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근간 ‘어촌계’ 비조합원이 장악하면 ‘계통조직 붕괴 위험’

‘어촌계 운영개선 및 발전방안’에 수협-어촌계 입장 조금씩 달라

2017-11-09     박종면·변인수 기자

[현대해양 박종면·변인수 기자] 지난달 10일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는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촌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어촌계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운영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어촌계 운영개선 및 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서는 △어촌계 가입 걸림돌 완화 △어촌계 운영지원 강화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리 강화 △어촌

계 관리 및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계획 수립을 추진하겠다는 것.

해수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어촌계는 마을 어장과 양식장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 조직된 마을단위의 협동체로 최근에는 어촌관광과 마을기업 운영 등 어촌 6차산업화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최근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 등으로 인해 어가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됨에 따라 정부는 어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촌으로의 이주 및 정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촌계가 까다로운 가입조건을 제시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 귀어인들의 어촌사회 정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그동안 어촌계의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보완해 ‘어촌계 운영개선 및 발전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어촌계 표준규약’ 제정하나?

해수부는 먼저 어촌계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촌계 운영 표준규약’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규약을 통해 현재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어촌계 가입비, 거주기간 등을 표준화해 어촌계 가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 나간다는 것. 또한, 현재 수협법 상 어촌계 가입의 선결조건인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둘째, 어촌계 운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어촌계 실태조사를 통해 어촌계 일제 정비를 추진하고, 아울러 우수어촌계를 선정해 포상할 예정이다.

셋째, 어촌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촌계 감사제도’를 신설하고 2년에 한 번씩 감사를 진행해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정명령 및 어촌계 임원에 대한 징계 조치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전국 어촌계의 종합적인 지원·관리를 위한 ‘어촌계 지원센터’를 설립해 어촌계 관련 통계조사·교육지원·복지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수협법’상 근거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협법’에 따라 설립된 어촌계

이해를 돕기 위해 전국 어촌계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어촌계는 1962년 ‘수협법’이 제정되면서 지구별 수협 조합원만이 어촌계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화됨으로써 외형상 지구별 수협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됐다. 즉, 어촌계는 ‘수협법’ 제15조에 따라 지구별 수협 조합원 가입자를 계원으로 행정구역·경제권 등을 중심으로 설립된 어업인 조직이자 마을 어장과 양식장의 합리적 이용, 관리를 위해 조직된 협동체이다. 전국 어촌계는 2,029개, 어촌계원은 13만 3,000명에 이른다(2016년 말 기준).

어촌계 가입에 중요한 조건은 일반적으로 별도규약, 가입비, 거주기간의 세 조건으로 분류된다. 어촌계별로 정관을 갖추고 있는데 이 정관 외에 별도 규약을 두고 운영하는 어촌계는 965개로 전체의 47.8%를 차지한다. 가입비, 거주기관 등 어촌계 가입조건을 설정한 어촌계는 1,187개로 약 58.8%에 이른다. 가입금은 100~300만 원이하, 거주기간 3~5년 이하가 가장 많았으나 1,000만 원이 초과되는 어촌계도 5% 이상 되며, 5년 이상의 거주 기간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어촌계도 전체의 10%가 넘는다.

어촌계 가입 부담 완화?

해수부가 ‘어촌계 운영개선 및 발전방안’에서 어촌계 가입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어촌계 운영 표준규약’을 제정 보급하겠다는 계획은 어촌계 규약 제정 현황 및 운영 실태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 이는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어촌계 가입비, 거주기간 등을 표준화해 어촌계 가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 나갈 것과 △현재 수협법 상 어촌계 가입의 선결 조건인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어촌계원 자격 등 가입조건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은 상위규정인 정관에 정하도록 하고 규약에서 임의로 제한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경규 해수부 수산정책과장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닌 어촌사회의 최일선 조직인 어촌계가 이번 대책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해 어촌사회 및 경제 활성화의 중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어촌계 가입조건을 완화해도 규약이나 관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제도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고 관리의 혼선만 가중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든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가입조건은 있고, 그 특수성 또한 존재한다”며, “전국에 산재한 어촌계는 각기 고유의 문화적 속성을 지니며 발전해 왔는데, 문화의 다양성 면에서 존중 받아야 할 어촌계 규약을 ‘틀림’의 개념이 아닌, ‘차이’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표준’이라는 잣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접근방식”이라며 표준 규약이 어촌계의 자율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제수단 있나?

