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어업인 위한
현장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수출전략품목 재조정…FTA 대응 연구 강화

2015-06-02     박종면 기자


지난달 4일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이 국립수산과학원장에 취임했다. 강준석 신임 원장은 지난해 말 이주영 장관 시절 사표가 수리된 지 약 4개월여 만에 해수부에 복귀한 것이다.

강 원장은 지난 2013년 부활된 해수부 첫 수산정책실장으로 지난해 말 명예퇴직했다. 앞서 농림수산부에서 수산정책국장, 어업자원국장, 원양협력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수산통이다. 지난 1월에는 한중 협력을 통해 불법어업을 근절하도록 하는 초석을 다진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강 원장은 “수산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수산정책실장에서, 수산 R&D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업무에 복귀하니 시각의 차이에서인지 새롭게 느껴진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평소 수산정책을 펼치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어업인과 수산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산과학원이 앞장서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고객 중심 연구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그간 지적되어 왔던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어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어업인을 위한 현장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수과원이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수산업 환경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매우 어려움에 처해 있어 이를 해결하는데 수산과학원이 앞장섬으로써 수과원이 다시 한 번 재도약할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를 <현대해양>이 만났다.



취임하자마자 업무파악을 위해 힘을 쏟았는데, 수산과학원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를 풀기 위한 운영 방침은 어떻게 세웠는지요?

일반 국민들은 수산과학원을 잘 모르거나 해양 및 어황정보 같은 예보를 하는 기상청과 유사한 기관으로 인식하고, 어업인들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보다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치중한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중심, 고객 중심의 연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현장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기동성이 있도록 해역별, 품목별 TF를 구성하고, 관련 인력과 예산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일례로 넙치와 전복의 대량폐사 연구를 위한 전담 TF를 구성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어업인의 현장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어업인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현장 간담회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산과학원 내부적으로는 평가, 인사 제도를 개선해 논문 중심 평가에서 현장 중심의 평가로, 연구 중심의 인사에서 일 중심의 인사운영을 통해 어업인을 위한 현장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한·중 FTA 등 수산물 시장개방에 대비한 수과원의 역할과 대응 전략이 궁금합니다.

FTA는 위협요인이자 기회요인으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수산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산업 전반에 걸쳐 기존의 패러다임 재고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장기적 수요와 공급변화를 예측해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고 경쟁력 있는 품목을 중점 육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산과학원에서는 수요가 예상되는 해삼, 김 등을 전략품목으로 개발하고, 넙치·전복 등 경쟁력 있는 업종의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FTA 대응 TF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강화하도록 하고 인력과 예산도 집중적으로 배치할 예정입니다.

또한 당장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하면 향후 5~10년 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수산물 10대 수출전략품목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는 FTA 대응과 양식산업의 미래산업화 및 선진화를 위해 2011년에 수립된 ‘10대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수과원은 본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 수출전략품목의 인공종묘생산 기술개발, 양성 기술개발, 대량생산 기반구축, 수출지원 및 해외협력 등 R&D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품목의 다양성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따라서 해수부는 10대 품목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재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전략 재수립 방안은 △품목별 수출 전략의 방향성 정립 △각계(산·학·연·관)의 정책·기술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품목별 요소기술 탐색 △기존 10대 품목의 투자 우선순위 정립 및 추가 유망 후보군 탐색 등의 내용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출전략품목에 대한 중장기 전략 재수립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골든시드프로젝트(GSP)를 본격 추진한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골든시드프로젝트는 국정과제인 ‘농수산업의 미래성장 산업화’의 일환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종자산업을 중점 육성해 종자강국 도약 및 우수 품종개발의 기반 구축을 위해 농식품부와 해수부, 농진청, 산림청 등 4개 부·청이 공동기획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종자(수출, 수입대체) 개발 R&D 사업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주관 운영관리 중인 ‘수산종자사업단’에서는 넙치·바리·전복·김 품목을 중심으로 우량종자를 개발해 종자 수출 및 국내 보급 확대를 위해 수산분야 산·학·연의 20개 기관에서 총 370여 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함께 지난 2년간의 GSP사업 실적을 중간평가 한 결과, 대부분의 성과를 당초 목표 대비 초과 달성했으며, 앞으로의 품종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구축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산·학·연·관이 합심해 김 품목의 경우, 계획(2016년)보다 2년 앞당겨 고기능성 항산화 우량 김 종자를 개발(품종보호 출원) 하는 등 일본 품종 대체 및 수출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넙치품목인 터봇은 국내에서 자체 생산해 2015년 4월에 종자를 국내에 판매해(3억원) 국내 육상 양식품종 다변화에 기여했으며, 바라과 품목은 말레이시아와 MOU를 체결해 해외시험포 운영을 통해 Giant grouper, Tiger grouper 등 친어를 수집 관리, 종자 생존율 향상 및 육종을 위한 사육관리 연구가 추진 중이며, 육종된 전복의 경우 배수체 기법을 이용한 불임 전복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3배체 유도 가능한 조건을 확립하고 현재 대량생산 시험을 진행 중이고, 킹넙치는 배수체 불임화와 후대 열성화 및 단성화(성장 빠른 암컷만 생산) 기술을 연구개발 중입니다.


