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친 고스톱?? 사방에 도사리는 의혹…의혹들
짜고 친 고스톱?? 사방에 도사리는 의혹…의혹들
  • 승인 2005.10.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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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현대그룹 김윤규 부회장 비리 공개 파문

두달 전 현대그룹이 김윤규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사퇴시키며 불거진 이른바 `김윤규 사태`가 지난 30일과 1일 두차례에 걸쳐 현대측이 김 부회장의 비리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대그룹이 지난달 30일 김윤규 부회장에 대한 내부감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하루 뒤인 1일에는 더 충격적인 사실도 털어놓았다.

남북협력기금 관련 입장 번복

일단 30일 현대그룹이 밝힌 비리내용은 비자금 8억2000만원 조성과 3억원 정도의 회사자금 유용혐의로 요약된다.
현대그룹은 "비자금 가운데 7억원은 금강산 지역 공사비를 부풀려 허위 기재하면서 조성됐고, 1억2000만원은 협력업체 용역비를 과다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외에 "회사업무 수행과정에서 접대비 과대계상 등의 수법으로 3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김윤규 부회장이 이사회의 결정에 수긍하지 않고 독단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문제해결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밝혀 정리절차에 들어갔음을 분명히 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실도 적발됐다"고 밝힌 현대그룹은 내부감사에서 지적된 비리 내용이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김 부회장을 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 조용히 매듭지으려 했지만, 김 부회장이 이사회 결정을 수긍하지 않고 독단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문제해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물의를 빚게 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서 현대그룹은 <동아일보>가 보도한 남북협력기금 유용 부분에 대해선 부정했다. 30일 공식적으로 "시스템상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현대그룹의 공식입장이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다음날인 10월 1일자 보도에서 여전히 남북협력기금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그러자 입장을 번복, 김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현대아산에 대한 내부감사 보고서에는 김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70만3000달러 가운데 50만달러가 남북협력기금(보고서 표현으로는 남북경협기금) 관련 금액이라고 돼있다"고 시인했다.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다.

"통일부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현대그룹은 전날 남북협력기금의 유용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은 먼저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서 그렇게 공식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상반되는 입장표명을 하기가 어려웠던데 따른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김윤규 부회장 사퇴 결정에 대해 `개인비리` 정도로 밝히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던 현대측이 김 부회장의 비리내역에 대해 전면 공개한 이유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단 대북 사업권을 놓고 현대아산 내부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가운데 현정은 회장이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 움직임을 더이상 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김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대북사업이 지장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등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현해왔다.
현 회장으로서는 안그래도 북이 새롭게 정비한 현정은 체제를 못마땅해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식으로 간다면 자신의 체제로 확고히 가는데 순탄치 않겠다는 판단을 했고 결국 김 부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김 부회장은 이번 건으로 대북사업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고 재계에서도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됐다.
또 현대측은 최근 꼬이고 있는 대북사업과 관련, 자신들의 입장을 북한에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간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금강산 관광객 숫자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현 회장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현했던 북에게 "더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선포를 한 것이라는 얘기다.
북측 입장에서도 김 부회장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더이상 그의 복귀를 요구할 명분이 없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남는 의혹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은 김 부회장이 유용한 것으로 현대측이 공식 확인한 11억2000만원의 용처다. 현대그룹은 이 돈이 어떻게 어느 곳에 쓰였는지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그룹이 밝힌 "전문경영인으로서 취하지 말아야 했을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과연 그 `부적절한 행동`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혹은 바로 김 부회장의 이런 부정을 과연 통일부는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 문제가 불거진 게 두 달이 지났는데 정부측이 감사 보고서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대그룹의 내부감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현대그룹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내부 경영감사 자료가 정부에 제출되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그룹에서도 이 자료를 외부에 유출시킨 적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대아산 내부인이 감사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북사업권을 놓고 현대아산의 내부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부회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내부인이 자료를 유출했다는 말이다.

짜고 친 고스톱판??

이를 최초 보도했던 <동아일보>의 10월 1일자 보도내용이 그런 의혹을 부채질한다. <동아일보>는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기사가 나간 뒤 현대그룹 내부 정황을 소상히 소개했다. 다음은 그 보도 내용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 현대그룹 최고위 관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대외비 내부감사 보고서를 동아일보가 통째로 입수해 이날 진위를 최종 확인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을 겸임하는 최용묵(崔容默)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이 사실을 즉시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 주재로 최 사장, 윤만준(尹萬俊) 현대아산 사장, 노치용(魯治龍) 그룹 홍보담당 전무 등 핵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끝에 이들은 “우리가 흘린 것도 아니고 언론이 외부에서 감사보고서 사본을 통째로 입수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또 “어차피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사안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보도한 신문에 나오는 게 그룹에 부담을 덜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30일 본보가 ‘김윤규 씨, 남북협력기금 유용’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감사보고서 주요 내용을 보도하자 현대그룹은 오후 1시 반경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문제에 대한 현대그룹 입장’이란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현대는 “30일자 언론에 보도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문제는 대부분 사실임을 밝힌다”면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지적된 남북협력기금 유용 부분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자료에 넣지 않았다. 비자금 및 자금유용액도 일부 줄여서 발표했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감사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김 부회장을 대북사업 라인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완전 퇴진으로 대북사업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결과적으로 투명성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 부분은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면서 “지금까지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해 온 북한도 이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일단은 기사가 전반적으로 현대그룹 내부의 정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가 흘린 것도 아니고 언론이 외부에서 감사보고서 사본을 통째로 입수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애써 현대그룹이 내부감사보고서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어차피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사안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보도한 신문에 나오는 게 그룹에 부담을 덜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고도 했다.
언론계의 한 인사는 이와관련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닐까하는 의혹이 기사 곳곳에서 묻어난다"고 얘기했다.

파문 확산 불가피

현대그룹은 그러나 내부감사보고서는 수사나 재판 결과가 아니라 일종의 개연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남북협력기금이 유용됐는지는 차후 면밀한 검증과정을 거쳐 입증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이 부분에 대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 내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복잡한 권력싸움에 한차례 교통정리를 단행한 현정은 회장의 향후 행보와 변화된 대북 라인을 수용할지에 대한 북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기자 kimbs@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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