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사회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지속가능한 어촌과 어업, 주민이 행복한 섬마을과 지속가능한섬살이에 관심을 갖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섬, 어촌, 갯벌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하다 퇴직했다. 지금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어촌공동체 연구를 수행하며 섬과 갯벌을 답사하고 있다. 쓴 책으로 섬살이, 섬문화답사기, 어촌사회학, 바다맛기행, 어떤 소금을 먹을까, 물고기가 왜?, 바닷마을인문학, 바다인문학 등이 있다.
[현대해양] 우리의 역사를 보면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웠던 때다. 그때마다 백성들이 나서 나라를 구했다. 이를 의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국난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꼽는다. 임진왜란 시기에 왜군의 침입으로 조선이 위태로울 때 유학자들이 앞장서 나라를 지켰다. 이를 임란의병이라 부른다. 임란의병은 나라보다는 왕조를 지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또 대한제국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침탈과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항일의병을 펼쳤다. 그리고 한국전쟁기에는
[현대해양] 최근 섬을 예술 무대로, 정원으로 디자인 사례들이 늘고 있다. 모도는 섬의 크기나 주변 생태환경이나 수도권과 접근성으로 볼 때 지역재생에 예술을 접목하기 좋다. 더구나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다리가 연결된 만큼 그 효과는 다른 어느 예술 섬보다 클 수 있다. 다만 예술 섬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섬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모도는 그 길목에 있다. 기왕에 눈썰미 좋은 예술가가 일찍 자리를 잡았지만, 공공예술이나 지역상생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나오시마 섬에 대한 평가도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다만
[현대해양] 삼형제섬은 2000년대 초 여행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여행객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여행객도 들어왔다. 주말이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드라마 풀하우스(2004), 겨울연가(2005), 연인(2006, 2007)과 영화 활(2005)과 시간(2006) 등이 촬영되면서다. 일부 드라마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에까지 송출되었다. 지난여름 수기해수욕장은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마을주민들이 관리하는 이 해수욕장은 한때 드라마 ‘풀하우스’의 주인공 한지은(송혜교 분)과 이영재(정
[현대해양] 할머니 한 분이 선창에 앉아 물끄러미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배는 떠났다. 김포에서 도심철도를 이용해 운서역에 내려 버스로 삼목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냥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왔다가 섬이 있어 가고 싶었다고 했다. 배를 타려고 했으나 신분증이 없었고, 휴대폰도 두고 나왔다. 그리고 ‘섬에 가면 차가 있느냐, 섬에서 지하철을 타면 돌아갈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신도대교를 가리키며, 내년쯤에는 버스를 타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 했더니,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라며 ‘다시 정처없이 가야지’라며 돌아섰다. 섬은 그런 곳
[현대해양] “여러분은 참 운이 좋습니다. 1903년 오늘(6월1일)이 대한민국 최초 등대인 팔미도 등대가 불을 밝힌 날입니다.”팔미도 선착장에 도착해 해설사가 등대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 팔미도를 찾은 것은 아니다. 우연히 역사적인 날 팔미도를 찾게 된 것이다. 안산의 대부도에서, 인천의 영종도와 무의도에서 팔미도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가야지 했지만 한반도 끝자락에 머무는 이에게 팔미도는 외국을 가는 것보다 쉽지 않았다.팔미도는 인천시 중구 용유동에 속하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섬은 남북으로 팔미도와 소
[현대해양] 섬의 가치를 ‘섬의 크기’로 평가할 수 없다. 평가해서도 안 된다. 또 섬 주민들 수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전자라면 부동산업자가 할 일이고, 후자라면 정치나 행정의 잣대로 범하는 그릇된 기준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 ‘너 섬에 살아 봤냐’는 말이다. 스스로 섬을 고립시키는 언술이다. 그 말이 나온 배경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할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이 있다.섬은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할 의미가 있다. 그것이 ‘섬의 권리’이다. 특히 육지 중심의 사고로 섬의 가치를 논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래서 섬의 존재
