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또 다시 멈추나?"
"8부 능선, 또 다시 멈추나?"
  • 승인 2006.10.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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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 잇따른 분란 한나라당

잘 나갈 때 마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다. 한 때 당 지지율 50%까지 육박할 것으로 보이던 한나라당이 40%대까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마의 능선을 넘었다고 좋아하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기에 긴장감은 더욱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하락은 열린우리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사실상 한나라당 자체의 `자살골` 때문이라는 게 주된 분석이다. 지난 여름에도 수해현장 인근에서 골프를 치다 홍문종 전 의원이 구설수에 올랐지만 당의 누적된 악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송영선 의원 등의 군부대 골프 파문, 태국 쿠데타 발언 등으로 인해 지지도는 점차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점차 `경계경보`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 혹은 연대까지 이야기한 강재섭 대표의 발언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에 걸친 대선 패배의 추억이 과연 다시 한 번 반복되는 것일까. 고속질주 속에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상황을 진단해본다.

상황 1.
지난 달 27일 기자간담회 자리. 강재섭 대표가 정치권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 오른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과다한 비용의 문제는 물론 사전 선거 운동의 혐의도 있어 여야가 단체로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여당에서 논의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화투판 섞는 것도 아니고 뭔가."
한 마디로 논의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측, 그리고 소장파들 사이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검토 주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황 2.
다음 날 이번에는 한나라당내 `원조 보수`를 자임하는 김용갑 의원이 총대를 맸다. 대상은 당내 젊은 소장파 의원들. 구체적으로 두 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남경필, 원희룡 의원이 소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면서 또 다시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다. 명품만 보면 눈 돌아가는 여자들을 `된장녀`라고 한다는데 `된장 정치인`이 따로 없다. 행태가 거의 열린우리당 광신도 수준이다. 언제까지 젊은 의원 몇 명의 `뻘짓`에 당이 흔들려야 하느냐. 이제 그만 정신차려야 한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같은 당 소속 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나가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 하다. 상대편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얼마전 "소장파와 손 전 지사는 열린우리당으로 건너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았었다.

상황 3.
김용갑 의원이 젊은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그 날. 소장파 중 한 명인 정병국 의원은 당 의원 발언대에 글을 올렸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정계 개편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향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었지만 속내는 당 지도부를 향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에 앞서 강 대표는 민주당과의 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일기 시작하는 당내 분란

한나라당 상황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다소 어수선하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시장, 손학규 전 지사라는 `빅3`를 모두 보유하고 있음에도 내년 대선 승리가 100% 보장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당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들어 세 잠룡과 관련된 의원들의 성향 분류표까지 나돌면서 당내 분파 조장은 더더욱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과거의 구태 또한 연이어지고 있다. 당 소속 국방위 의원들의 평일 군부대 골프 파문,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에 이어 술자리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던 최연희 의원이 조용히 국회에 복귀하면서 당 지지도도 하향세에 돌입한 것.
그 동안 `묻지마 지지율`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민심이기에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정치권 판도를 가름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지난 달 말 조인스닷컴과 미디어다음이 `리서치앤리서캄`에 의뢰해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전 주 대비 3.5% 하락한 40.6T였다. 2주 전에 비하면 8.1%나 하락하며 마의 40%대까지 흔들리는 양상이다.
당 내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1, 2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에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고 당 인사는 말했다.
한나라당은 5월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싹쓸이`에 가까운 대승을 거뒀다.
7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성북을 제외하고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었다. 같은 달 전대 역시 친박 진영과 이 전 시장 그룹이 갈등을 빚긴 했지만 새롭게 `강재섭호`를 띄우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1997년과 2002년에 걸친 두 번의 `뼈 아픈 추억`은 여전히 당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학습 효과`가 지겹게도 오래 남는 것이다.
이런 데에는 지금까지의 높은 지지율이 `한나라당이 잘 해서`가 아닌 `집권 여당이 못 해서`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는 푸념까지 들리기 일쑤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 지지율의 상당수는 사실상 현 정권에 대한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이 좋아서 지지한다는 대답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묻지마 지지율`은 끝

국회에서 오랫동안 몸 담은 한 인사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대해 "지금까지는 `묻지만 지지율`이었지만 내년 대선 정국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초 성추행, 공천 비리 등이 연이어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반대 급부`에 불과하다는 것.
"정상적인 지지율이면 마이너스 요인은 민심에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없다.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워낙 극심해서겠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한나라당은 다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이 인사는 진단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각 잠룡들의 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을 합하면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3강 구도가 어느 정도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는 일정 수준까지 반드시 오를 것이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괜히 높은 점수를 매기겠느냐."
때문에 향후 대선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탈한다면 당 지지율 또한 분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진영과 이 전 시장은 향후 대선 후보 경선 방식과 시기를 놓고 일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주된 평가다. 7월 전대 결과에서 나타났듯 상대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시장이 먼저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판도를 뒤흔들려는 여당의 구애도 더욱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를 여권 후보군에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 97년 이인제 의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예상치 못했던 `이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들이 "손 전 지사가 부상해 3강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당이 깨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경 보수그룹 득세

국민들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 2002년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노풍`이 분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은 참패를 피할 수 없었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게 여론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더욱이 현재 지자체 단체장 다수와 의회를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는 상태여서 지방선거 압승은 내년 대선 정국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난 5월을 회상하며 "당시 정동영 의장은 `지방권력 심판론`을 이야기했다"면서 "하지만 행정과 입법부를 장악한 주체가 지방권력까지 가진다면 오히려 독식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애초부터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강경보수 그룹들의 움직임도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은 노 대통령을 사실상 `여적`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내 놓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한나라당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뉴라이트그룹 내에서 조차 내분이 벌어지는 것도 당내 대권주자들의 손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초선 의원 관계자는 "일치감치 선을 긋지 않으면 당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며 "당의 개혁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 거만해졌다"

현재 한나라당은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등이 번갈아 호남을 방문해 `듣기 좋은 말`을 남기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서 비롯된다.
최근에는 민주당과의 합당 주장까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책 공조는 가능하지만 합당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내비쳤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거만해질 대로 거만해졌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는 "지난 2002년 탄핵 역풍의 추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호남 민심은 한나라당과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쾌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실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합당` 발언은 그나마 있는 민주당의 지지층 일부마저 자기 것으로 가려가려는 얄팍한 속셈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지난 7월 전대에서 한나라당은 강창희 최고위원을 배출하며 `충청권`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다음 차례는 호남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실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얼마 전 군 골프 파문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공성진 의원은 그 전에도 사고를 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히고 감옥간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은 "벌써 자만에 빠져 집권이나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다"고 맹비난했고 민주당은 "그렇게 했다가는 청와대 분수대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한나라당이 과거의 `학습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당 내부를 추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지 않으면 경고음은 더욱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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