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8주년 특집 지상좌담> 수산계 여성리더에게 듣는다 -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수산

치어 어획, 바닷모래 채취 큰 문제…문 정부 ‘재조해양’ 再造海洋 의지 긍정 평가
수산업의 큰 축 여성인재 인정하고 수산업 발전 위해 공동 노력해야

2017-10-11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우리나라 전체어업인 중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51%다. 여성어업인이 남성어업인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어업인의 위상은 남성어업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산계 여성리더의 존재가 더 돋보여 보인다. 남성 위주의 수산계에서 여성 리더는 무엇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지, 이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치는지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참석자>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임이사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김춘덕 사단법인 여성어업인연합회장

최미경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생태복원실장

 


김춘덕 회장님은 여성어업인대회를 막 치렀는데 요즘 역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어떤 것입니까?

김춘덕 사단법인 여성어업인연합회장(이하 김춘덕)_ 우리는 전임 회장님께서 기반을 잘 닦아 임의단체에서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수 있었는데 사단법인 전환 후 첫 여성어업인대회를 치르다보니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더 실속 있고 단단히 뭉치고 협력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여성들이 권익 향상과 더불어 존재감도 부각시키면서 수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할 일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이하 김미자)_ 아시는 것처럼 저희 수협은 갈치 대풍으로 갈치 판로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냉동시설이 부족한 것도 현안이고요. 또한 우리 수협 소속 여성어업인 중 해녀분들이 600명 정도 되는데 이 분들이 잡아오는 소라 판로 확보 또한 시급합니다. 일본 수출이 줄다보니 판로가 막혀 수요가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군납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임이사(이하 강신숙)_ 저의 역점사업으로는 교육지원 사업, 상호금융 사업, 공제사업이 있는데 먼저, 교육지원 사업은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 등 수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 하고,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추진’이라는 수산 분야 국정과제에 발맞춰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선 휴어제와 같은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자원 관리방안의 확대, 산란장 보호를 위한 바닷모래 채취 금지 활동 등 수산자원 회복과 관리방안 마련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상호금융 사업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내년도 가계부실 위험 확대 우려가 있는 만큼 여신심사역 양성 등 상호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로 내년도 연체율 1% 이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원조합이 협동조합 본연의 사업 추진을 위한 중요한 수익기반인 상호금융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 회원 조합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제사업의 경우 중앙회 수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현재 저성장 저금리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공제료 목표는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하되, 수익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전환해 내년 손익은 올해보다 10% 증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강 이사님은 출장을 많이 다니시던데 혹시 여성이어서 힘들거나 좋았던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강신숙_ 어업인들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어업현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생생한 어업현장을 몸으로 느끼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봐야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정책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에 남녀 구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힘들고 고된 어업분야에서 여성어업인의 비율이 전체 어업인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어업현장 일선에 있는 여성 어업인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남성의 리더십이 추진력과 강함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여성은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공감의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섬김과 배려, 포용의 리더십으로 어업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직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귀기울이면서 사람이 되는 따뜻한 조직, 살맛 나는 어촌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미자_ 저는 부드러움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에 약합니다. 반대로 남녀평등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여성이어서 제약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여성이어서 좋은 점이 많지만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강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확성(꼼꼼함)도 그렇고요.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았으니까 지금은 만족합니다. 꼼꼼하다는 건 좋은 겁니다. 우리 수협이 여성 조합장으로 바뀌어서 달라진 것은 직원들에게 웃음이 생겼다는 겁니다. 노력할 것도 많습니다. 조합원들을 부자되게 하려면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수산업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고,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최미경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생태복원실장(이하 최미경)_ 최근 들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이대로라면 ‘동아시아의 수산자원은 씨가 마른다’는 경고도 있듯이 앞으로도 자원 회복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자원조성, 회복과 관련한 일들이 시급한 현안 사항으로 보입니다.

김춘덕_ 어업인들이 치어를 잡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막아야 합니다. 치어를 잡으니까 방류 효과가 없는 겁니다. 치어가 성어로 자란 뒤 잡아도 되는데 산란을 하기도 전에 치어를 잡으니 고기 씨가 마르는 겁니다. 당장 눈에 보인다고 잡는 경우가 있으니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치어 어획을 막기 위해 어망 규격을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세목은 아예 공장에서 생산을 못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김미자_ 저희는 치어, 잔갈치 가져오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가 치어를 잡으면 후배들이 잡을 고기가 없어지는데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우리 어민들이 목숨 걸고 잡다보니 잡은 걸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못 잡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치어를 안 잡아야 가격도 제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미경_ 치어를 잡으면 성어로 자라 자원을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 심각한 자원고갈 현상이 일어납니다. 전세계적으로 ‘생산(산란)을 두 번은 하고 잡아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이 모든 어종에 대한 관리는 못하고 몇 가지 어종에 대해서 TAC를 적용하고 있는데 나머지 어종은 자율적 관리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잘 안 지켜지고 치어를 잡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원이란 게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산업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 치어 어구 망목 크기, 어획 강도를 규제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업인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법으로 다 정해놓고 규제하고 단속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원을 이용하는 이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반드시 우리의 자원을 지키려는 의지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미자_ 바다 쓰레기도 문제입니다. 먼 바다어장 쓰레기가 처리 안되고 있습니다. 저희같은 경우 쓰레기는 해상에 버리지 말고 가지고 귀항하라 하는데 가져와도 처리할 곳이 없으니 그것도 문제가 됩니다.