적조 등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2014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적조대응 중장기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2015년에도 적조피해 최소화를 위한 연구와 조기 적조예찰 예보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국립수산과학원은 적조모니터링을 시공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남해안 연안해역에 대한 적조예찰범위를 근해역까지 확대하고, 적조 조사주기도 격주에서 매주로 단축해 적조예찰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적조발생 3〜5주 전인 낮은 밀도의 적조생물 출현 단계에서도 미량의 적조생물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생물학적 적조탐색기법(q-PCR)을 작년에는 부분적으로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적조모니터링에 전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2014년 적조발생 환경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수 연안(외나로도 인근해상)에 적조환경자동관측부이를 시설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에는 통영 연안에도 추가로 시설해 조기 적조예보에 실시간 기법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현장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적조예찰·예보기술 개발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적조방제를 위해 사용하는 황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적 적조구제물질을 개발하고, 황토의 고효율화를 통한 사용량 경감기술개발 연구도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특히 최근에 수과원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대량 배양에 성공함으로써 적조 연구에 활기를 띄게 되었다는 희소식이 있습니다. 대량 배양체를 이용한 코클로디니움의 생리생태연구, 양식생물 폐사 기작 연구, 새로운 친환경 구제물질 연구 등에 박차를 가해 적조에 의한 수산피해 최소화에 노력할 것입니다.

해파리 피해 또한 심각한데 이러한 해파리 피해를 저감시키기 위해 수과원 연구원을 포함한 어업인, 자율공동체, 지자체 공무원 약 560여명이 참여하는 민·관 해파리 대책반을 구성·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 300여명의 어업인들이 참여하는 해파리 모니터링은 조업 현장의 해파리 대량 출현에 어업인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외래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독성해파리의 생활사 및 이동경로 구명을 위해 한·중·일 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으며, 독성해파리 쏘임 사고에 대비한 응급처치 치료제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귀어귀촌종합센터, 할랄수산식품기술센터 등 수과원 내 새로운 조직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운영계획을 밝혀주십시오.

귀어귀촌종합센터는 작년 10월 2일 설립된 이후 현재 1,100여건의 상담을 통해 약 500여명이 귀어를 결정하여 교육이나 정책자금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산업은 진입장벽과 고비용 소요,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귀어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귀어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귀어귀촌 전문 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귀어귀촌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공익광고 캠페인, 지하철·버스 등에 안내판 부착, 온-오프라인 홍보를 진행하고, 대중이 모이는 전시회, 광장 등에 직접 찾아가는 이동상담소를 운영해 도시민에게 귀어귀촌을 알릴 계획입니다.

지자체별로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실정에 맞는 교육, 체험, 주민과 친목도모 등에 관한 컨설팅도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올해 우리 수과원에서는 지난 3월 26일 ‘할랄수산식품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해 수산식품의 할랄 인증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수산물 등 식품원료의 할랄 인증을 위한 과학적 시험분석 및 수입국 맞춤형 할랄수산식품의 개발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할랄 인증 획득비용, 박람회 참관 등을 일부 지원하고 있으나 산업체에서는 할랄 인증에 필요한 식품의 원료성분에 대한 과학적 시험분석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 수과원은 95년간 축적된 수산물의 생산 및 가공기술 정보와 첨단 시험분석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수산전문연구기관으로서 중소기업의 수산식품 할랄 인증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할랄수산식품을 이슬람국가에 약 3,000만 달러 정도 수출하고 있으나, 앞으로 수산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이 활성화 된다면 수출량도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