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피안의 섬에 번지는 중국의 야욕
환상의 섬, 피안의 섬에 번지는 중국의 야욕
  • 승인 2006.09.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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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동북공정 이어 '이어도' 문제 삼은 중국


한때 전설과 이상향의 섬으로 불리웠던 이어도가 때아닌 공방 속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동북공정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중국이 이번엔 한국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제주해녀들의 영혼이 살아숨쉬는 이어도에까지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 13일 중국 국가해양국의 ‘2005년 해양행정 집법(執法) 공보’에 따르면 중국 해양감시기는 지난해 이어도의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대해 비행기를 동원해 5차례 순항 감시 활동을 했다.
또 지난해 8월 16일 이어도 남쪽 10해리 지점에서 한국이 임차한 노르웨이의 ‘폴라듀크’ 물리탐사 작업선대(船隊)도 감시했다.
공보는 중국이 해양권 수호를 위해 ‘유엔해양법 협약’과 ‘중화인민공화국 영해 및 인접 구역법’ 등 국내법에 따라 관할 해역에 대한 감독·관리는 물론 “이웃 나라와 분쟁이 있는 해역에 대해 순항 감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4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섰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제주도 서남쪽 이어도에서 벌이는 한국측의 일방적인 행동은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친강 대변인은 “쑤옌자오(蘇岩礁ㆍ이어도의 중국명)는 섬이 아니라 동중국해 북부의 수면 아래의 암초”라며 "양국 사이에 이 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은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이미 한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문제로 몇 차례 협상을 벌였다고 얘기했다.
그는 “수 년 전 한국이 이 섬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한 문제로 한국측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며 “이는 이 섬이 속한 해역이 양국이 주장하는 EEZ가 중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국이 이 해역에서 일방적 행동을 취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한국도 이 섬이 양국 EEZ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면서 “중국은 이어도를 둘러싼 해양분쟁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측은 이어도의 위치가 한국과 중국이 각각 주장하는 EEZ 내에 서로 중복되기 때문에 중첩수역의 중간선을 채택할 경우 시설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우리가 이어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만들 때인 2000년과 2002년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그러나 이어도는 국제법상 명백한 우리 EEZ이며 대륙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장쑤(江蘇)성 앞바다 저우산(舟山)군도의 가장 동쪽에 있는 퉁다오(童島)를 기점으로 200해리 안에 이어도가 위치해 있다는 근거로 이어도가 자신들의 EEZ내에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속내는?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듯 갑자기 이어도 수역 불인정을 끄집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이어도 부근 해역이 당연히 한국 EEZ에 포함된다는 판단 아래 1995년부터 2003년 사이 이 섬에 플랫폼 형태의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중국은 지난 11일 동중국해에 영해의 출발점을 표시하는 10개의 `영해기점석비`를 건립했다. 영해기점을 표시하는 석비는 장쑤성 롄윈(連雲)항 동북해역의 다산도(達山島)에서부터 푸젠성 둥산 동남해역의 다간산도(大柑山島)까지 1000리 해역에 걸쳐 세워졌다.
이 중 장쑤성 해역은 제주도와 가장 인접한 중국해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영해기점석비` 건립이 앞으로 한ㆍ중 양국의 EEZ 획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958년 `12해리 영해원칙`를 선포했지만 그 동안 동중국해의 영해출발점을 정확하게 확정하지 못해왔다. 1996년 서사군도 영해기선(영역선)을 포함해 중국대륙 일부지역에 대한 영해기선만 선포했을 뿐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12해리로 규정된 영해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마찰이 없다. 그러나 200해리까지로 규정된 EEZ는 서해안과 동중국해에 걸쳐 중첩된 구역이 많아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ㆍ중 양국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의 EEZ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ㆍ중 어업협정을 통해 매년 어선의 조업량ㆍ조업조건 등만 확정해오고 있을 뿐이다.
EEZ 획정은 석유ㆍ가스탐사 등 해저자원개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인 해양경제영역 확정작업이라는 점에서 동중국해 EEZ 획정을 둘러싸고 한ㆍ중ㆍ일 3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이어도는 유엔 해양법에 따르면 특별한 법률적 지위를 갖지 못한다. 꼭대기가 수면 4.6m 아래 잠겨 있는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로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EEZ 획정 때에도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다.