또 지구별 수협의 한 관계자도 “귀어귀촌이 활성화 된 어촌계는 어업 생산력 또는 어업 외 소득 창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소득 창출 가능성이 높은 어촌계는 기존 어촌계원의 노력에 의한 성과로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기존 어촌계원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당연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표준화된 가입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적 측면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표준규약을 제정해 보급하더라도 무시하고 기존의 가입조건을 지속, 고집하는 어촌계에 대한 실질적인 강제수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강제이행을 위해서는 표준 규약 자체를 법으로 정해 어업권을 회수하거나 어촌계를 해산하는 등의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는 현행법상 어업권 취소 요건이 따로 규정돼 있으므로 2차적, 3차적으로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고, 자연 발생적, 자율협동 조직으로서의 어촌계를 해산할 명분으로서도 부족하다는 견해이다. 지금까지 수협은 어촌계장 임명, 어촌계설립인가권 및 감사처분권 등 행정권한을 지구별 수협 조직에 부여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 왔었다.

 

출자금, 가입비가 문제?

둘째, 수협법 개정을 통해 법에서 정의한 어업인이면 누구나 어촌계에 가입하고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어업인의 요건을 충족하면 수협조합원이 아니라도 어촌계에 가입 및 설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협법상 ‘어업인’의 정의는 연 120만 원 이상 매출과 60일 이상의 조업일수를 요건으로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목소리 또한 회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지구별 수협의 어촌계에 대한 지도·감독은 해당 수협의 조합원에게 행해지는 것으로, 비조합원이 속해있는 어촌계에 대한 지도·감독에 혼선이 야기될 것”이라며, “이는 어촌계의 정의와 법적 존립근거, 관리·감독권한까지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협 등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수협에서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지도·감독권을 양보한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지구별 수협에서 어촌계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외면한다면, 지도·감독 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돼야 하는데 지자체 수산과는 인원 및 전문성에서 지도·감독 업무를 맡을 역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조합 출자금 부담이 문제라면 차라리 출자금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방향이 더 손쉽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보조가 이뤄진다면 귀어·귀촌 인구 대비 가입비를 산정해 봐도 큰 금액이 아니나 이 금액도 부담스럽다면 저리 융자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입조건을 유지하는 어촌계 수는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90%를 표준화 하는 것 보다 10%에 대한 제재나 계도가 더 쉽고 간단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출자금은 돌려받는 것

반면, 일선 어촌계의 입장은 수협의 입장과 다른 면을 보인다. 충남 보령 주교어촌계는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 시범사업을 통해 어촌계 가입 자격조건을 완화한 경우이다. 이 어촌계는 올 들어 어촌계 가입비를 5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내렸다. 그리고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도 어촌으로 이주해 집을 구입한 경우는 귀어 의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거주기간에 관계없이 즉시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대해 임석균 주교어촌계장은 “기존 계원들 불만도 없지는 않지만 어촌이 고령화 돼 인력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어촌에 활력을 넣기 위해 대의원총회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기득권층인 기존계원들은 불만이 있지만 귀어인들은 좋아한다. 예전에 이사와 자격이 안 됐다가 3년 사이에 가입한 경우가 50가구나 된다”고 덧붙였다.

보령 군헌어촌계는 가입비를 20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하하고 거주기간 제한을 철폐했다. 외지에서 온 귀어가의 경우에는 가입비 자체를 면제했다. 이런 과정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141명의 어촌계원 중 9명의 귀어인이 어촌계원 자격을 얻었다.

