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팎을 돌고 오니 서재에 커피 냄새가...
집 안팎을 돌고 오니 서재에 커피 냄새가...
  • 승인 2006.05.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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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연재> 고홍석 교수의 산내마을 `쉼표찾기`

`Weekly서울`이 연재하고 있는 `쉼표 찾기`는 오랜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후 안식년을 가졌던 전북대 농공학과 고홍석 교수가 전북 진안군 성수면 산내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고 교수는 2004년 3월 전북 전주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이 한적한 산내마을로 부인과 함께 이사를 갔다. 고 교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이 글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쉼표` 찾기가 될 것이다. 고 교수는 `Weekly서울`의 연재 요청에 처음엔 "이런 글을 무슨…"이라고 거절하다가 결국은 허락했다. `쉼표찾기`를 위해 산내마을에 들어간 고 교수는 지금도 시끄러운 정세와 지역현안들로 바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쉼표 찾기>를 통해 산내마을에서의 생활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적절히 섞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Weekly서울`은 고 교수가 부인과 함께 산내마을로 이사를 가기 직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쓴 모든 글과 사진들을 거르지 않고 연재하고 있다. 때론 낙엽지는 시기에 새싹 피어나는 이야기를,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여름 무더위 이야기를 접하는 일도 있겠으나 그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듯 싶어 빼놓지 않고 게재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집 안팎을 돌고 오니 서재에 커피 냄새가…(5/13)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는 오후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어 있다.
앞에 보이는 야트막한 산도,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까지도 흐린 하늘에서는 우리 앞 마당까지 다가온다.

밖으로 나서니 휘파람새가 마치 휘파람을 부는 것 같은 소리로 지저댄다.
새들은 어느 때보다 아침에 바삐 움직이나 보다.
수국(불두화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이 꽃 무게를 못이겨 축 늘어져 피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되레 해당화가 꽃내음을 풍긴다.
넝쿨장미도 이젠 꽃망울이 소담하게 올라 온다.

진딧물이 퇴치된 살구는 점차 붉은 빛이 돌고 있다.
진딧물로부터 고문 피해(말 나온 김에 파병반대!!!!)를 본 살구 이파리들은 아직까지도 쭈글쭈글해져 있다.
처음에 쭈삣쭈삣 올라오길래 풀이려니 했던 것이 둥글레란다.
앵도가 나무가지에 조물조물하게 익어가고, 늦장을 부리던 대추나무도 이제 이파리가 제법 이번 비에 쑤욱 올라 왔다.
무화과 나무는 아무래도 죽었나 싶게 빼빼 말라가고 있다.
배나무도 아내가 열매를 솎아 주었더니 영글어가고 있다.

무엇이 나올 지 모르니 게으름피우면서 기다려 보자는 작전이 유효했던지 텃밭이고 뒤안에서 국화며, 둥글레며, 땅두릅이며, 백합 등이 올라오고 있다.
물론 야생초(잡초)도 함께….

텃밭에 뿌려 놓은 채소 중에서 열무가 가장 잘 자라고 있다.
상추, 치커리, 쑥갓 그리고 부추는 너무나 성장 속도가 늦어 조급한 성미에 안달이 난다.
그러나 어찌하랴, 느림을 철학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도 그 의미를 컨닝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모종으로 심어 놓은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는 열매 맺을 채비를 하느라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칠 하찮은 것에 맘쓰고 있는 나를 보며 원두막의 장승이 입을 헤 벌리고 웃는다.
거기다가 덩달아 처마 밑의 풍경에 달린 붕어까지 몸을 흔들어댄다.
그 때마다 풍경 소리가 울타리를 넘나든다.
집 안팎을 돌고 오니 서재에 커피 냄새가 쫘악 깔려 있다.
하늘은 흐리지만 싱그러운 아침이다.
 


요즈음 읽고 있는 `소박한 삶(정찬주 지음)`.
건산 회원들에게 오늘 메일로 보낼 8월 19일에서 25일까지 인도네시아 린자니 등반 일정표.
서재로 강제 이주한 수국(?) 두 송이.
흐린 오전 어슷하게 난 창으로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서재에 향을 내뿜어대고 있는 커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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