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이 더위에 그 먼 시골까지 걸어가자고라?"
"뭐라? 이 더위에 그 먼 시골까지 걸어가자고라?"
  • 승인 2007.09.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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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연재> 아빠와의 '지옥 같은' 걷기 여행-그 첫날

어린이 여러분 여름방학 잘 보내셨습니까. 이제 8월도 벌써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 그리고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장대같은 비. 올 여름은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날씨의 연속이었습니다.
<위클리서울>은 이번에 특별히 본지 어린이기자의 `아빠와 함께한 3일간의 걷기 여행기`를 3회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여행은 지난 8월초 다녀온 것으로 찌는 듯한 날씨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두 사람은 3일간 약 120Km 정도를 걸었습니다.
이 기사에 이어서 함께 한 아버지가 적은 여행기가 실릴 것입니다. 두 사람이 여행에서 느낀 색다른 감정과 상황을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이번 걷기 여행기에 참가한 정다은 어린이기자는 여행후 "참 힘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그래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더군요. 시스템상 문제로 사진은 이후 다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무더운 여름방학이다. 우리 식구들은 여름방학만 되면 떠나는 곳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우리 시골!

휴가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아빠가 순간 내 머릿속이 멍해지는 얘기를 꺼내셨다.
"다은아, 이번엔 아빠랑 시골까지 걸어간다."

상의도 없이 혼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론. 난 깜짝 놀라진 않았다. 왜냐하면 아빠가 평소에도 걷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단호하게 "싫어!!" 라고 대답했다. 나는 걷는 것은 잘하지만 그리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히 아빠랑 걸을 때…. 아빠는 걸으면 너무 과하게 그리고 빠르게 걷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빠의 답은 뻔했다. "안돼, 아빤 이미 결정했어. 넌 무조건 가야돼"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빠의 고집을 말릴 수 없다는 걸 그동안의 수차례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다. 하는 수 없이 적극적 찬성은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마지못해 수긍하는 수밖에…. 물론 마음 속엔 짜증이 활활∼.(^^)

아빠와 걷기로 한 것은 우리 가족들의 휴가 기간 며칠 전이었다. 원래는 큰집 가족들과 함께 시골에 가기로 한 터였다. 하지만 아빠가 이번 계획을 위해 다른 가족들 휴가보다 앞당겨 3일 정도 빨리 휴가를 냈고, 먼저 출발해서 3일 뒤 나머지 가족들과 시골에서 합류하는 계획이었다. 그동안은 꼼짝 못하고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출발 며칠 전부터 상당히 설렌 눈치였다. 걸으면서 밥도 해먹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휴대가 간편한 가스렌지도 구입했다. 엄마도 출발 며칠 전부터 우리가 걷는 기간 동안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셨다.

그리고 드디어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일찍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짐을 쌌기 때문에 아침엔 그리 바쁘지 않았다. 짐을 들어보니 꽤 무거웠다. `이걸 들고 어떻게 시골까지 걸어가지…` 걱정도 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그러나 아빠 가방은 너무나 무거운 모양이었다. 짐을 다 싼 뒤 배낭을 들어본 아빠는 너무 무겁다면서 가져갈 짐 중 몇 개를 빼려고 했으나 막상 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아침식사. 나는 아침밥이 너무나도 잘 들어가는데 아빠는 잘 안 들어 가나보다. 전날 드신 술 때문일 것이다. 아빠는 얼마 드시지도 않고 일어나셨다. 힘들고 긴 여행을 위해선 억지로라도 드시라고 엄마가 얘기하는데도 속이 좋지 않다며 그냥 양치질을 하셨다.  

그리고 엄마의 출근시간에 맞춰 출발을 했다. 엄마가 출근하는 길을 따라서 갔다.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린 중간에 버스정류장 쪽으로 빠졌다.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려고 했다. 근데 아빠가 예상했던 거와는 달리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한 번에 가는 시내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하는 수 없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 사람들은 우리를 꽤 쳐다보았다. 아침부터 이렇게 커다란 짐을 메고 지하철을 탔으니 당연한 일이다. 조금 창피했다.

드디어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충남 보령행 표를 끊었다. 우리의 좌석은 맨 끝이었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했다. 보령으로…. 나는 한참 동안 귀에 mp3를 꽂고 잠을 자다가 깨었다. 아빠는 주무시지도 않고 지도책을 펴놓고 무슨 생각엔가 깊이 빠져 계셨다. 아마도 버스에서 내려 우리가 걸어갈 길을 미리 찾아보는 것이리라.

그리고는 잠시 뒤 버스가 보령을 지나 대천해수욕장까지 간다고 하자 약간의 돈을 더 내고 해수욕장까지 가자고 하셨다. 난 물론 찬성.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까.

나는 터미널에서 미리 샀던 구운 계란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히히) 앞쪽 좌석의 언니들은 도넛을 먹고 있었다. 정말 맛있어 보였다.

드디어 대천해수욕장에 도착! 돈을 1000원 더 냈다. 날씨는 매우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꽤 짜증이 났다.ㅡ_ㅡ).

우리는 내리자마자 대천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걷기 시작했다. 지옥 도보 여행의 시작이었다. 중간, 집에서 미리 챙겨온 학교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우리만 걸인 꼴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수영복 등 해수욕 복장을 하고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나도 얇고 짧은 옷을 입고 무거운 배낭도 집어 던진 뒤 그냥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도 참는 수밖에….