다만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해저는 우리나라 대륙붕이어서 영유권의 근거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어도를 우리 섬으로 여기고 있는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중국측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가간 EEZ 획정은 영토와의 거리뿐 아니라 대륙붕 등 해저지형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된다. 중국이 한국ㆍ일본 등과 EEZ 획정을 앞두고 2년6개월의 대대적 조사ㆍ측량을 거쳐 동중국해에 10개의 `영해기점석비`를 세운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영해 출발점을 조정ㆍ확정하면서 실시한 해저지형 조사가 EEZ 획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전문가들은 일본과 가스전 이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해양 자원 확보를 위해 이어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번 분쟁의 암초가 된 이어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어도는 ‘섬’이 아니다?

이어도는 동경 125도 10분 56.81초, 북위 32도 07분 22.63초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 남쪽의 마라도에서 서남방으로 149Km(81해리), 일본의 도리시마(鳥島)에서 서쪽으로 276Km(133해리), 중국의 퉁타오(童島)로부터 북동쪽으로 245Km(149해리) 거리다.
이어도는 동중국해 중앙에 있는 수중 암초로 평화선 내에 있으며, 해저광구 중 제4광구에 있는 우리 나라 대륙붕의 일부이기도 하다. 앞으로 주변국들과 배타적 경제수역(EEZ) 확정 시 중간선 원칙에 따라 이어도는 한국측 해양 관할권에 있게 된다. 이어도의 가장 얕은 곳은 해수면 밑 약 4.6미터까지 돌출해 있으며, 수심 40미터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북으로 약 600미터, 동서로 약 750미터로, 면적이 약 11만5000평에 이른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남쪽과 동쪽은 급경사를, 북쪽과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어도는 제주도민의 전설에 나오는 환상의 섬, 피안의 섬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근간에는 ‘파랑도’로 불리기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섬을 보면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먼 옛날에 이곳에 와서 조업을 하다 파고가 10미터(최천수심 4.6미터이므로, 이 수심의 2배 이상의 파고이다)쯤 되면 이 섬이 보였고, 당시 어선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무사히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인 소코트라(Socotra)호가 처음 발견해 그 선박의 이름을 따서 국제적으로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라 불린다. 그리고 1910년 영국 해군 측량선 워터 위치(Water Witch)호에 의해 수심 5.4미터밖에 안되는 암초로 확인 측량된 바 있다.
1938년 일본에 의해 해저진선 중계시설과 등대시설을 설치할 목적으로 직경 15미터, 수면 위로 35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이어도의 실재론이 처음 대두된 것은 1951년으로, 국토규명사업을 벌이던 한국산악회와 해군이 공동으로 이어도 탐사에 나서 높은 파도와 싸우다 바다 속의 검은 바위를 눈으로만 확인하고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 표지를 수면 아래 암초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 최초의 구조물은 1987년 해운항만청에서 설치한 이어도 등부포(선박 항해에 위험한 곳임을 알리는 무인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항로표지 부표)로 그 당시 이 사실을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해양구조물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이 1995년부터 수심, 조류 등을 관측해 해양조사에 들어간 이후 2002년 하부구조 설치를 완료하고 2003년 5월에 상부구조를 세운 뒤 같은 해 6월11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어도과학기지는 암초로부터 77.5m, 수면 위로부터 36.5m 높이에 400평 규모로 건설됐다. 이는 24.6m의 파고와 초속 50m의 강풍에 맞서 50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준공 직후인 2003년 태풍 ‘매미’가 찾아왔을 때도 끄떡없이 버텨내 화제가 됐다.
이어도과학기지 헬기장에는 위성통신 안테나와 등대, 그리고 전원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또 최첨단 기상관측장비 13종, 해상관측장비 20종, 환경관측장비 6종, 구조물 안정성 계측장비 4종 등 400평 기지 안에 촘촘히 배치된 장비들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육상으로 전송한다.
이곳에서 관측된 각종 자료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과 기상청에 실시간에 제공된다. 한반도를 경유하는 태풍의 40%가 이 길목을 지난다. 이곳을 지난 태풍이 10시간 뒤 남해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여 재해 예방의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보 뿐 아니라 지역해양연구 기초자료 수집, 안전 항해를 위한 수색전진기지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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