨가 마른다’고 보도한 뒤 그 해 9월에 ‘30년 만에 대풍이 들었다’고 보도를 했다. 그 해 추석 무렵에는 똑같은 참조기를 두고 한쪽 기사에서는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하다가, 일주일쯤 지나 다른 기사에서는 ‘대풍’이라고 보도를 했다. 이듬해 3월에는 ‘목포수협에서 조기와 갈치가 최고 위판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의 경우 잘 안 잡히면 북한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때문이라고 대대적
[현대해양] 99%의 실패를 거치지 않고는 1%의 성공을 가져올 수가 없다. 생물종이든 사람이든 시행착오를 통해서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를 개선하면서 생존해왔다. 이런 실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사회주의이고 계획경제이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나 자본주의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실패를 질책하기 보다는 성공을 위한 필연의 과정이라고 보고 실패에서 원인과 개선방안을 찾는 자본주의가 결국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경제체제라는 것이 판가름 났다.정부
[현대해양] 지난 호에서는 우리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주된 이유가 노가리를 많이 잡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다.명태와 비슷한 시기에 많이 잡혔다가 사라진 또 다른 물고기로 말쥐치가 있다. 말쥐치는 1970년대 말부터 쥐포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지금까지도 맥줏집 인기 안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부근을 제외하면 말쥐치가 거의 잡히지 않아 말쥐치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명태와 마찬가지로 말쥐치가 사라진 원인을 두고도 우
[현대해양] 업무 회의나 학회를 마치고 모처럼 만난 사람들과 횟집에서 저녁 같이 먹으면 바다나 수산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곤 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으면 다들 우리나라 최고 수산 전문가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갈치가 잘 잡히면 어떤 사람은 인공어초 때문이라고 하고, 참조기가 잘 잡히면 해경이 중국 불법 어선을 단속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오징어가 안 잡히면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와 수산을 30년 이상 공부했다는 나는 이런 물고기 풍흉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현대해양]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자는 포스터를 전국 초등학교와 유관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 고기를 잡는 것은 나쁜 행위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포스터 내용을 보면 더 많은 어획을 하려면 어린 고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취지인 거 같고, 다른 한편으로 초등학교에 주로 배포한 것을 보면 물고기를 사람으로 보고 동물권익보호 차원에서 아기나 어린이를 보호하듯 어린 물고기도 보호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수산생물을 먹는 대상으로 볼지, 아니면 동물권익보호 대상
[현대해양]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탕을 즐겨 먹는다. 물론 서양에서도 철갑상어나 연어 알로 만든 캐비아를 진미로 쳐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명태알 뿐만 아니라 알이 밴 생선을 통째로 삶는 탕도 좋아한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는 특이하게도 알밴 꽃게나 산란기 물고기를 특별히 보호하여 못 잡게 하려는 수산업법 조항들이 있다. 미국 동부에서도 대서양 꽃게(Blue crab)가 인기가 많은데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알을 밴 꽃게는 별로 값을 안 쳐준다. 따라서 알밴 꽃게를 가지고 특별히 규제하지 않는다.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