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의 허상

2016-12-01     김성욱 본지 발행인


병신년의 회한(懷恨) - 원칙과 법치의 나라를 염원한다

병신년 한해도 덧 없이 저물어 간다. 나라가 어지럽다. 총체적 난국이다. 정치는 진흙탕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마녀를 쫓는 시민들의 촛불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서민생활은 파탄일보 직전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엄청난 박탈감과 끝없는 불경기에 한 없이 지쳐간다.

나라에 어른이 안 보인다. 지도자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없는것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나서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민주시민정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논란의 핵심에 섰던 박근혜대통령도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불행하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내천(人乃天)이요, 민심이 천심(天心)이라는 격언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오늘은 촛불민심이 승리한 기쁜날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이 부끄럽고 한 없이 서글픈 날로 기록 될 것이다. 원칙과 법치가 지배하는 나라, 순리(順理)와 이성적 판단이 지배하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병신년을 보낸다.

사업성, 실용적 가치 없는 양식기술은 모래성과 같은 것

해양수산부가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거기에 앞서 6월에는 민물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연달아 잭팟 터지듯 터져나온 완전양식 성공 소식이다. 명태는 세계 두 번째에다 양식 선진국 일본 보다 짧은 기간에 이룬 쾌거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해수부가 쏟아내는 이런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수많은 언론을 접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양식대국, 먹거리 걱정없는 부강국가가 된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해수부는 2020년이면 우리나라 양식 명태가 밥상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국회 전문위원실에서 나왔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명태를 양식하는 국가가 없어 비교 분석이 안 되기 때문에 명태 양식의 상업적 가능성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명태 양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 지속과 주변국 등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심해에 서식하는 명태의 특성을 감안한 최적의 사육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어류에 비해 수조 시설이나 수온 유지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 먹이생물 및 사료 급이를 위한 비용이 어떤 수준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 부화 후 통상 3년이 지나야 출하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채산성이 맞지 않을 경우 명태 양식이 실제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뱀장어 완전 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물장어 양식 전문가에게 물으면 “정부는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아직은…”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실용화, 상업화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참다랑어도 마찬가지다, 참다랑어는 이미 작년에 우리 외해에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종묘생산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들의 표현은 이렇다. “비포장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이제 막 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즉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벌써 도착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다시 명태로 돌아가서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에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즉 완전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까지 많은 시련과 실패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실패는 사실 국가가 부담하지 않았다. 수산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의 상태로는 민간 분양도 어렵고 상업화도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치어 생존율이 1%대에 머무르는데도 항상 저온을 유지해야 하며 먹이 급이에 상당한 애로가 있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민간이 자부담으로 키우기는 매우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원양 명태가 많이 들어와 몇 천원이고 국산 양식명태가 1만원이라면 누가 비싼 국산 명태를 사 먹겠냐는 것이다.

동해에 방류한 명태 치어도 실제로 돌아올 수는 있을 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 수산자원고갈에 대비해 남획을 삼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고 한번 망가진 환경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으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교훈을 얻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용화다. 사업성이 없는 연구는 모래성이나 마찬가지다.

실속 없는 이벤트성 행사는 이제 그만

지난 11월 10~11일 서울 장동체육관에서는 ‘씨팜쇼(Sea Farm Show)’라 불린 미래양식박람회가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양식업이 1차 산업에서 탈피해 첨단산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보기술과 생체기술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미래산업으로 주목받는 것을 소개하는 행사라고 밝혔지만 첨단? 미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국내 최초의 행사라면 더더욱 준비가 철저했어야 했음에도 참여업체 모집은 행사 3~4일전에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부스 참가비도 일정하지 않고 기관마다 들쭉날쭉이었다. 그나마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일선수협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성사조차도 불투명했을 정도로 참여 업체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40여 업체가 참여했다. 당연히 썰렁했다. 규모도 적었고, 너무나 평범한 전시였다. 서울수산식품박람회나 부산수산무역박람회에서 볼 수 있는 수준 그 이상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 못했다. 준비기간도 짧았고 참여하는 단체, 지자체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다수 부스는 그냥 벽면에 걸개 그림 걸어놓고 리플릿 몇 장 가져다놓은 게 전부였다.

이렇게 미숙한 행사에 3억 원이라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하니 이런 행사는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타깃도 명확하지 않다. 어업인을 위한 것인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지, 정책 결정자를 위한 것인지. 아리송한 행사에 그나마 시식 부스에만 사람이 일부 몰렸으니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은 그만해야 할 때다. 성과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한다. 어업인들이 필요로 하고 국민공감대가 형성되는 행정이 이뤄져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시국이 혼란하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기울어간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변죽만 울리고 실속없는 한 해가 된 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