[현대해양] 어느 해던가, 진도항에서 맹골도로 가는 배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파도도 높지 않았지만 짙은 안개로 한 치 앞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도군도 일대는 봄철이면 안개가 유독 심하다. 깊은 숲이 그렇듯이 먼바다에 섬과 섬은 안개가 덮이면 숲이 된다. 거칠고 안개가 많은 섬과 바다는 해조류가 자라기 안성맞춤이다. 그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인간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바다 사정에 밝은 현지 뱃사람이라도 이런 날은 납작 엎드린다. 바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과학으로 똘똘
[현대해양] 팽목항에 이르면 바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워지지 않는, 아니 절대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진도항이라는 표지판이 붙었지만, 세인들은 여전히 팽목항으로 기억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추모관은 새로 지어진 육중한 여객선터미널 탓에 더 왜소하다. 이번에는 진도항에서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간다. 최종 목적지 거차군도 중심인 서거차도다.서거차도로 가는 길은 두 길이다. 목포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 신안과 진도 20여 곳, 많을 때는 30개에 이르는 곳을 돌아 오후에 도착하는 먼 길이 원래 있던 길이다. 좀
[현대해양] 지난해 7월 말 여수갯벌이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여수갯벌(약 38.81㎢)이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갯벌이라고 보호지역 지정 이유를 밝혔다. 이 갯벌은 순천만갯벌 동쪽 끝 와온마을에서 여수 조발도 인근에 이르는 갯벌이다. 행정구역은 율촌면, 소라면, 화양면에 해당한다.여수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고흥갯벌, 순천만갯벌, 보성벌교갯벌 등 여자만 모든 연안이 습지보호지역이 되었다. 이중 순천만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은 람사르습지이며, 신안갯벌,
[현대해양] 반세기 전만 해도 달리도에서 목포까지 목선인 ‘만진호’를 타고 오갔다. 달리도 밖에 있는 외달도는 달리도까지 나룻배로 건너와 목선을 타야 했다. 이후 철선인 ‘유신호’가 등장했고, 지금은 ‘슬로아일랜드’호가 운항 중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후 큰 여객선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서쪽은 화원곶과 마주하며 사재산, 금성산 등이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 고하도, 율도, 장좌도, 유달산과 마주하고 있다. 목포와 뱃길이 이어진 서쪽은 시하바다와 거친 조류와 접하고, 동쪽은 영산강으로 들고나는 기수역과 만난다. 이
[현대해양] 얼마 만인가. 10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여객선을 기다리면서 가슴이 설렜다. 그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이웃에 있는 외달도는 최근에 몇 번 다녀왔지만, 목포에서 가장 큰 섬인 달리도는 소원했다. 하긴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20, 30분이면 닿는 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목포에 허사도, 달리도, 외달도, 율도, 고하도, 장자도 등 사람 사는 섬이 있었다. 모두 무안군 이로면에 속했던 섬이지만 1963년 목포시로 편입되면서 충무동으로 개칭되었다. 그리고 유달동과 충무동이 통합되면서 유달동에 편입되
[현대해양] 10여 년 전, 서산에 있는 구도항 허름한 숙소에서 노시인을 만났다. 구순에도 섬을 답사하고 시를 썼던 섬 시인 이생진이다. 나는 ‘섬 문화답사기’를, 시인은 ‘실미도, 꿩 우는 소리’를 주고받았다. 섬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고파도로 가는 길이었다. 그 자리에서 시인은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났어’라며 기뻐했다. 바다도 그 만남을 축하하듯 수채화처럼 노을을 그려냈다.옛날 고파도 사람들은 서산보다는 인천으로 많이 나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안산 대부도를 거쳐 당진과 태안을 지나 가로림만 고파도를
[현대해양] 어느 섬이나 귀하고 소중하다.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아름다움이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래도 사람마다 특별한 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만히 그 섬을 손꼽아 보았다. 신안 우의도, 옹진 장봉도, 여수 추도, 완도 청산도, 통영 연대도, 서산 고파도, 제주 비양도, 울릉군 죽도 등 열 손가락으로 부족하다. 생각해 보니 공통점은 사람이었다. 섬 주민이건, 동행한 사람이건, 사람이었다. 빼어난 자연도 감동을 주지만 사람이 준 공감은 오래가고 늘 그립고 다시 그 섬에 가고 싶게 한다. 고파도가 그런 섬 중에 하나다.버스