강용수 군헌어촌계장은 “수협에 가입하고도 어촌계 가입이 안 됐던 조합원들에게 문턱을 낮췄고, 외지에서 온 귀어가는 가입비도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 조치는 기존 어업인과 어촌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 강용수 계장은 “귀어인에게는 좋겠지만 우리 어촌계에는 특별히 좋은 건 없다. 다만 우리는 관광지라 어촌체험마을 사업을 위해 받아준다. 다른 마을, 특히 섬 지역은 더 안 받아준다”며 “밥그릇을 나누는 것인데 계원들이 어떻게 쉽게 받아주겠느냐고 한다. 우리도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했지만 반대하는 계원도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임석균 주교어촌계장은 “어촌 고령화에 따라 대승적 차원에서 문턱을 낮췄지만 기존 계원들은 불만이 있다”고 어촌계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 최초로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충청남도 안희정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촌계 조합원의 자율적인 정관 개정으로 ‘진입장벽’으로 인식되어진 가입비 및 거주기간 등 어촌계 자격요건 완화한 결과 도내 어촌계 전체적으로 계원이 800명 증가했다. 특히 인센티브(6,000만~1억 원)를 지원받은 5개 어촌계는 212명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지구별 수협 어촌계 담당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나쁠 것도 없고 귀어자금으로 3억 원까지 대출 받는데 가입조건을 완화시키지 말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렇듯 수협과 일선 어촌계의 입장 차이는 분명 있다. 수협은 비조합원의 어촌계 가입 시 계통조직체계 단절과 기존 질서 붕괴를 우려하는 반면, 어촌계는 어업 수입 분배에 따른 소득 감소 등 현실적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어촌계 운영 개선 방안은 제도적, 구조적, 현실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닌 어촌사회의 최일선 조직인 어촌계가 어촌사회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Mini Interview > 사홍만 장흥군수협 조합장 “수협 중심으로 어촌계 구성돼야”

‘어촌계 운영개선 및 발전 방안’을 보면 수협은 배제돼 있다. 수협이 있어야 어촌계가 있을 수 있는데 수협을 배제하고 어촌계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수부에서 직접 어촌계를 관장할건가? 있을 수 없다. 갈등소지만 된다. 어촌계를 마음대로(쉽게) 만들고 수협을 규제하면 수협을 말살하는 것과 같다. 수협이 중심이 돼야 어촌계가 발전한다.

어촌계가 신규 계원을 안 받아주는 건 아니다. 가입 원한다고 다 받아주면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일정기간 일정조건을 갖추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거다. 그리고 장벽, 장벽 하는데 어촌계는 장벽이 아니다. 오자마자 가입할 수 있게 하면 기존 계원이 무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과거 ‘어촌계=수협’이었는데 지금 정책은 어촌계와 수협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수협 중심으로 어촌계가 편성되고, 어촌이 돌아가야 한다. <박종면 기자>

 


 

< Mini Interview > 김덕철 통영수협 조합장 “가입조건? 최소한의 질서유지 위한 것”

주민들 무시하고 목에 힘주고 어촌계 가입 안 시켜준다고 고발(투서)하는 경우가 있다. 어촌계마다 가입조건이 있는데 기존 사람들도 다 그렇게 가입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입비가 부담된다고, 그것조차도 안 내려고 하면 누가 가입시켜주겠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입조건은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다. 동네 어른들 잘 모시고 봉사하면 어촌계 가입 반대하는 사람 없다.

또 이중부담? 말도 안 된다. 출자금이다. 배당도 받고 나갈 때 환급받는 거다. 어촌계나 수협 배당금은 은행금리의 3~4배나 된다.

해수부에서 조합원 정리 하라고 하는데, 신규는 받아주라고 하면서 기존 조합원(무자격)은 정리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박종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