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모를 풀꽃들...6월의 풍경 셋
이름모를 풀꽃들...6월의 풍경 셋
  • 승인 2007.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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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고마운 세상

“야 ! 색깔이 진하다.”
속까지 보랏빛으로 물들여져 있는 이름모를 풀꽃이 우뚝하다. 결코 키가 크지 않는 데에도 주변의 큰 식물들보다 더욱 더 돋보인다. 색깔이 선명하여 시선을 잡고 있다. 땅에 붙어 있으면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화려한 꽃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목원(전북 완주군의 대아 수목원)은 나무로 꽉 들어 차 있다. 6월의 열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서 활기의 원천으로 삼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는 짙푸른 나무들의 모습이 그렇게 당찰 수가 없다. 넘치는 기운이 사방으로 배어나 나비는 물론이고 수많은 동물들의 삶이 터전이 되고 있다.

새들의 노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이름모를 곤충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숲 전체가 생명의 열기로 그득하다. 어디 하나 멈춰 있는 곳이 없다. 모든 곳이 다 역동적인 힘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경쟁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분명 다툼이 일어나야 한다. 한데 그렇지 않다.



서로 힘을 넣어주고 있었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받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것이다. 아니 받으려 하지 않고 주려고만 한다. 그러나 분쟁은 없고 화합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으로 주고 있으니,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고마운 세상.
이름모를 풀꽃의 역동성을 확인하게 되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시각이 달라지니, 보이는 세상도 새롭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기존의 우주가 아니라 힘과 사랑이 넘치고 있는 경이로운 세상의 모습이 다가온다. 오관을 통해서 전해지는 전율과 놀라움을 주체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마음에 보이는 것마다 신기하기만 하다. 모두가 처음 보는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이런 세상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눈을 감고 온 몸으로 느껴본다. 눈을 감으니 세상이 더욱 더 가깝게 느껴진다. 왜 손으로 만지려고만 하였을까. 왜 눈으로 보려고만 하였을까.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이렇게 좋은데.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존재하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이고 환희인지 온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 또한 오늘 같을 것이란 굳어진 마음으로 볼 때의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하던 기분은 어디론가 모두 다 사라졌다. 가슴 떨리는 흥분과 긴장으로 진정하기가 어렵다.
보랏빛 풀꽃이 가슴에 꼬치는 순간 온통 마음에 가득 차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우주의 모습 또한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삼천대천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6월의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보랏빛 풀꽃에 푹 빠져버렸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뱀무꽃과 젊음


노랑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다른 색깔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다. 순수한 노란 색은 우뚝하다. 사람의 시선만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혹에 넘어간 곤충들도 푹 빠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꽃의 향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꽃의 손짓에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온 곤충들의 모습은 활기로 넘쳐나고 있다. 역동적인 행동이 힘을 솟아나게 한다. 그들의 열정을 통해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화려한 꽃과 곤충들의 행동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세상의 열기를 마음껏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처연하게 만든다.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나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세월이 야속하지만 자연적으로 늙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힘을 소진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욕심은 크지만 실제로는 조바심으로 인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더 빨리 늙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거울 속에 비추인 낯선 얼굴을 만든 원인의 반은 바로 나 자신이다. 세월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반이고 그 나머지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런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는 악순환이 되어서 더욱 더 빨리 늙어지게 만들고 있다.

탈무드에 보면 스스로 빨리 늙어지게 하는 네 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두려움과 노여움, 그리고 아이와 악처를 들고 있다. 아이와 악처는 부양하는데 그만큼 힘이 든다는 것을 뜻하니, 남자라면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노여움은 얼마든지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뱀무 꽃의 향에 취해 정신없는 곤충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늙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두려움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오늘의 중요성을 깨닫고 성실하게 채워간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노여움은 과도한 욕심이 원인이다. 털어내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오지 않은 내일의 일에 매달려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늙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 젊어지고 싶은 욕심만을 앞세우게 되면 그 결과는 더 빨리 늙어지고 만다. 젊어지기 위한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욕심을 줄이고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두려움과 노여움을 줄이면 활기차게 살 수 있음을 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리연과 인연

“작은 꽃이 앙증맞네.”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노란 꽃은 꼭 오이꽃을 닮아 있다. 그런데 다르다. 연못 안에서 자라고 있으니, 분명 오이는 아니다. 그런데 연꽃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낯설다.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무슨 꽃일까.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지만 공허할 뿐이다.



“어리연꽃이네.”
제일 연장자가 천천히 다가와서 설명해주었다. 이파리도 수련의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꽃 또한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연꽃이라고 하니, 선뜻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 어린연꽃이었다. 연못에 듬성듬성 피어 있는 꽃의 노랑이 우주를 물들이고 있었다. 작은 꽃의 힘이라고 할까.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은 넉넉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6월의 햇살을 받으면서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은 대아수목원(전북 완주군 소재)의 연못이다. 맑다고 말할 수 없는 연못의 물도 상관없이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 인연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연.
세상의 일이란 홀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불가의 가르침이다. 현세의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전생과 내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까닭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뿌리 없이 싹트는 새싹이 없고 꽃을 피워내지 않고 열매를 맺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진리이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오면 사랑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오는 사랑을 거부하게 되면 인생 자체가 뒤틀리게 된다. 바른 인생을 위해서 피한다고 생각하지만, 순리를 거스르게 되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긋하기 마련이다. 미운 마음도 마찬가지다. 미워하는 마음이 삶에 있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미워하는 마음도 분명 나의 것의 일부다. 그것을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하여 증오심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일어나는 정서를 억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으로 인해 더욱 더 아픔이 커지는 것이다. 뱀을 피하려 하다가 호랑이 만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미움이 생기면 그대로 발산하면 된다. 그 해결책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잡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내 것으로 소유하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에 빠져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빠져 허우적거리는 거리는 것을 집착이라고 한다. 사랑과 미움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그것은 지옥의 수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일 뿐이다.



가볍게 흔들리고 있는 어리연꽃은 말하고 있다. 오는 사랑 막지 말고 생기는 미움 배척하지 말라고. 일어나는 마음은 인정하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 위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꽃을 바라보면서 어리석은 집착을 버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정기상님은 전북 대덕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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