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하라’ 외치나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토론회 열려

2019-02-18     최정훈 기자

[현대해양] 대체·전환복무제도가 축소·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도마 위에 오른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해양수산 업계가 호소에 나섰다.

18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동대문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민주평화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의 주최로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 박지원 국회의원(민주평화당, 전남 목포시), 한국해양대 박한일 총장, 목포해양대 박성현 총장, 부산해사고 이정관 교장, 인천해사고 김명식 교장, 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 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선박관리산업협회 김종태 부회장, 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 원양산업협회 윤명길 회장, 수협중앙회 공노성 대표이사 등 유관기관·단체 관계자를 비롯하여 전국의 학부모·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2020년 초반부터 병역자원이 기존 35만명에서 22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최근 국방부는 상비병력 확보를 위해 기존의 전환·대체복무 제도를 축소·폐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역시 수술대에 올랐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란 일정 면허조건을 갖추고 해양계 교육기관을 졸업한 자에 한해 원양선 승선을 군복무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한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을 갖춘 자는 3년 간 지정된 선박에서 복무하고 이후 60세까지 전쟁, 국가 재난 등 유사시 강제로 국가필수선박에 운항요원으로 차출된다. 대체·전환복무제도가 아닌 현역병에 속하는 승선근무예비역에 올해 1월 1일 기준 3,165명이 복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폐지되면 해양수산업이 침체하고 국가 안보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돼 해양수산 관련 국회, 정부, 업계는 한 목소리로 제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황주홍 위원장은 “한반도의 정세가 북미대화, 남북대화 등 평화무드로 가고 있지만, 외교와 안보는 분리돼야 한다”며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오히려 확대가 필요한 제도이며, 이를 위한 법안의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박지원 의원은 “지속적으로 국방부, 국방위에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확답을 못 받았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안규백 위원장이 확정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기백 위원장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 제도가 지속돼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향후 국방정책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해운산업 침체 가속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폐지되면 승선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져 해기사가 외국인 선원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목포해양대 박성현 총장은 “KAIST 학생들이 대체복무 대신 군대를 가도 그 자리는 줄을 서지만 승선근무는 병역을 마친 학생들이 외면할 것이다”며, “대신 필리핀 등 외국인 선원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결국 해운업 재건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고 분통했다.

승선근무를 마친 해기사들이 선주, 선박관리업 등 해운산업 곳곳에 배치되는 해운업의 특성상 해기사의 부재는 한진해운으로 침체된 우리나라 해운업 재건의 구심점을 잃게 된다는 것.

더욱이 해운업 침체와 동시에 안보에도 구멍이 뚫린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 김기호 박사(예비역 육군 대령)는 “선진국들은 제한된 국방재원 하에서 민간인력을 확충해 전력의 극대화를 도모한다”며, “해상수송로 확보의 핵심 인력인 기존의 승선근무예비역은 오히려 승선사관·부사관격으로 확대·유지돼야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 김인현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선장)은 “젊은이들은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통하여 얻는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해양대나 해사고로 진학하여 선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며, “이런 근본적인 이유를 핵심으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존치된다면 해운업계 활성화와 국가 안보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인현

 

수산물 식량안보 구멍

한해 승선근무예비역 1,000여명 중 50여명을 배정받는 수산업의 경우는 이 제도가 사라진다면 발전 동력의 불씨마져 꺼져버리는 상황이다.

행사에 참석한 업계 중진 인사는 “연근해 어선은 하루 1만4,000여척 이상 조업하고 있어 유사시 및 평시에 수산물 식량안보의 기능을 한다”며,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폐지되면 장기적인 어선원 인재확보가 불가능해져 수산업이 더욱 침체될 것이다”라며 현 상황을 토로했다.

어선 또한 유사시 국가 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전쟁 발생시 △영해 내 적 잠수함 및 간첩선 발견, 나포, △유사시 필수 식량(수산물)의 안정적 공급, △해상조난 시 최단시간 현장 접근 및 구조 활동 전개 등 해군·해경의 주요 임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경중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모든 대체복무에 대하여 축소 또는 폐지를 놓고 동일한 선상에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으로 올해 상반기 중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및 국민인식조사 등을 실시해 연내에 대체 복무 감축 및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