약 한 시간 정도는 걸은 것 같다. 길은 그냥 오솔길. 오른쪽으론 나무숲이 우거지고 왼쪽으론 논 밭이 쭉 펼쳐져 있다. 꽤 시골답다. 우리는 차들이 가끔 지나가는 한적한 도로변의 그늘진 곳에 짐을 풀었다.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2시 30분이 넘은 상태였다. 걸어오는 중간 편의점에 들러 사온 컵라면과 생수를 집에서 준비해온 버너와 코펠에 끓였다.

어찌나 맛있던지…. 아빠가 꿀맛이라고 했다. 나는 그래서 꿀맛은 아니고 라면맛인데 꿀맛 보다 맛있다고 했다.(하하하^ㅡ^) 가끔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방해만 되지 않았다면 더더욱 좋았을 텐데.

식사를 다 마치고 우린 다시 `가시` 보따리를 싸서 출발을 했다. 찻길로 접어들었다. 사람 걸을 공간이 거의 없는 찻길은 굉장히 위험했다. 아빠가 시시때때로 나에게 소리를 지르셨다.

"야, 차온다. 옆으로 비켜!!" "야, 이번엔 큰 차야!!" "아래만 보지 말고 앞을 보란 말이야!!"

그렇게 겨우겨우 찻길을 걷다보니 길이 꺾이는 곳 즈음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방조제가 나타났다. 오른쪽은 서해바다, 왼쪽은 시합용 보트 연습장이 있는 넓은 강, 그리고 논이었다. 남포방조제라고 했다. 방조제를 따라 차들이 달리는 도로 역시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방조제 위로 올라가자고 하는 게 아닌가. 따라 올라가보니 사람들이 여유있게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이 마치 길처럼 마련돼 있었다. 넓은 서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어와 굉장히 시원했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와 방조제 사이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그 위엔 갈매기들이 적게는 4마리 많게는 7마리씩 앉아 진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웃겼다. 날씨가 더워서 쉬는 건지, 지친 건지…(히히^^). 한참을 걷다보니 한 가로등 위엔 오직 한 마리의 갈매기만이 앉아 있었다. 아빠가 "저 갈매긴 왕딴가?"라고 물으셨다. 난 "다른 갈매기들을 지휘하는 왕일 수도 있지…"라고 대답했다.

방조제는 매우 길었다. 중간에 조그마한 섬이 있었다.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겠다. 집에서 싸온 얼음물은 이미 다 녹아 따뜻해진 상태. 그마저도 거의 다 떨어져가는 상태였다. 섬에는 조그마한 가게 하나가 있었다. 우린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했다. 초콜릿이 먹고 싶었으나 그곳엔 없었다. 난 음료수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덥고 힘이 들었지만 짜증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방조제 길로 들어섰다. 방조제 옆엔 이름모를 꽃들이 무척 많이 피어 있다. 아빠가 한쪽 편을 가리키며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라고 일러주기도 하신다.

그리고 드디어 방조제가 끝났다. 이젠 산길이다. 길 양쪽으론 조그마한 마을들과 논 밭들이 펼쳐져 있다. 길은 갓길이 거의 없어 여전히 불안하다. 아빠가 신경을 많이 쓰신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들이 나올 때마다 들어간다. 아빠는 생수를 산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가는 길을 물어본다. 1차 목적지는 보령 아래에 있는 웅천이라고 한다. 이리 꼬불 저리 꼬불한 길을 한참을 걷는다. 조그마한 터널도 지났다. 웅천 바로 직전에 조그마한 찐빵집이 있다. 아빠가 유명한 곳 같다며 먹을 거냐고 물어온다. "물론이지!" 찐빵 5개를 샀다. 막상 먹으려고 하니 너무 뜨겁다. 식으면 먹기로 했다.

체력은 바닥이 났다. 엄청 힘이 든다. 그래도 짜증은 내지 않았다. 대신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정말 노래는 마법 같다. 내 몸이 새털같이 가벼워지고 힘들거나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음악만 들으면 자꾸 즐거워진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따라 부르다보면 기분이 황홀해진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걷다보니 주위가 어느새 캄캄해져 있다. 그리고 저녁 7시 30분이 거의 다 된 시간 웅천의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에 도착!! 아빠가 여기서부턴 버스를 탈 것이라고 한다. 오늘의 걷기는 여기서 끝인 모양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잠시 뒤 내린 곳이 충남 서천. 하루종일 걷고 버스는 아주 잠깐 타고…. 어쨌든 그곳에서 잠 잘 곳을 찾았다. 터미널근처에 남강모텔이란 곳에 들어갔다. 샤워를 한 뒤 나와서 밥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정말 시골답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어서인지 거의 다 문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김밥천국. 나는 얼큰한 걸 먹고 싶었으나 내 눈길을 끄는 새우볶음밥을 먹고 아빤 다슬기해장국을 드셨다.

새우볶음밥은 맛있는 것 같았지만 얼마 먹지 않아 배가 불렀다. 낮에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도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먹어 치우고야 말았다…(^^). 왜, 내일의 지옥행을 위해서!.

다시 호텔에 왔다. 아빠는 근처 슈퍼마켓에서 사온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드시고 나는 집에서는 전혀 꿈도 꾸지 못하던 텔레비전을 봤다. 요즘 한창 인기인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보다가 간단히 아빠와 하루 있었던 일과를 정리한 뒤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 모텔에서 잔다는 것도 그랬고 지나치게 피곤한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다은아, 일찍 자야지. 내일은 오늘보다 두 배는 더 걸어야 되는데…."

내일도 해가 떠오를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비라도 펑펑 쏟아져 내렸으면…. 다음호 계속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시스템상으로 문제로 사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꾸 지체돼 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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