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머신' 된 건설현장의 괴물들
'살인 머신' 된 건설현장의 괴물들
  • 승인 2006.11.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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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5년간 관련 재해 사망 노동자 150여명 달해

지난 1970년대 국내에 도입돼 고층빌딩, 아파트 등 큰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는 빠짐없이 사용되는 괴력의 타워크레인이 `살인기계`로 전락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은 안전에 대해 무방비한 상태다. 안전한 타워크레인 고정방식이 있지만 타워크레인 업주 등 건설업계가 이익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불안전한 고정방식을 선호하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타워크레인은 건설교통부가 관리 감독하는 덤프트럭 굴삭기 등 32종의 건설기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건설기계관리법은 `스스로 이동하는 기계`를 건설기계로 분류하고 있으나, 타워크레인은 건설공사 시 조립하면 기계가 되지만, 공사가 끝나면 도로 해체되기 때문이다.

쇠줄 몇 가닥에 의존 목숨담보 타워크레인에서 작업

지난 6월26일 오전 11시30분께 경남 창원시 신월동 STX 사옥 신축 공사 현장에서 모 크레인업체 직원 권모씨(32)가 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추락해 숨졌다.
최근에는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7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 크레인 운전사 박아무개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타워크레인이 전복되며 주변 고압선을 덮치면서 이 지역 일대에 정전 소동을 빚기도 했다.
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은 지난 2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원인불명의 이유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주변 고압선을 건드려 주변지역이 정전됐다"며 "원인이 규명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결사체인 타워크레인기사 노동조합은 사고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던 곽 모 씨와 사고 목격자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사고원인에 대해 보다 진전된 설명을 내놓고 있다.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자재를 운반하던 중 갑자기 전기공급이 끊어지면서 타워크레인이 정지했고, 이에 타워크레인이 원심력을 견뎌내지 못해 넘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타워크레인을 고정 지지해 주는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제대로만 고정돼 있었다면 타워크레인이 전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박종국 정책국장은 "이번 사고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일반화돼 있는 고정 방식인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쓰고 있었다"며 "한 마디로 쇠줄 몇 가닥으로 고정해 놓은 타워크레인 위에서 기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재 타워크레인을 지지하고 고정하는 방식은 `와이어 지지고정 방식`과 `벽체 지지고정 방식`이 있다. 벽체 지지고정 방식은 주변 건물에 약 14m 간격으로 `H빔` 등의 도구를 통해 타워크레인을 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박 국장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벽체 지지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벽체 지지방식`이 `와이어로프 지지방식`보다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을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벽체 지지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허술한 것은 아니지만 `벽체 지지방식`보다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주장에 대한 공감을 드러냈다.

건설업체 이익 많은 와이어로프 지지방식 선호

지난 2003년 부산 경남 지역에서 52개의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전복된 사건의 경우에도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아닌 벽체 지지방식을 사용했더라면, 피해가 그만큼 크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 당시 건설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건설현장에 안전성이 낮은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도입돼 있다는 점이다. 타워크레인은 무거운 건설자재를 옮길 뿐만 아니라 크레인의 몸집 자체가 크기 때문에 쓰러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쓸 경우 타워크레인이 여러 채의 아파트를 맡을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반면, 벽제 지지방식을 사용하면 한 대의 타워크레인이 맡을 수 있는 아파트 건물의 개수가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건설업체에서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동원되는 타워크레인 수가 적을수록 건설업체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안전한 `벽체 지지방식`보다는 다소 불안전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건설현장에서는 더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개별 건설업체에 `벽체 지지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벽체 지지방식이 더 안전하다 하더라도 개별 타워크레인 업체에 이 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지나친 규제는 건설업체들의 선택권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타워크레인기사 노조는 "지난 5년 동안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재해로 사망한 건설 노동자가 모두 150여 명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건설업체나 노동부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타워크레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기계관리법 규제 제외 안전검사 등 받지않아

전국에서 3000여대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타워크레인의 사고는 2003년 23건(사망 15, 부상 31)을 정점으로 2004년 20건(사망 17, 부상 6), 지난해에는 15건(사망 11, 부상5)으로 조금씩 주는 추세이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건 여전하다. 타워크레인 기사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하던 다른 노동자들까지 사고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크레인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규제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공정의 50% 가량에 쓰이는 대표적 기계지만, 건설교통부가 관리 감독하는 덤프트럭 굴삭기 등 32종의 건설기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야 건교부가 정의한 건설기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워크레인은 건설공사 때 조립되면 잠시 기계가 되지만, 공사가 끝나면 해체돼 `철골`로 전락한다.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상 `유해 위험기구`로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건설기계`에 의무화된 정기 안전검사, 안전사고 등에 대한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타워크레인 설치 조립 해체 작업 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순간풍속이 초당 20m를 초과할 경우 크레인 운전작업을 중지토록 관련규정을 신설한 바 있으나, 크레인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 규제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장비`이다보니 누구나 제약 없이 크레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 500여개의 비전문 크레인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크레인노조는 "임대사업, 설 해체 작업, A/S 과정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안전을 확보하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건설기계 등록을 통한 업계 전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워크레인은 운전작업 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공사장 주변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으나 규제책은 전혀 없다.
한 공사장에 설치된 50여m 높이 타워 크레인이 인근 주택가와 상가 밀집 지역의 상공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작업을 하면서 타워 크레인에 설치된 30여m 길이의 회전 프레임이 주택가와 상가 건물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타워 크레인은 운반 가능한 건축 자재의 무게에 따라 소형(3t 미만), 중형(5t 미만), 대형(5t 이상)으로 분류되며 특수 크레인의 경우 최대 20t 이상의 건축 자재를 운반할 수 있다.
인근 상가 업주 김모(47)씨는 "한번씩 강한 바람이 불면 심하게 흔들리는 회전 프레임이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사고 방지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타워 크레인의 설치, 해제, 운영 등에 대한 규정 및 정기 검사 지침은 명시돼 있으나 회전 반경 등 타워 크레인 회전 프레임 관련 규정은 전무하다. 강성일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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