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 수놓은 산벚꽃 사태 "이게 웬 횡재냐"
창공 수놓은 산벚꽃 사태 "이게 웬 횡재냐"
  • 승인 2007.05.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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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직장동료들과 떠난 정기산행기-검단산편

등산을 하는 날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게 있다. 바로 창문을 열어 기상상태를 확인하는 것. 오늘도 역시 눈꼽도 떼기 전에 전날 밤 내린 비가 걱정되어 문을 열었더니 약한 황사 탓에 아주 청명하진 않지만 선글라스를 낄 정도의 날씨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 산행은 경기도 하남시의 동쪽 한강변에 위치한 검단산에 오르기로 했다. 검단산은 직원체육대회를 통해 알게 된 이후 세 번째 산행이다. 1차 집결장소인 천호역 한일시네마 앞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이르다.

9시 정각에 정경진 계장님이 도착하셨다. 모 은행 현금출납기가 있는 곳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들고는 길가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검단산 첫 산행을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자판기를 찾지 못해서 한참동안 헤맸던 기억이 있는데, 경험이란게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을 머금는다.

저번 달에 그 어렵다는 관문을 통과하여 새로 입사한 김민규씨가 반대편 출구에서 헤매다가 도착하고, 5분 거리에 살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꼴찌하신 이원형 주임까지 조우하고 검단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검단산 입구 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내리니 늦은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산행시간이 짧은 관계로 식사는 내려와서 하기로 하고, 산정에서 간단하게 요기할 막걸리 몇 병과 모듬순대를 챙겼다. 산행기점인 베트남 참전 기념탑 앞으로 이동하는 거리에는 때늦은 산벚꽃들이 푸른 나뭇잎과 함께 창공을 수놓고 있다. 자연스레 감탄사가 터진다. 너무 늦어 기대를 안했건만 이렇게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게 되니 로또라도 당첨된 기분이다.


#푸른창공을 아름답게 수놓은 산벚꽃


#베트남참전 기념탑

베트남 참전 기념탑 앞에서 당직근무 후 필자의 협박(?)에 쉬지도 못하고 동참해준 강진규 주임을 만나서 산행을 시작한다.

전날 내린 비로 수분을 머금은 산은 먼지가 일지 않아 걷기에 최적이고,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은 상큼함을 더한다.


#산벚꽃


#토끼귀처럼 솟아나 있는 새싹


#비 갠 뒤 상큼함이 더하는 새싹


#이름 모를 들꽃

산행기점부터 유길준묘까지는 폭은 넓지만 급격하고 계속된 오르막길로 숨이 거칠어지는 사점이다. 제주도에서 살다가 상경한 김민규씨가 `이 정도가 완만한 건가? 한라산 등정보다 더 힘든 것 같다`면서 숨을 헐떡인다.

사실 필자도 숨이 가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 정도는 평지나 다름 없는데 벌써부터 힘들어하면 안되는데?"라며 괜히 큰소리를 쳐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비 미국 유학생으로서 서유견문록을 지으신 고당 유길준선생 묘소에서 가쁜 숨을 돌리고, 주린 배를 김밥으로 조금이나마 달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고당묘를 지나 조금 더 힘을 내면 능선에 다다를 수 있는데, 후끈 달아오른 몸을 시원한 강바람으로 식힐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릴 잡고 늦은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항상 즐겁다. 눈요기 꺼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단산 능선길은 수도권내 산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

힘차게 굽이쳐 흐르는 한강과 서울시민의 상수원 팔당댐, 그리고 높지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건너편 예봉산을 비롯한 주변 모든 산의 자태까지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록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아쉽지만 암석전망대에서 팔당대교와 하남시를 렌즈에 담고 앞서간 동료들을 좇는다.


#암석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남시 전경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예봉산


585고지에서 정상에 이르는 길은 온통 굴참나무 군락지다. 굴참나무들이 빼곡히 능선을 채우고 있지만 내 키 정도이기에 웅장한 팔당댐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585고지에서 정상 가는 중간 즈음에는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있다. 지난번 검단산 산행 때 먹었던 생애 최고로 달콤했던 맛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강진규 주임이 그 맛을 보여주신다. 역시 산행 중에 먹는 막대아이스크림(일명 하드) 맛은 기가 막힐 정도로 일품이다.

검단산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나마 정상부가 넓어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포용할 수 있는 점도 검단산이 주는 큰 베풂이다.

차례를 기다려 정상석(657m)에서 증거사진을 담고 하산길 계단 옆에 자릴잡고 앉는다. 막걸리 몇 병과 모듬순대, 그리고 몇가지 종류의 떡이 전부지만 정상에 오른 후 시원하게 목울대를 넘기는 막걸리 맛은 언제 먹어도 짜릿하다. 그런데 오늘은 백혈병 환자를 위해 등산후 헌혈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이 맛을 즐기지 못하는 착한 민규씨의 사연에 미안함이 앞선다.


#검단산 정상, 왼쪽부터 필자, 언제나 함께해주는 이원형주임,필자의 구박으로 오랜만에 함께하신 강진규주임, 이번달부터 함께하게된 신규직원 김민규씨, 잊지 않고 찾아주신 정경진계장

산에 오르기 전 미리 알아놨던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인근 닭백숙집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산곡초등학교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서면 가파른 돌계단이 계속된다. 이곳을 내려가는 길이 아닌 오르막길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돌계단을 내려서면 조금 걸으니 졸졸졸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겨 시원한 계곡물에 찌든 땀을 씻어내고, 창공을 가르며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즐기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백숙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나는 등산객들의 땀을 씻어준 계곡물


#푸른창공을 가르며 쭉쭉 뻗어 있는 나무들

정상에서 마신 막걸리의 기운이 퇴색해질 무렵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장수촌`이라는 누룽지백숙 전문 음식점인데 아삭아삭한 백김치와 시원한 열무김치가 고소한 누룽지 백숙과 어우러져 자꾸만 술잔을 기울이게 만든다. 결국 한 마리를 더 시켜먹고는 너무 배가 불러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과식한 걸 후회하며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2회  동료직원들과의 산행 후기를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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