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에 활용된 상어

2010-06-07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물고기 이름 중에는 원래는 한자 이름이었으나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음이 바뀌어서 정착된 이름이 있다. 예를 들면 부어(?魚)는 붕어, 이어(鯉魚)는 잉어,수어(秀魚)는 숭어, 노어(?魚)는 농어로 표현된다. 상어는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어(沙魚, 娑魚)로 불리는데 이는 상어의 껍질이 마치 모래(沙)처럼 거칠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사시(娑翅)라면 ‘상어의 지느러미’가 돼 고급 중국요리에 속한다. 영어의 샥스핀(shark's fin)이 그것이다.

상어는 지느러미(샥스핀)가 등에 하나, 가슴에 둘, 꼬리에 하나가 달려있다. 이 중에서 최상급으로는 등지느러미가 꼽힌다. 그 다음은 가슴지느러미이고, 꼬리지느러미는 하급으로 분류된다.

상어, 홍어 등의 연골 어류는 소변의 주성분이 우리처럼 요소(尿素)라서 싱싱한 것을 바로 먹으면 지린내가 나서 고기가 맛이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요소가 분해되길 기다리는 것이 발효이다. 물론 발효시킨 홍어나 가오리도 오줌 냄새에다 암모니아 가스를 풍긴다. 그래도 그 맛에 인이 박히면 침을 흘리게 된다.

연골어류는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으므로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 옛날에도 저 먼 내륙 지방까지 운반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다와 먼 영남 내륙지방에선 자연적으로 절인 상어고기 도막(일명 돔배기)이 제사에 쓰이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기호지방에선 제사상에 조기가, 동해안의 바닷가에선 고래고기 토막이  올랐던 것을 보면 제사상도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제례(祭禮)도 다 조금씩 달라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참견 말라’는 풍자적인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동물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과학자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가며 개발한 것보다 더 뛰어난 기관이나 재료가 동물에서 발견된다. ‘바다의 무법자’인 상어도 과학자들에게는 보면 볼수록 예쁜 동물이다.

상어 피부에는 갈비뼈 모양의 수많은 미세한 돌기가 있는데 이 돌기가 물의 저항을 줄여준다. 수영을 하면 흐르는 물이 피부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와류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마찰저항이 늘어나 속도가 느려지나 상어 피부의 작은 돌기는 와류 현상을 상어 피부에서 멀리 쫓아내 마찰을 줄이고, 수영 속도를 높여준다.

사람들이 큰 배를 만들 때 배의 폭을 너무 넓게 하면 짐은 많이 실을 수 있으나 배가 가지 못하고, 폭을 너무 좁게 하면 짐을 많이 싣지 못하고 배가 불안정해지는 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공학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여 연구한 결과, 배의 유선형의 폭과 길이의 비율은 0.21~0.30 사이라야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어(0.26), 돌고래(0.25), 참다랑어(0.28) 등의 수영을 잘하는 물고기들이 정확히 이 범위에 일치하였다.

이와 같이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이나 행동, 구조 등을 연구하여 유용한 신소재를 개발해 내는 학문을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라 하는데, 생체모방은 예로부터 발명가들의 스승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찾아내는 데는 자연처럼 완벽한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