불법어업 단속, 한일어업협상 지연도 문제인데 그나마 요즘은 갈치가 가까운 곳에서 많이 나니까 굳이 먼 EEZ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불만이 줄었지만 한일어업협정 지연 또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과학자들 말에 따르면 해수 염도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라 합니다. 고수온 저염분 대처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강 이사님께서 바닷모래 채취를 말씀하셨는데 수산과학자들은 어떤 문제가 있나고 보나요?

최미경_ 넙치나 저어성 어종처럼 모래 속에 들어가 사는 어종이 있습니다. 바닷모래 채취는 해저지형이 바뀔 영향이 있습니다. 모래를 판다고해서 모래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형의 구조가 변하니까 환경변화가 더 큰 문제인 듯합니다. 규모가 작으면 어종이 이동할 것이고, 크면 서식에 어려움이 있어 피해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강신숙_ 바닷모래 채취는 이미 많은 연구와 조사에서도 밝혀졌듯 부유사 확산, 해저지형 변화 등으로 우리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저희 수협중앙회는 지난해부터 정부, 국회, 국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그 심각성을 알리고 골재·건설업계의 폭리와 기만행위에 대응해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의 하나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는 올해 1월부터 채취가 중단 된 상태입니다. 현재는 서해EEZ, 태안군, 옹진군의 골재 채취와 관련해 기간연장과 신규단지 지정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협중앙회는 우리 수산산업인들의 소중한 바다를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바닷모래 채취 전면 중단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에서 갈치 어획량이 급증했는데 바닷모래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까?

김미자_ 관계가 없다고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어업인들 은 EEZ에서 조업을 안 하니까 자원이 여기(어장)까지 온다고 봅니다. 거문도쪽에서 갈치가 많이 나는데 바닷모래대책위원회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니까 모래를 채취하지 않은 곳에서는 고기가 많이 나오고 채취한 곳에서는 고기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을 봤습니다. 갈치 또한 그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미경_ (관계가 없진 않겠지만) 해사 채취 금지만으로 갈치 어획량이 늘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복합적이지 않나 봅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사례가 예전에는 많이 보도됐는데 요즘 그 불법어업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환경변화, 해황변화, 중국어선 출현빈도 등을 살펴봐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새 정부가 재조해양(再造海洋)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요?

강신숙_ 재조해양은 바다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각오와 노력을 통해 해양수산 분야의 국민적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수산업 역시 바다를 배경으로 영위하고 있고, 국가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자 국민의 삶과 지역경제 발전을 책임지고 있으나, 어촌 고령화 및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온난화 및 환경파괴로 인한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점을 되새기며, 재조해양의 각오로 수산업과 어촌이 더 활기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수산현장을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최미경_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세월호 참사, 한진해운의 몰락 등으로 해양수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더욱 무겁고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 이라는 생각입니다. 새 정부가 ‘재조해양’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주변국과의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우리의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돼, 해양 강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재확립이 하루라도 더 당겨질 수 있도록 수산분야의 일원으로서 각고의 노력으로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김미자_ 감사하죠. 현 정부가 여성어업인에 대한 기대도 갖고 있더군요. 수협중앙회에서도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지난 정부 보다 현 정부가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해양경찰청 부활도 잘 한 것 같고, 여성어업인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강신숙_ ‘무엇이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무엇이 아직도 내피를 끓게 하는가?’ 바로 어업인과 수협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협 생활 38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저를 존재하게 해 준 어업인과 수협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과 성을 다 할 계획입니다.

먼저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매일 설레임으로 수협 현장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춘덕_ 저도 어업인이자 수협의 조합원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수산업과 수협을 둘러싼 환경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 바닷모래 채취 등 현안 사항이 산적해 있지만 결국은 우리 수협이 더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서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우리 어업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이 아닐까 합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최미경_ 육상의 산림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산림청과 같은 기구를 두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듯이, 우리 연안의 바다생태환경도 그 정도의 중요성과 관심, 투자로 바다숲이 관리,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바다 속의 생태환경이 건강한 생태계로 잘 유지돼야 자원생물이 서식, 조성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서 바다 속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부 혹은 수산인들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입니까?

최미경_ 바다 속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 즉 유한하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지속 가능한 수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원관리, 특히 수산인 스스로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지,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에 적극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바다 속 환경변화에 영향을 주는 육상 유래의 요인에 대한 대책 강구를 위한 관계부처의 공동대응 체계 구축 노력에도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강신숙_ 농업 분야와 비교할 때 재정지원, 세제혜택, 직불제 규모, 농업용 전기 적용 등 정책 형평성에서 있어 현장의 문제제기가 적지 않으며, 건설·에너지 분야 정책에 있어서도 수산업과 어업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각 산업분야와 동등한 수준의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입안 때부터 현장의 어업인이 무엇이 필요한지,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보다 세심한 정책 입안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춘덕_ 수산인에게 바라는 말은 여성어업인들이 어업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해 나섰는데 여성이 없어서는 안 되는 걸 모르는 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인단체를 인정해주고 찾아주고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여성 어업인 육성을 위해 더욱 노력해서 여성이 행복한 어촌과 수산업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