[현대해양] 기타를 든 한 여성이 언덕을 오르면서, 같이 온 친구에게 “여기가 시원하게 앉아 놀기 좋은 최고 명당이야. 천국이 따로 없어”라고 자랑한다. 오천항으로 들어서기 직전 충청수영에 있는 영보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보정에서 본 오천항은 정박 중인 어선, 낚싯배와 푸른 하늘, 섬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항구다. 하지만 낚시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인근 대천항이라면 잘 알지만, 오천항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도 그 여성처럼 한 번도 와보지 않는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오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현대해양] 여름이면 보령은 들썩인다. 어느 지역보다 일찍 갯벌(머드)에 주목해 준비한 보령머드축제가 큰 몫을 했다. 올해는 섬의 날 행사도 유치하면서 더욱 분주했을 것이다. 보령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곧바로 오천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천은 해안길이나 숲길이나 논밭을 가로지르는 길이 전형적인 우리나라 농촌풍경이며 어촌경관이다. 특히 오천항으로 가는 길은 더욱 정겹고, 바다는 나폴리항이 부럽지 않다. 바닷길은 세곡선이 오갔던 길이고, 이를 수탈하려는 왜구들이 출몰했던 길이다. 또 근대로 가는 길목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일본
[현대해양] 울릉도의 장날은 언제일까. 장이 서기나 하는 것일까. 1960년대 초반 한 신문은 ‘「배」가 닿아야 장도 서는 곳(동아, 1961. 3. 3)’이 울릉도라고 했다. 울릉도 섬살이는 도동항이나 저동항으로 뭍에 배가 들어와야 돌아간다. 특히 울릉도처럼 먼바다에 있어 결항이 잦은 섬은 더욱 그렇다. 몇 개월 만에 배가 들어오자, 섬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섬 식량, 인정, 소식, 문명 등 모든 갈증이 배가 들어와야 해갈된다고 했다. 지금 눈으로는 작은 배지만 당시에는 큰 배라 도동항에 접안하지 못하고 작은 배로 마중을 나가야 했
[현대해양] 해가 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둘 나무 밑으로 모여들었다. 저동항과 촛대바위가 잘 보이는 관해정이다. 촛대바위와 저동항을 배경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울릉도 개척 당시, 빼곡한 후박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우거졌다. 이곳에 마을 산신당이 있어 제당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운 좋게 남은 후박나무 몇 그루가 저동항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른 저녁을 마친 주민과 호기심이 가득한 여행자들이 색소폰 소리에 끌려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박수를 치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현대해양] 선착장에 몇 명이 낚시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사람이 붕장어를 낚아 올린 것이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여행을 왔다가 이 모습을 보고 우르르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주민들 이야기로는 옛날에는 선창에 앉아 간재미와 우럭도 쉽게 낚아 올렸다고 한다. 옆에 있던 노인은 외줄낚시로 조기도 민어도 낚았다고 했다.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벌말이다.서산시 대산읍에서도 11㎞를 들어가야 하는 갯마을이다. 마을에서 만난 노인은 본래 ‘벗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소금을 굽던 마을이었다는 뜻이다
[현대해양] 별신굿 이튿날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새벽에 도착해야 산신제를 볼 수 있는데 굴 양식장에 드리워진 안개에 홀리고 말았다. 비록 상당에서 열린 일월맞이굿은 보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죽림마을은 거제시 거제면 거제만 바닷가에 있다. 바다와 갯벌로 둘러싸여 있고, 대나무가 많아 ‘대숲개’라 불리기도 했다. 농사를 짓는 논과 밭보다 바다와 갯벌이 너른 어촌이다. 지금은 간척과 매립으로 주변에 논이 많지만, 과거에는 섬이나 다름없었다. 집집마다 굴 양식을 많이 했다. 지금은 작은 배로 그물이나 통발을 넣어 딱새비(갯가제)를
[현대해양] 두 해 후, 다시 찾아갈 것 같다. 거제 작은 어촌마을에 큰 굿이 열렸다. 남해안별신굿이다. 씻김굿은 간혹 구경하러 가고, 서해 풍어제도 몇 차례 다녔다. 하지만 남해안별신굿은 거리도 있고, 시간도 맞춰야 해서 소식만 듣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퇴직하고 나니 여유롭다. 게다가 오랜만에 통영에 지인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나섰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그래서 2년 후 열릴 남해안별신굿을 예약한다.거제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와 무시로 오갈 수 있는 육지 같은 섬이다. 다리로 연결된 곳이 무슨 섬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