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공염불로 끝나나?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공염불로 끝나나?
  • 승인 2007.01.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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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여부 정부 이기주의에 국민만 갈등

정부가 하이닉스 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 허용 여부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국민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계속 미적거리자 해당지역인 경기도 이천시 주민들이 증설 허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청주시 주민들은 이천공장 불허 청주공장 증설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와 충청북도까지 가세하고 있어 자칫 하이닉스 문제가 수도권과 충청권 주민들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가 이천공장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에 나섰다. 정부가 하이닉스의 수도권 투자계획에 대해 1차적으로 `불가` 판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투자 살리기`를 강조했던 정부의 외침이 공염불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신 증설 투자계획 또 연기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이달 중순께로 예정했던 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신 증설 투자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하이닉스가 변경된 투자계획을 제출하는 대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가 최대한 빨리 검토해 추가검토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하이닉스 공장과 관련한 투자 허용 결정을 미룬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애초 "지난해 11월 말까지"(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로 했다가 "12월 말까지"(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로 한 차례 연기했으며, 다시 "이달 중순께"(이 산자부 본부장)로 미뤄졌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기업환경 개선대책의 중요성이 반감되는 만큼 허용여부를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은 `허언`이 돼가고 있다.

정부 우왕좌왕에 정치권까지 가세

정부가 이처럼 우왕좌왕하자 관련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천시 주민 1만여 명은 지난 11일 이천 공설운동장에서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라"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었으며 대정부 투쟁을 다짐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천시 주민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근 시 군 주민들과 연대해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 계획이다.
청주시 주민들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청주시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3만여 명은 15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의 당위성을 알리는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청주시 일부 주민들은 이천시 주민들이 상경집회를 열 경우 청주시도 상경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자칫 서울에서 양측 주민들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갈등은 경기도와 충북도가 가세하는 바람에 수도권과 충청권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역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도내 여 야 국회의원들과 조찬 회동을 갖고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공장증설 허용 건의서를 전달했고 여 야 의원들은 공동 대응을 결의했다.
충북도는 하이닉스 전무 출신 노화욱 정무부지사를 중심으로 유치 전담팀을 꾸린데 이어, 청주공장 이전 임직원들의 생활 터전 마련, 청주산업단지~하이닉스 타운~오송 오창단지를 잇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핵심단지 구축 방안을 내놨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하이닉스 공장유치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하이닉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서로 들고 일어서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반도체업종의 특성상 투자는 신속히, 또 다소 비밀스럽게 진행돼야 하는데 제때 이뤄지지 못해 경쟁력을 잃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하이닉스 반도체 국내공장은 현재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2곳에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반도체 호황을 맞아 13조5000억원을 들여 12인치 반도체를 양산할 3개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해왔다. 6600여개의 일자리창출과 9조원의 수출 증대가 예상될 만큼, 공장증설은 지역경제 숨통을 터줄 `황금알`로 기대되고 있다.
올 시정 제1목표를 하이닉스 2공장 유치로 정한 남상우 청주시장은 "하이닉스 제2공장 증설은 청주의 미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조병돈 이천시장은 "1990년대말 세계적인 완구업체인 레고랜드를 이천에 유치하려다 결정단계에서 비수도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며 "제2공장을 반드시 유치해 내겠다"고 말했다.

3개 생산라인 이천과 청주에 분산투자 가닥

이러한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가 증설을 추진중인 3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분산 투자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3개 생산라인을 모두 경기도 이천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이천에는 알루미늄 공정 생산라인 1개만 증설하고, 구리 공정 생산라인 2개는 청주에 설립하는 방안이다.
지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수도권에서는 구리 공정을 사용하는 생산라인 건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을 받아들여 이 같은 내용으로 투자계획안을 수정해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쪽이 투자변경 의사를 밝혔지만 최고의 관심사는 정부의 국토균형발전론과,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배출될 중금속의 팔당상수원 오염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점검회의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수도권내 공장 증설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 역시 제2공장에 도입될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나올 구리에 대한 규제 미비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가 수도권에 구리를 배제한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수도권 상수원 보호 문제 때문에 `증설 불가`로 잠정 결론을 냈던 정부 방침이 변화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하이닉스반도체가 투자계획서를 변경ㆍ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 왔다"며 "변경된 투자계획이 제출되면 최대한 빨리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이 기존 알루미늄 공정에 비해 반도체 회로의 고집적화와 미세화, 고속화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구리 공정으로 3개 생산라인을 증설하려 했다.
세계 반도체업체들도 구리 공정을 사용한 신규 투자를 앞다퉈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반대를 감안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증설에 대한 승인이 미뤄져 투자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된다고 판단해 기존에 제출했던 계획을 수정해 다시 전달하기로 했다"며 "최대한 빨리 변경된 사업계획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해 증설 계획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발전 명분론에 기업 경쟁력 희생

하이닉스가 구리 대신 알루미늄 공정 생산라인 증설 방안을 담은 투자계획안을 제출할 경우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환경 문제가 배제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건교부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하이닉스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6만㎡(약 1만8000평) 농지를 공업용지로 전환해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산자부 관계자는 "구리를 배제하더라도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투자계획안이 제출되면 정부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나든 수도권 규제에 집착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위해 수립한 최적의 투자계획이 정부 입지규제로 인해 수정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론에 막혀 기업 경쟁력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에서 적기 투자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하이닉스는 현재 이천에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D램 라인 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청주에는 8인치 웨이퍼로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라인 2개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천에 12인치 웨이퍼 라인 3곳을 증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정부는 구리공정의 환경오염 문제로 증설 불가 입장을 펴고 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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